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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수풍뎅이 모방 비행 로봇’ 개발한 건국대 박훈철 교수… 돋보기 든 것처럼 주변을 자세히 관찰해 보세요!
  • 권세희 기자
  • 2021-09-12 1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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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철 건국대 KU융합과학기술원 스마트운행체공학과 교수

하늘을 나는 잠자리, 펄쩍펄쩍 뛰는 메뚜기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곤충들. 이 곤충들이 로봇의 모델이 된다. 바로 ‘생체모방로봇’ 분야에서다. 생체모방로봇은 곤충, 동물, 식물 등 자연물에서 기본구조와 원리를 모방해 로봇을 만들어내는 분야. 살아있는 모든 것이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다.

건국대 박훈철 KU융합과학기술원 스마트운행체공학과 교수는 장수풍뎅이의 날갯짓을 모방한 생체모방로봇을 개발해 지난달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에 선정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수여(상장 등을 줌)하는 이 상은 우수한 연구개발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이바지한 과학자에게 주어진다. 박 교수의 연구결과는 지난해 12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리기도 했다.

박 교수는 왜 장수풍뎅이에 주목했을까. 지난 8일 건국대(서울 광진구)에서 그를 만나 로봇 개발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박훈철 교수가 개발한 장수풍뎅이 모방로봇 ‘KU비틀’


KU비틀의 날개 구조를 설명한 이미지. 박훈철 교수 제공



실제 장수풍뎅이의 날개가 구부려지는 모습


충돌해도 계속 나는 장수풍뎅이의 비밀

“약 10여 년 전 봄이었어요. 길을 걷다가 무당벌레 한 마리를 봤지요.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고 ‘로봇에 적용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박훈철 교수가 생체모방로봇 분야에 처음 관심을 기울일 당시에는 세계 과학계가 새와 같은 동물을 모방하는 연구를 다수 수행하던 시기였다. 그런데 그의 눈에 띈 것은 새가 아닌 곤충이었다. 새처럼 ‘꼬리 날개’가 없어도 날 수 있고, 평소에는 날개를 숨기고 있는 곤충이 흥미롭게 느껴졌기 때문. 특히 곤충들은 몸 속 근육을 통해 날갯짓을 하고, 크기가 작아 활용할 수 있는 곳이 많다는 것도 박 교수에겐 매력으로 다가왔다고. 박 교수는 이후 장수풍뎅이를 깊이 연구하기 시작했다.

“실험실에 초고속 카메라를 설치해 장수풍뎅이를 관찰했어요. 장수풍뎅이는 외부 장애물과 충돌해도 계속 날더라고요. 비행할 때 쓰이는 근육이나 날갯짓을 연구했어요. 장수풍뎅이는 뒷날개가 종이접기를 하듯 접혔다가 바로 펴져 장애물과 충돌해도 계속 날 수 있었던 거죠. 바로 이 점을 로봇 날개에 활용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 교수가 개발한 장수풍뎅이 모방로봇의 이름은 ‘KU비틀’. 로봇의 날개 뼈대 위쪽에는 탄성(원래로 돌아가려는 힘)이 좋은 형상기억합금 장치가 붙여졌는데, 이 장치가 충돌에너지를 흡수하고, 날개를 빠르게 접혔다가 펴질 수 있도록 돕는다.

“이 로봇은 군사·안보적으로도 이용 가치가 높아요. 테러리스트와 대치하는 상황에서 로봇이 하늘을 날며 위험을 탐지하는 ‘정찰병’ 역할을 할 수 있는 거죠. 자연관찰에서도 유용해요. 로봇은 실제 장수풍뎅이와 모습이 똑같거든요. 다른 동물들을 관찰하기 위해 자연 속에 두어도 전혀 이질감(성질이 서로 달라 낯설거나 잘 맞지 않는 느낌)이 없답니다.”



KU비틀의 날개가 구부러지는 모습


생체모방로봇을 만들기 위해 개발한 초기 모델들


생체모방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로봇을 살펴보고 있는 박훈철 교수

계속 보고, 궁금해 하고!

하늘을 훨훨 나는 곤충로봇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냈지만 이면(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에는 셀 수 없는 인내가 있었다. 박 교수는 야행성(낮에는 쉬고 밤에 활동하는 습성) 곤충인 장수풍뎅이가 나는 모습을 관찰하기 위해 밤낮없이 연구에 매진했다. 장수풍뎅이가 나는 모습을 정확하게 촬영하고 분석하는 데만 5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는 “장수풍뎅이를 관찰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다. 비행하는 모습을 정확하게 보기 위해서 수백 번, 수천 번을 다시 관찰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런 끈질김의 원동력(어떤 움직임의 근본이 되는 힘)을 바로 ‘물음표’, 즉 ‘호기심’이라고 답했다.

“무엇인가를 궁금해 한다는 것은 그 대상이 재미있다는 것입니다. 호기심을 가지고 대상을 바라보면 보이지 않던 것도 보여요. 저는 자연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연구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재미가 연구에 매진하는 가장 큰 힘입니다.”

물 위를 뛰는 날치를 보고 흥미를 느껴 날치로봇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박 교수는 어린이들에게 책 외에도 주변에서 배울 거리를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주변을 둘러보세요. 우리 근처에 있는 자연물을 자세히 살피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길을 걷는 강아지나, 물속을 휘젓는 물고기에서도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답니다!”

▶어린이동아 권세희 기자 ksh0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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