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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 사설]두 장벽

미국 샌디에이고 국경에서 공개된 장벽의 시제품. 샌디에이고=AP뉴시스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나라와 나라를 가르는 경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약으로 설치를 약속한 장벽의 시제품(시험 삼아 만든 제품)이 18일 공개됐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남쪽 국경에 콘크리트와 철근 재질로 세워진 시제품 8개의 높이는 5.5∼9.1m에 이른다. 이만한 크기의 시제품이 장장 3000㎞에 이르는 국경지대에 세워진다면 그야말로 현대판 ‘만리장성’이 될 것이다.

 

장벽은 본래 다른 나라의 침입을 막으려고 만들었다. 고대 로마의 하드리아누스 장벽은 ‘야만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만들었고, 고대 중국의 만리장성은 ‘오랑캐’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만들었다. 야만족이냐 아니냐, 오랑캐냐 아니냐의 기준이 그 장벽의 어느 쪽에 사느냐에 따라 결정됐다.

트럼프는 멕시코를 통한 미국으로의 밀입국(몰래 국경을 넘어 들어옴)이 경제적으로는 외침(다른 나라의 침입)이라고 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본 것 같다.

 

무역장벽을 없애고 자유롭게 무역할 수 있도록 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채택했던 미국과 멕시코 두 나라가 NAFTA를 폐기하고 장벽을 세우겠다니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그러나 눈을 돌려 보면 세계에서 가장 강고(굳세고 튼튼함)한 장벽은 한반도를 남북으로 가르는 철책(쇠로 만든 울타리)과 지뢰 지대다. 이곳은 독일 베를린장벽이 붕괴된 이후 남아 있는 유일한 철의 장막이다.

 

11월 트럼프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휴전선을 방문한다느니 마느니 말이 많다. 있는 장벽도 허물지 못하면서 마음의 장벽을 더 높이 쌓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얼마나 먼 길을 더 헤매야 사람들은 장벽을 허물 수 있을까.

 

동아일보 10월 21일 자 송평인 논설위원 칼럼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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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6 22:34:2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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