어린이 뉴스
  • [눈높이 사설] 태국 왕실과 군부 동시에 심판한 '정치적 지진'
  • 이선행 기자
  • 2023-05-21 16:30:00
  • 인쇄프린트
  • 글자 크기 키우기
  • 글자 크기 줄이기
  • 공유하기 공유하기
  • URL복사

[눈높이 사설] 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최근 태국에서는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냈다. 제사장(맨 왼쪽)이 마하 와찌랄롱꼰 국왕 부부 앞에서 기도하고 있는 모습. 방콕=AP뉴시스


피타 림짜른랏이 총선 승리를 발표하고 있다


2016년 10월 방콕 근처 골프장에서 일본인 20명이 태국군 차량 3대에 실려 군 시설로 연행(강제로 데리고 감)된 적이 있어요. 푸미폰 아둔야뎃(라마 9세) 국왕의 국상(왕실 사람의 죽음) 애도(사람의 죽음을 슬퍼함) 기간에 먹고 마시며 떠들었다는 이유에서였지요. 이들은 다행히 ‘엄중(몹시 엄함) 주의’를 받고 풀려났습니다. 태국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게 왕실모독(말이나 행동으로 더럽혀 욕되게 함)죄를 처벌하는 나라예요. 왕과 왕비, 왕세자를 비방(남을 비웃고 헐뜯어서 말함)하거나 위협한 사람은 최장 15년의 징역형(죄인을 교도소에 가두어 일을 시키는 형벌)에 처해집니다. 그럼에도 와치랄롱꼰(라마 10세) 현 국왕의 각종 기행(이상한 행동)과 사생활 논란이 끊이지 않자 그토록 금기시(하지 않거나 피함)되던 군주제 개혁도 정치적 도마에 올랐어요.


14일 치러진 태국 총선(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왕실 개혁과 군부(군사에 관한 일을 맡아보는 군 수뇌부) 정권 타도(어떤 대상을 무너뜨림)를 내세운 ㉠진보(사회의 변화나 발전을 추구하는 것)정당 전진당(MFP)이 하원 500석 중 152석을 차지해 제1당(의회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당)이 되었어요.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딸이 이끄는 프아타이당도 141석으로 잘 싸웠지만 2001년부터 유지하던 제1당 자리를 빼앗겼습니다. 군부 축출(쫓아내거나 몰아냄)을 내건 양대(기둥을 삼을 만큼 큰 두 가지) 야당이 60% 가까운 하원 의석을 차지한 것. 반면 육군참모총장(육군을 감독하는 최고 지휘관) 출신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만든 룸타이상찻당(UTN)은 36석에 그치는 등 군부 계열의 정당은 모두 80석에 달하지 못했어요. 무능한 군부에 대한 철저한 심판, 신뢰 잃은 왕실에 대한 깊은 회의(의심을 품음), 나아가 탁신 가문의 포퓰리즘(대중의 인기만 좇는 정치)에 대한 실망까지 태국 민심(국민의 마음)의 현 상황을 보여준 결과였지요.


외신이 ‘정치적 지진을 일으켰다’고 평가한 전진당은 43세의 피타 림짜른랏이 이끄는 신예(새롭고 기세나 힘이 뛰어남) 정당. 피타는 기업 출신의 엘리트 정치인으로 대학 졸업 후 부친이 경영하던 쌀겨기름회사를 잠시 운영했고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석사를 땄어요. 동남아 모빌리티 플랫폼 ‘그랩 타이’의 임원(단체의 중요한 일을 맡아보는 사람)으로 일하기도 했지요. 태국 선거 역사에서 처음으로 왕실모독죄 폐지를 내세운 그는 징병제(국가가 국민 모두에게 강제적으로 군사 의무를 지우는 제도) 폐지 등을 내세우며 2030세대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습니다. 뛰어난 토론과 연설 솜씨로 청년층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고, 총리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도 진작(좀 더 일찍이)에 1위를 예고했지요.


피타는 15일 트위터에 “여러분이 동의하든 아니든, 제게 투표했든 아니든 저는 여러분의 총리가 되어 봉사할 것”이라고 썼어요. 하지만 그가 총리에 오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쿠데타(무력으로 정권을 빼앗는 일)로 집권(정권을 잡음)한 군부의 2017년 헌법 개정으로 총리 선출에는 하원 500명 외에 군부가 임명한 상원 250명도 참여해요. 상하원 합동 투표에서 과반(절반이 넘음)인 376석 이상을 얻어야 하지만 전진당과 프아타이당 두 야당만으론 턱없이 부족합니다. 결국 군부 주도 연립정부(둘 이상의 정당이나 단체의 연합에 의하여 세워진 정부)에 참여했던 품짜이타이당 등 중도(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정당을 끌어와야 해요. 당장 군주제 개혁에 대한 다른 정당들의 경계심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전진당의 최대 숙제가 되었어요.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동아일보 5월 16일 자 이철희 논설위원 칼럼 정리






▶어린이동아 이선행 기자 opusno1@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권지단
  • 댓글쓰기
  • 로그인
    • 어동1
    • 어동2
    • 어동3
    • 어동4
    • 어솜1
    • 어솜2
    • 어솜3

※ 상업적인 댓글 및 도배성 댓글, 욕설이나 비방하는 댓글을 올릴 경우 임의 삭제 조치됩니다.

더보기

NIE 예시 답안
시사원정대
  • 단행본 배너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