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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방류 결정… “좁은 수족관 벗어나 넓은 바다 헤엄칠래!”
  • 권세희 기자
  • 2022-08-10 15: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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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큰 인기를 끄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인 우영우는 고래를 사랑하는 인물로 나온다. 그는 “평균 수명이 40년인 돌고래들이 수족관에서는 겨우 4년밖에 살지 못합니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지 아시겠습니까?”라면서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들의 현실을 꼬집는다.

우영우의 말처럼 실제로 전 세계 바다에선 불법 포획(짐승이나 물고기를 잡음)돼 좁은 수조에서 남은 생을 보내는 돌고래들이 많다. 이에 세계 각국의 동물단체들은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들을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수족관에 마지막으로 남았던 남방큰돌고래인 ‘비봉이’의 해양 방류(바다로 놓아 보냄)가 결정됐다. 바다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비봉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멸종위기 처한 남방큰돌고래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뉴시스 자료사진

안녕! 회색빛의 길고 매끈한 몸을 가진 내 이름은 비봉이. 23세(추정)의 수컷 ‘남방큰돌고래’야. 흔히 ‘벨루가’라 불리는 흰돌고래는 많이 들어봤지만 남방큰돌고래는 낯설지? 남방큰돌고래는 평균 몸길이 2.6m에 몸무게 230㎏의 체격을 가지고 있어.

우리는 보통 5∼15마리씩 무리 지어 다니는데, 가끔 100마리가 함께 이동하기도 해. 인도와 호주, 중국, 아프리카 등의 해안에 주로 살고, 한반도에선 유일하게 제주도 연안(육지와 면한 바다)에서만 120마리 정도가 살고 있단다.

그런데 난 요즘 걱정이 너∼무 많아ㅠㅠ. 나와 같은 남방큰돌고래 친구들이 멸종위기에 놓여 있거든. 개체 수가 지금처럼 계속 줄어들면 친구 고래들을 만날 수 없을지도…. 한국에선 2012년부터 남방큰돌고래들이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어. 이에 우리를 잡는 일이 금지되고 있지.


갑갑한 수족관은 안녕


수족관에 있는 비봉이의 모습. 핫핑크돌핀스 제공

넓은 바다를 두고 수족관으로 오게 된 내 사연, 들어볼래?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2005년 4월. 당시 나는 제주 한림읍 비양도 인근 바다를 헤엄치다가 어업활동을 하는 사람들에 의해 혼획(어획 대상종에 섞여 함께 잡힘)되고 말았어. 이후로 제주 퍼시픽랜드 수족관에서 쭉 살게 됐지.

과거 국내 수족관에는 총 8마리의 남방큰돌고래들이 살고 있었어. 그러다 2013년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를 시작으로 7마리의 돌고래들이 순차적으로 바다로 방류됐지. 돌고래를 수족관에 가두고 훈련하며 쇼를 선보이는 행동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일자 학계와 동물단체 등을 중심으로 돌고래들을 바다로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수족관에 있던 남방큰돌고래들이 바다로 돌아가게 된 거야.

바다로 방류되지 못하고 남겨진 남방큰돌고래는 바로 이 몸 혼자뿐! 그런데, 지난해 12월 내가 머물던 수족관이 문을 닫은 후 좋은 소식이 들려왔어. 야호! 홀로 남은 나를 바다로 보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된 거야! 해양수산부와 호반호텔앤리조트(퍼시픽랜드 모기업), 시민단체 핫핑크돌핀스 등이 논의한 끝에 나의 바다 방류가 결정됐고 얼마 전부터 야생 적응 훈련을 시작했단다.

수족관의 전시를 목적으로 고래류를 들여오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마련하는 등 사람들은 내가 바다로 돌아가는 것을 계기로 해양 동물들의 복지 개선에도 힘쓸 예정이라고 해. 정말 다행이지?

 
바다에서 적응 중!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비봉이가 바다로 옮겨지고 있다. 제주=뉴시스


비봉이가 야생 적응 훈련을 하고 있는 가두리(오른쪽) 주변 바다의 모습

바다로 곧바로 풍덩∼하고 뛰어들면 좋겠지만 아직은 그럴 수 없어. 난 오랜 시간을 수족관에서 보냈기에 야생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하대.

방류 전의 돌고래는 2가지 조건을 갖춰야 해. 자연 상태의 활어, 오징어 등을 스스로 먹을 수 있는지가 첫 번째. 다른 야생 돌고래들과 원활하게 교감할 수 있는지가 두 번째지. 난 살아있는 먹이를 스스로 먹을 수 있기 때문에 현재는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연안에 설치된 가두리(그물을 물에 쳐 해양생물을 기르는 곳)에서 야생 적응 훈련 중이야. 이곳을 찾아오는 돌고래 친구들과도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지. 아직 최종적으로 언제 방류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적응이 되면 가두리를 벗어나 넓은 바다로 나갈 거야. 나의 돌고래생 2막, 응원해줄 거지?

▶어린이동아 권세희 기자 ksh0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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