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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는 어떻게 인간과 친해졌을까?
  • 이채린 기자
  • 2021-01-14 16: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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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인간의 '찐 우정'

인간의 오랜 친구인 개. 인간과 개가 어떻게 가까워졌는지는 예전부터 과학계의 큰 관심을 받아온 주제였다.

개는 늑대와 유전자가 99.96% 비슷하고 서로 새끼도 낳을 수 있다. 이에 야생 늑대가 인간과 가까워지면서 개로 진화했다는 추론은 거의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지금까지 발견된 개 유골(남은 뼈) 중 가장 오래된 것이 약 3만3000년 전의 것으로 미루어 인간과 개는 구석기 시대부터 함께한 것으로도 추측된다.

여기서 궁금하다. 그렇다면 야생 늑대는 어떤 과정을 거쳐 개로 진화해 인간과 ‘찐 우정’을 나누게 된 걸까? 이를 두고 과학계에선 많은 가설이 제기되어 왔다. 최근엔 빙하기에 인간이 남긴 고기를 늑대가 먹었던 데서 원인을 찾는 주장이 나왔다. 지금껏 나온 가설을 토대로 인간과 개는 어떻게 친해졌는지 추측해보자.

우리 아기처럼

개와 인간의 관계를 연구한 가설 중 오랜 기간 주목 받은 건 세계적 개 연구학자인 미국 햄프셔대 레이먼드 코핑거 교수가 제시한 ‘피노키오 가설’이다. 동화 ‘피노키오’에서 제페토 할아버지가 피노키오를 자식같이 키운 것처럼 인간이 늑대 새끼를 일부러 데려다 키우면서 개와 가까워졌다는 것.

구석기 시대에 인간과 개는 같은 사냥감을 두고 자주 충돌했다. 인간은 늑대 동굴을 습격해 무리를 없애기도 했는데, 그 과정에서 가족을 잃은 새끼를 죽이지 않고 데려와 키웠다. 공격적인 늑대는 없애고 사람을 잘 따르는 온순한 늑대만 남겼다. 온순한 늑대들끼리 수천 세대에 걸쳐 번식한 결과 오늘날 개가 됐다고 보는 것.

오늘날 몽골 서부와 키르기스스탄 등에 사는 유목민(이동하며 사는 민족)들이 늑대를 대하는 전략이 이 가설을 뒷받침한다. 이들에게 늑대는 가축을 공격하는 골칫거리다. 이 늑대의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늑대 보금자리에서 새끼를 훔쳐와 키우거나 판다. 보통 생후 20일 전의 새끼를 데려오는데 어릴수록 인간을 잘 따르기 때문이다.

남긴 음식 먹다가

또 다른 가설은 늑대가 인간이 남긴 음식을 먹기 위해 먼저 인간에게 다가왔다는 주장이다.

2013년 스웨덴 웁살라대 연구팀은 전 세계 개 60마리와 늑대 12마리의 게놈(한 생물이 가지는 모든 유전 정보)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개가 늑대에 비해 녹말을 분해하는 능력이 5배 뛰어났다. 녹말의 원재료였을 곡식, 열매 등은 당시 인간의 주된 음식이었다. 다쳤거나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배고픈 늑대들이 인간 주위에 버려진 음식 쓰레기를 먹다가 인간과 가까워졌다는 말이다.

최근 핀란드식품국의 고고학자 마리아 라흐티넨 박사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의 내용도 이와 비슷하다. 빙하기에 초식을 주로 했던 인간은 필요한 칼로리의 일부만 단백질로 먹을 수 있었고 그 이상 먹으면 소화를 하지 못했다. 인간은 사냥감을 잡아 지방 위주로 먹고 살코기를 남겼다. 이때 추운 날씨로 사냥을 하지 못했던 배고픈 늑대가 남는 살코기를 먹었다. 그 근거로 초기 개 유골들이 빙하기에 다른 지역보다 더 추웠던 유라시아 북부 지역에서 주로 나왔다는 점을 들었다.

최고의 사냥 동맹

이렇게 만난 인간과 늑대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먼저 둘의 사회 구조가 비슷해 늑대는 인간 사회에 쉽게 적응했다. 서열이 가장 높은 ‘알파 수컷’이 늑대 무리를 이끌고 사냥감을 나눠주기 때문에 다른 늑대들은 알파 수컷에 절대적으로 복종한다. 이는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부족 사회와 비슷했다.

인간과 늑대의 관계는 서로에게 이득이기도 했다. 늑대는 먹이를 주는 인간이 있어 치열하게 사냥하지 않아도 됐고 인간은 집을 지키거나 사냥을 할 때 늑대를 이용했다. 인간이 늑대를 첫 가축으로 길들이면서 결국 개가 나타난 것.

미국의 진화인류학자인 팻 시프먼은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가 덩치가 큰 네안데르탈인을 제치고 살아남은 데에는 인간과 개의 사냥 동맹이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개가 사냥감을 추격해 힘을 빼놓으면 호모 사피엔스가 창과 화살로 숨통을 끊는 적절한 역할 분담으로 사냥감을 차지한 것. 시프먼은 약 20만년 간 유럽을 지배했던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시기와 인간과 개가 함께하기 시작한 시기가 같은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도움말=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늑대와 개. 포틀랜드 홈페이지 캡처


반려견. 뉴시스 자료사진


시베리아에서 발견된 약 3만 3000년 전의 개 두개골. 스미스소니언 매거진 홈페이지 캡처


늑대. 사이언스 매거진 홈페이지 캡처


▶어린이동아 이채린 기자 rini1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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