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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생충’부터 ‘어벤져스’, ‘겨울왕국’까지… 흥행 영화 속 번역의 비밀
  • 최유란 기자
  • 2019-06-23 1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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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파구리’는 영어로 어떻게 표현됐을까?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해외에서 잇따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달 한국 영화로는 최초로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데 이어 지난 16일에는 호주 시드니영화제에서도 대상인 ‘시드니 필름 프라이즈’를 받는 영예를 안았다.

‘기생충’이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 자체의 완성도 외에도 ‘번역’이 큰 몫을 했다는 평이 많다. 봉 감독 스스로가 언급한 것처럼 한국적 요소가 곳곳에 반영된 영화임에도 외국인 또한 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적절한 번역’이 세계적 흥행의 일등공신이라는 것. 반대로 해외 영화가 한국에서 흥행하기 위해서도 ‘좋은 번역’의 힘은 필수다. 흥행 영화 속 숨겨진 번역의 비밀을 탐구해보자.​


세계적인 호평을 얻고 있는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짜파구리’가 ‘람동’(Ramdong)으로 변신

영화 ‘기생충’에선 주인공 가족이 위기에 처하는 급박한 순간, 한국인에겐 익숙한 명칭이 등장한다. 바로 짜장맛 라면인 ‘짜파게티’와 우동 라면 ‘너구리’를 조합한 합성어 ‘짜파구리’가 그것. 한국인이라면 쉽게 알 수 있는 용어지만 외국인은 이해하기 힘든 ‘짜파구리’는 도대체 어떻게 번역됐을까.

‘기생충’의 영어 번역가인 달시 파켓이 번역하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었다고 털어놓기도 한 ‘짜파구리’는 영어 버전에서 ‘람동’(Ramdong)으로 재탄생했다. 라면과 우동을 합쳐 새로운 신조어를 탄생시킨 것. ‘짜파게티’나 ‘너구리’라는 상표를 알지 못하는 외국인의 눈높이를 고려하면서도 두 가지 다른 라면이 합쳐진 ‘짜파구리’의 느낌은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고민한 결과다.

영화 속에서 중요한 상징 중 하나로 등장하는 ‘수석’(관상용의 자연석) 또한 외국인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개념이다. 이에 달시 파켓은 풍경(Landscape)과 돌(Rock)을 뜻하는 영어 단어를 합쳐 ‘Landscape Rock’이라는 용어로 ‘수석’을 표현하는 재치를 발휘했다.

이 외에도 ‘서울대’는 세계적 명문대인 영국의 ‘옥스퍼드대’로, 한국인이 주로 쓰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은 해외에서 널리 쓰이는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으로 번역해 외국인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처럼 한국적 상징과 유머를 유연하게 전달한 번역 덕에 ‘기생충’은 칸 국제영화제 상영 당시 외국인들로 가득 찬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드는 데 성공하고 좋은 평가도 받을 수 있었다.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 3편에서 오역 논란을 일으킨 용어 ‘엔드게임’은 4편에서 부제로 사용됐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최종 단계’를 ‘가망이 없다’로?

번역이 잘 될 경우 다른 나라 관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관객과의 소통에 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최근 역대 글로벌 흥행 2위를 기록하며 뜨거운 열기 속에 마무리된 ‘어벤져스’ 시리즈가 그 예.

‘어벤져스’ 시리즈 3편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긴장이 고조된 클라이맥스 장면, ‘닥터 스트레인지’가 ‘어벤져스’ 멤버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온 ‘타임스톤’을 악당 ‘타노스’에게 순순히 넘겨주자 ‘아이언맨’은 이유를 묻는다. 그에 대한 ‘닥터 스트레인저’의 대답은 “We’re in the endgame now”.

이 문장은 국내에서 “이제 가망이 없다”로 번역돼 상영됐다. 그러나 사실 ‘Endgame’(엔드게임)이 체스 용어로, ‘최종 단계’의 의미로 영화에서 쓰였다는 것이 알려지며 오역 논란이 불거졌다. 심지어 ‘어벤져스’의 다음 시리즈인 4편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는 해당 용어가 부제로 사용됐고, 국내 관객들의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그만큼 영화 속에서 상징적으로 쓰인 용어를 정반대로 해석했다는 것. 결국 오역 논란은 외신에까지 보도,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선 번역가가 교체되기도 했다.


영화 ‘Frozen’(왼쪽)은 국내에서는 ‘겨울왕국’(오른쪽)으로 번역돼 개봉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겨울왕국’의 원래 제목은?

번역의 효과는 제목에도 적용된다. 영화 제목은 기존의 제목, 즉 원제를 그대로 해석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많지만, 제목이 관객의 관람 여부와 직결되는 만큼 상영되는 나라의 언어나 관객의 특성 등을 고려해 번역하는 경우도 많다.

올 12월, 2편 개봉을 앞둔 영화 ‘겨울왕국’이 그 예다. ‘겨울왕국’의 원제는 ‘Frozen’. 직역하면 ‘얼어붙은’이란 뜻이다. 그러나 한국어로 번역했을 때의 어감과 어린이 관객이 많을 것 등을 고려해 영화 속 얼어붙은 왕국을 좀 더 직접적으로 표현한 ‘겨울왕국’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서 개봉했고 큰 사랑을 받았다.

비슷한 예로 영화 ‘Night at the Museum’(박물관의 밤) 시리즈 또한 한국에서는 ‘박물관이 살아있다’라는 제목으로 번역돼 많은 관객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어린이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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