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뉴스
  • [오늘의 뉴스] 노벨상 발표 후 한강이 내놓은 첫 글, 외할머니와의 추억 담았다
  • 남동연 기자
  • 2024-10-17 13:38:00
  • 인쇄프린트
  • 글자 크기 키우기
  • 글자 크기 줄이기
  • 공유하기 공유하기
  • URL복사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인터뷰를 하는 모습. SVT 홈페이지 캡처



노벨 문학상 발표 이후 한강 작가가 첫 글을 내놓았어요. 제목은 ‘깃털’로, 최근 발행된 뉴스레터 형식의 무크지(책과 잡지의 성격을 지닌 비정기간행물) ‘보풀’에 실렸지요.



한강 작가는 외할머니와의 추억을 900여 자로 담아냈어요. 어린 시절 방학을 맞아 외갓집에 내려갔을 때 할머니가 간식을 챙겨준 기억, 대학 시절 할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린 기억 등을 써 내려간 것.



한강 작가는 소설 ‘흰’을 내면서 결코 더럽혀지지 않는 흰색에 대해 집중한 바 있는데요. ‘깃털’에도 ‘흰 새의 깃털 같은 머리칼’ ‘유난히 흰 깃털을 가진 새’ 등 흰색을 따스하게 표현하면서 할머니의 머리카락을 흰 새의 깃털 같다고 했지요. 아래는 ‘깃털’의 전체 글입니다. 읽어보면서 할머니와 나의 추억을 떠올려보는 것도 좋겠죠?



<깃털> 



문득 외할머니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를 바라보는 얼굴이다. 사랑이 담긴 눈으로 지그시 내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손을 뻗어 등을 토닥이는 순간. 그 사랑이 사실은 당신의 외동딸을 향한 것이란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등을 토닥인 다음엔 언제나 반복해 말씀하셨으니까. 엄마를 정말 닮았구나. 눈이 영락없이 똑같다.



외갓집의 부엌 안쪽에는 널찍하고 어둑한 창고 방이 있었는데, 어린 내가 방학 때 내려가면 외할머니는 내 손을 붙잡고 제일 먼저 그 방으로 가셨다. 찬장 서랍을 열고 유과나 약과를 꺼내 쥐어주며 말씀하셨다. 어서 먹어라. 내가 한입 베어무는 즉시 할머니의 얼굴이 환해졌다. 내 기쁨과 할머니의 웃음 사이에 무슨 전선이 연결돼 불이 켜지는 것처럼.



외할머니에게는 자식이 둘뿐이었다. 큰아들이 태어난 뒤 막내딸을 얻기까지 십이 년에 걸쳐 세 아이를 낳았지만 모두 다섯 살이 되기 전에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늦게 얻은 막내딸의 둘째 아이인 나에게, 외할머니는 처음부터 흰 새의 깃털 같은 머리칼을 가진 분이었다.



그 깃털 같은 머리칼을 동그랗게 틀어올려 은비녀를 꽂은 사람. 반들반들한 주목 지팡이를 짚고 굽은 허리로 천천히 걷는 사람. 대학 1학년 여름방학에 혼자 외가로 내려가 며칠 머물다 올라오던 아침, 발톱을 깎아드리자 할머니는 ‘하나도 안 아프게 깎는다… (네 엄마가) 잘 키웠다’고 중얼거리며 내 머리를 쓸었다. 헤어질 때면 언제나 했던 인삿말을 그날도 하셨다. 아프지 마라. 엄마 말 잘 듣고. 그해 10월 부고를 듣고 외가에 내려간 밤, 먼저 내려와 있던 엄마는 나에게 물었다. 마지막으로 할머니 얼굴 볼래?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손을 잡고 병풍 뒤로 가 고요한 얼굴을 보여주었다.



유난히 흰 깃털을 가진 새를 볼 때, 스위치를 켠 것같이 심장 속 어둑한 방에 불이 들어올 때가 있다.



*부고 세상을 떠남을 알림.


*병풍 바람을 막거나 무엇을 가리거나 장식용으로 사용하는 물건. 과거 장례식장에서는 시신을 모신 관 앞에 병풍을 펼쳐두기도 했다.



[한 뼘 더] “조용히 글쓰기에 집중하고파”


한강 작가는 노벨상 수상 이후 스웨덴의 공영방송 SVT와 처음으로 인터뷰를 했어요. 한 작가는 “지금 주목을 받기보단, 여유를 갖고 글쓰기에 집중하고 싶다”고 밝혔지요. 또한 현재 쓰고 있는 짧은 소설을 이번 달이나 다음 달 중 마무리하겠다고 말해 기대를 높였답니다.


▶어린이동아 남동연 기자 nam0116@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KB금융그룹 캠페인	KB금융지주 캠페인	용인시청 권지단
  • 댓글쓰기
  • 로그인
    • 어동1
    • 어동2
    • 어동3
    • 어동4
    • 어솜1
    • 어솜2
    • 어솜3

※ 상업적인 댓글 및 도배성 댓글, 욕설이나 비방하는 댓글을 올릴 경우 임의 삭제 조치됩니다.

더보기

NIE 예시 답안
시사원정대
  • 단행본 배너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