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동물의 똥은 밭의 거름으로 사용되는 등 활발하게 이용됐지만 최근에는 그저 폐기처분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흔히 더럽고 쓸모없는 것으로 비유되는 똥이지만 실제로는 유용하게 쓰이는 경우도 많다. 최근 핀란드의 한 경마장에서는 말의 똥을 이용해 경기장 운영에 필요한 전기를 생산해 눈길을 끌었다. 말 거름을 이용한 전기 생산은 기존의 화학연료를 이용하는 것에 비해 친환경적이라는 면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동물 똥의 유용성을 밝히기 위해 이를 따로 연구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세계의 연구진들에 의해 밝혀진 동물 똥을 쓸모 있게 활용하는 사례들을 살펴본다.​

식성 좋은 친구 똥으로 도움 받았죠

코알라. ABC 홈페이지 캡처​

코알라의 똥

하루에 20시간 가까이 쿨쿨 잠을 자고 나머지 시간은 먹거나 휴식을 취하며 사는 코알라. 코알라의 주식은 상쾌한 향기를 가진 나무 유칼립투스다. 이 유칼립투스는 다양한 영양소를 포함하고 있지 않으므로 코알라는 많은 잠을 통해 에너지를 아낀다.

코알라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 취약종이다. 코알라 가죽을 이용하려는 밀렵꾼들에 의해 그 수가 현저하게 줄어든 후 남아있는 코알라를 보호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코알라의 까다로운 식성은 그들의 생존력을 낮추는 데 영향을 미친다. 웨스턴시드니대학의 무어 교수 연구팀은 유칼립투스가 풍부한 지역으로 코알라를 옮겨도 생존하지 못하는 이유를 연구하다가 코알라의 장내 미생물에 따라 소화능력이 달라지는 것을 알게 됐다. 섭취하는 유칼립투스 종류에 따라 장내 미생물의 군집(일정한 지역 내에서 생활하는 생물의 모임)이 달랐던 것.

연구진은 서로 다른 유칼립투스를 먹는 코알라의 대변에서 미생물을 추출해 알약으로 만들어 코알라들에게 먹였다. 그 결과 장내 미생물 환경이 변화했고 한 종의 유칼립투스만 먹던 코알라가 다양한 유칼립투스를 먹고 소화시킬 수 있게 됐다.

연구진은 대변이식을 통해 코알라가 먹는 유칼립투스가 다양해짐에 따라 환경 변화에 대한 코알라의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짧지만 강력한 판다 장의 비밀


판다. BBC 홈페이지 캡처​

판다의 주식은 대나무다. 비슷한 생김새의 다른 곰들이 작은 동물이나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육식을 주로 하는 것과는 다르게 판다는 대나무를 주로 먹으며 살아간다.

최근 중국과 오스트레일리아 연구진이 과학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판다는 대나무의 어린잎이나 죽순을 주로 먹으며 전체 섭취 에너지의 50%에 달할 정도로 단백질을 풍부하게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성으로 보면 초식동물이지만 흡수하는 에너지로 보면 육식동물에 더욱 가까운 것.

판다는 또한 육식동물처럼 짧은 소화기관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자들은 육식동물처럼 짧은 소화기관을 가진 판다가 대나무를 먹고 영양분을 얻는 과정에 주목해왔다.

미국 미시시피주립대 연구팀은 판다의 배설물에서 나무의 섬유소를 분해하는 효소를 발견해냈다. 이 효소 덕분에 판다는 짧은 장으로 질긴 대나무를 소화시키면서도 최대한의 영양분을 빠르게 뽑아낼 수 있었던 것. 연구팀은 이 미생물을 활용하면 옥수수나 사탕수수 같은 곡물이 아니라 식용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야생의 풀, 나무, 농작물 찌꺼기 등을 이용해 바이오 연료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도 내다봤다.​

▶어린이동아 이지현 기자 easy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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