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뉴스
  •  기억력·참을성 뛰어난 바다 속 ‘척척박사’
  • 조윤진 기자
  • 2021-09-13 13:4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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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헤엄치고 있는 문어. 내셔널지오그래픽 홈페이지 캡처​


문어가 바다 바닥의 물체를 끌어 모아 특정 상대를 향해 내던지는 모습. 호주 시드니대 제공​


‘문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습은?

동그란 머리에 흐물흐물한 몸, 8개의 다리, 먹물을 내뿜는 깔때기가 생각날 수도 있고 영화에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괴물 같은 모습을 상상하는 어린이도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무척추동물(등뼈가 없는 동물)인 문어는 알고 보면 굉장히 똑똑한 생물이다. 문어(文魚)라는 이름부터 ‘글을 아는 물고기’라는 의미. 실제로 글을 알지는 않지만, 그만큼 높은 지능을 자랑한다는 뜻이다.

피터 갓프리-스미스 시드니대 교수 등 연구진은 최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의 저비스 만에서 상당수 문어가 특정 대상을 겨냥해 물체를 던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문어가 팔을 이용해 자기 굴이나 주변에 있던 조개껍데기, 진흙, 해조류 등을 몸 아래에 끌어 모은 뒤 깔때기에서 내뿜는 물의 힘으로 물체를 멀리 던진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최근 과학전문지 ‘바이오 아카이브’에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러한 행동은 특히 암컷 문어에게서 나타났는데, 짝짓기를 하기 위해 자신을 귀찮게 구는 수컷 문어를 내쫓기 위한 것. 암컷 문어는 평소 물체를 던지며 주변을 정리할 때보다 더 센 힘으로 물체를 던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어는 얼마나 똑똑한 생물이며 얼마나 뛰어난 사고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문어의 다양한 행동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나쁜 기억이 있는 곳은 싫어!


미국 샌프란시스코대 연구팀이 진행한 감정 기억 실험 중 문어가 유리벽에 붙어있다. 샌프란시스코대 제공​

사람은 누구나 두고두고 떠올리는 좋은 기억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피하고 싶은 나쁜 기억도 가지고 있다. 이는 문어도 마찬가지다. 문어는 감정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나쁜 감정을 일으킨 상황을 기억하고 피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대 연구팀은 지난 3월 이 같은 내용의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아이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문어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 2개를 만들고 하나는 문어가 좋아하는 좁고 어두운 방으로, 다른 하나는 문어가 싫어하는 밝고 넓은 방으로 꾸몄다. 이후 연구팀은 문어가 자신이 좋아하는 공간에 들어가자 전류를 흘려 고통을 느끼게 했다. 문어가 본래 좋아하던 공간에 ‘고통’이라는 안 좋은 감정과 나쁜 기억을 심어준 것. 이 경험을 마치고 문어에게 다시 2개의 방 중 하나를 고르게 하자 문어는 앞서 선택한 공간 대신 평소 자신이 싫어하던 방으로 들어섰다. 자신이 평소 좋아하던 공간이라도 그곳에 대해 나쁜 기억이 생기고 난 후에는 더 이상 그 방을 택하지 않는 것이다.

참을성도 뛰어나다고!


미국 시카고대 해양생물연구소, 영국 케임브리지대 공동연구팀의 참을성 실험에 사용된 새끼 문어. 케임브리지대 제공

강아지를 훈련시키는 방법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먹이를 앞에 두고 기다리게끔 하는 것이다. 참을성이 없는 강아지는 ‘기다려!’라는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먹이를 향해 돌진하곤 한다. 반면 참을성이 좋은 강아지는 평균적으로 1분 안팎을 기다릴 수 있다. 그런데 문어의 경우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최대 2분 10초까지 참을성을 유지한다.

지난 3월 미국 시카고대 해양생물연구소, 영국 케임브리지대 공동연구팀은 문어의 참을성을 연구하기 위해 새끼 문어에게 먹이로 새우를 제공하고 문어가 일정 시간 이상을 기다리면 더 많은 새우를 주는 방식의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은 1960년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연구팀이 4살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에서 방식을 따온 것이다. 당시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실험에 참여한 유아가 눈앞에 놓인 마시멜로를 바로 먹지 않고 기다리면 더 많은 마시멜로를 제공해 참을성을 측정했다. 당장의 만족보다 잠시의 기다림이 더 큰 보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얼마나 참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

연구팀의 실험 결과, 문어는 평균 50초에서 최대 2분 10초 동안 눈앞의 먹이를 먹지 않고 기다렸다가 더 많은 새우를 받았다. 이는 연구팀이 침팬지, 까마귀, 앵무새와 같은 척추동물을 대상으로 유사한 실험을 했을 때와 거의 비슷한 수준.

행동생태학자인 알렉산드라 슈넬 케임브리지대 박사는 “척추동물이 아닌 다른 종에서 (문어와 같은) 자기 통제능력과 학습능력이 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어린이동아 조윤진 기자 koala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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