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세상
  •  [2020년 9월 문예상 장원] 착한 사람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20-09-28 14: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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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아진(경기 김포시 장기초 6)



비가 우수수 내리는 장마철이었다. 아침에는 괜찮았던 날씨가 해가 저물어 갈수록 점점 먹구름이 끼더니 학원 수업 중에는 비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소나기인 줄 알았는데 수업이 진행될수록 비는 더 내렸다. 

학원 수업이 끝난 9시 반. 비가 다행히 조금은 그쳤다. 빨리 뛰어서 집으로 가려고 했지만 마침 비가 더 세게 오기 시작했다. 하필 빨간 신호등에 걸려서 어쩔 수 없이 비를 맞고 있었다.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오셔서 안 그래도 작은 우산을 나에게 씌워주셨다. 아주머니 손에 검은 봉지가 있었는데 대파, 양파와 같은 채소가 있는 것으로 보아 장을 보고 오시는 길이었던 것 같았다. 아주머니는 비를 맞으시면서 내 손에 하나밖에 없는 우산을 건네셨다. 

“괜찮아요. 저 조금만 뛰어가면 집이에요.” “학생, 우산 가져가. 아줌마 집에 우산 많아.” “그런데 아주머니도 비 맞고 계시잖아요.” “괜찮아. 어차피 집에 가서 씻으려고 했어.” “그럼 같이 쓰고 가요.” “학생 집은 어디야?” “저는 신호등만 건너면 금방 집이에요.” “같이 쓰고 가자.”

결국 작은 1인용 우산을 함께 쓰고 가게 되었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침을 뱉고 욕을 하는 사람을 자주 봐서 그런지 이렇게 마음씨 좋은 사람을 만난 것이 뜻밖이었다. 나였다면 우산을 주지 못했을 것 같다. 

아주머니와 아파트 놀이터를 지나가는데 저 멀리서 엄마가 우산 하나를 들고 걸어오고 계셨다. 아주머니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엄마께서 아주머니가 누구냐고 물으셨다. 나는 대답했다. “착한 사람.”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 거센 비가 올 때 우산을 건네주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다른 사람에게 우산을 건네주거나 길 고양이에게 밥을 나눠주거나 개미를 밟지 않도록 살피며 걷는 것처럼 모든 생명과 나의 마음을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심사평

이미 우리 가까이에 있고,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할 새 우리 가까이에 와있는 것들이 많지만 그것이 우리 주변에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습니다. 지난 9월, 많은 어린이동아 독자들이 문예상 코너에 보내 온 수많은 작품 중에선 ‘가까이 있지만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는데요. 장원으로 뽑힌 세 작품이 대표적입니다.


으뜸상으로 뽑힌 ‘착한 사람’은 오랜만에 접하게 된 산문 작품이었어요. 우리 주변에는 가족과 친구도 있지만 이따금씩 우리에게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건네주는 소중한 이웃들도 있습니다. 비가 내리는 하굣길, 하릴없이 비를 맞고 있던 나에게 우산을 건네 준 아주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 주변에는 ‘나쁜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어요. 아주머니와 헤어진 뒤 나와 엄마가 나누는 대화를 극적으로 표현해 ‘착한 사람’의 의미에 대해 독자들이 생각해볼 수 있도록 글을 구성한 점이 아주 돋보였어요.


우리가 깨닫지 못한 새 가을도 어느덧 우리에게 성큼 다가오고 있는 계절입니다. 버금상으로 뽑힌 ‘가을’과 ‘여름, 어느덧’은 가을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두 작품 모두 남다른 시각이 돋보였는데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과 결부해 작품 ‘가을’은 우리가 집안에 꼭꼭 숨은 사이 가을이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아주 참신한 표현을 해주었습니다. 얼마 전 연이어 우리나라에 들이닥친 태풍을 사람들이 집에만 있어 가을이 심술을 내는 것이라고 한 표현도 아주 좋았어요.


또 다른 버금상인 ‘여름, 어느덧’도 남다른 시각을 엿볼 수 있었어요. 다른 작품과 달리 오고 있는 가을을 반기는 것에서 나아가 지나간 여름에 대한 아쉬움이 담겨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지나가는 여름을 잡았으면 엄마의 흰머리도 늘지 않았을 텐데’라는 표현에선 어머니를 끔찍하게 생각하는 어린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네요. 세 어린이 모두 훌륭한 작품을 보내줘서 고마워요! 앞으로도 문예상 코너에 좋은 작품을 보내주세요! 


▶어린이동아 취재팀​

▶어린이동아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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