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맛있는 먹이다!”
길에서 먹이를 발견한 개미 한 마리. 혼자서 독식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않는다. 개미는 화학물질인 페로몬을 뿜어내 ‘냄새 길’을 만들고, 동료 개미들이 먹이를 찾으러 올 수 있도록 한다. 몸집이 작은 개미들은 먹이를 함께 거두어가 생존한다. 개미가 조직사회를 원활히 유지하는 비결을 다룬 최근 연구결과들을 살펴보자.
서로 성장 도우며 의지
개미가 영양분을 먹고 있는 모습. 뉴사이언티스트 홈페이지 캡처
개미는 머리, 가슴, 배로 나눠진 절지동물이다. 자신의 몸무게의 30∼40배가 넘는 무게도 들 수 있는 튼튼한 곤충. 개미의 초인적인 힘도 흥미롭지만, 이들은 페로몬을 통해 의사소통하며, 무리 지어 생활한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개미들이 조직사회를 이루어 살아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번데기의 영양물질’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대니얼 크로나워 미국 록펠러대 사회 진화 및 행동 연구소 연구진은 개미의 번데기가 영양물질을 생성해내고, 이를 다른 개미들이 나눠먹으면서 이들의 결속력(서로 단결하는 성질)을 강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개미는 애벌레에서 번데기 상태를 지나 성충(다 자란 곤충)으로 자란다. 연구진은 성충이 되기 위한 과정 중에 있는 번데기가 영양물질을 분비하고, 이 물질을 유충이 먹으며 성장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번데기의 영양물질을 유충들이 먹지 않으면 번데기가 세균에 감염돼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에 이는 번데기 생존에도 필수적인 과정이다.
연구진은 번데기가 영양물질을 뿜어내지 않는 방식으로도 실험을 진행했는데, 개미 군집 전체의 성장이 더뎌지고 생존율이 낮아진다는 결론을 얻었다. 연구진은 “개미들이 서로 성장을 돕는 방식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여왕개미는 오래 산다?
인도점프개미의 모습. 뉴욕대 제공
여왕개미의 역할을 하는 개미의 몸에서 인슐린이 증가한 것을 포착한 사진. 붉은색이 인슐린인데, 왼쪽에 비해 오른쪽이 훨씬 더 많은 양이 분비됐음을 알 수 있다
개미사회는 철저한 ‘분업 사회’다. 개미 조직은 알을 낳는 ‘여왕개미’, 짝짓기하는 ‘수개미’, 다양한 일을 도맡는 ‘일개미’로 나뉘어있다. 특히 여왕개미는 평생 엄청난 수의 알을 낳아 개미사회를 유지하게 하는데, 개미집 가장 깊은 곳에 ‘여왕개미의 방’이 있다. 나머지 개미들은 이를 안전하게 지킨다.
이런 여왕개미는 일반 개미들보다 수명이 더 길다. 일반적으로 여왕개미의 수명은 5∼10년, 수개미는 6개월, 일개미 등은 약 1년 정도. 미국 플로리다대와 뉴욕대 공동연구진은 여왕개미의 장수 비결을 밝혀냈다. 노화를 늦추는 단백질로 인해 다른 개미보다 더 오래 산다는 것.
연구진은 인도점프개미(Harpegnathos saltator)를 실험 대상으로 했다. 이들 개미 사회 내에는 ‘유사 여왕개미’가 존재한다. 유사 여왕개미는 본래 일개미이지만 여왕개미처럼 알을 낳을 수 있는 개미. 기존의 여왕개미가 죽고 나면, 후보들이 경쟁을 해 ‘유사 여왕개미’가 된다. 그런데, 여왕개미의 자리에 오른 개미들은 기존의 일개미와 유전적으로는 같지만, 수명이 길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알을 낳기 시작하면서 노화(늙음)를 막는 단백질이 생성돼 개미의 수명을 늘린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알을 낳는 개미의 몸에선 알을 많이 낳을 수 있게 하는 ‘인슐린’이라는 물질이 많이 만들어진다. 인슐린 분비가 많아지면 노화가 빨리 찾아와 수명이 짧아지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개미는 다르다. 개미가 만들어내는 인슐린은 난소를 성숙하게 하면서 동시에 ‘Imp-L2’라는 단백질을 만들어내기 때문. 이 단백질이 노화를 유발하는 물질을 차단해 여왕개미의 수명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어린이동아 권세희 기자 ksh0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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