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이 순록을 사냥하고 있는 모습. 폴란드 그단스크대 제공


북극곰이 빙하 위에서 웅크린 채 잠들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과학 아카데미 제공 

북극곰이 순록을 사냥하는 장면이 처음으로 포착됐다. 그동안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고 먹잇감이 부족해지면서 북극곰의 사냥 행동도 달라졌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실제 사냥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폴란드 그단스크대의 레흐 스템프니비츠 교수 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극지 생물학’에 북극곰이 순록을 사냥하는 모습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장면을 처음으로 목격한 사람은 노르웨이 스발바르 군도에 있는 북극 연구기지의 요리사다. 요리사는 기지 인근에서 암컷 북극곰이 해안가에 있는 순록을 사냥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영상으로 촬영했다. 영상에는 북극곰이 100m 거리에 있는 순록의 냄새를 맡고 돌진하는 장면이 담겼다. 영상에 등장하는 수컷 순록은 북극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었지만 1분 만에 붙잡혔다. 순록 사냥에 성공한 북극곰은 바다에서 순록의 사체를 이끌고 해변으로 나와 절반가량을 먹어치웠다.

본래 순록은 북극곰의 주 먹이가 아니다. 북극곰은 빙하에 난 구멍으로 올라오는 물개를 사냥해 잡아먹고 지방을 섭취했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빙하가 녹아내리고 물개를 사냥할 수 없게 되면서 순록을 새로운 먹잇감으로 삼은 것이다. 그동안 북극곰이 순록을 쫒거나 순록 고기를 먹는 장면 12건이 확인됐지만, 이 보고만으로는 북극곰이 순록을 직접 사냥한 것인지 혹은 사체를 우연히 발견하고 먹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영상으로 북극곰이 순록을 사냥하는 전체 과정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국제 북극곰 연구소의 수석 과학자인 스티븐 암스트럽 박사는 “북극곰이 순록으로 먹이를 대체한 것으로는 장기적으로 북극곰의 서식지와 먹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북극곰의 생존을 돕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뼘 더] 기후변화에 내몰린 북극곰의 현실

북극곰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어요. 주요 생활공간인 빙하가 녹아내려 머물 곳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먹잇감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지요. 캘리포니아 과학 아카데미가 개최한 ‘빅픽처 내추럴 월드 사진 공모전’에서도 다 녹아버려 바다를 떠다니는 빙하 위에서 잔뜩 웅크리고 잠든 북극곰의 사진이 화제가 됐어요. 먹이가 부족해 바다새 알을 먹거나 군사 기지의 쓰레기 더미를 파헤쳐 먹이를 구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북극곰이 더 이상 고통 받지 않도록 우리 모두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어린이동아 조윤진 기자 koala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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