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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직업 24시] [이 직업 24시]‘한내 지혜의 숲’ 지은 장윤규 건축가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7-10-09 22:3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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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 꼭 필요한 재료 상상력

[이 직업 24시]‘한내 지혜의 숲’ 지은 장윤규 건축가

서울 노원구 한내근린공원을 걷다보면 삼각형의 산 모양을 닮은 금속 지붕이 눈에 띈다. 지붕에는 반사된 하늘이 반짝반짝 빛난다. 하늘, 나무와 어울려 공원에서 또 하나의 숲을 이루고 있는 이 공간. 올해 3월 문을 연 서울 노원구청이 운영하는 어린이 도서관 ‘한내 지혜의 숲’이다.


한내 지혜의 숲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특별히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천장까지 높게 이어진 창문을 통해 투명한 햇볕이 내리쬐기 때문. 어린이들은 미로처럼 생긴 도서관 안을 옮겨 다니며 재잘거리거나 책꽂이와 창문 사이의 좁은 틈이나 나무 계단에 기대어 책을 읽는다.


이 도서관을 설계한 건축가 장윤규 씨와 신창훈 씨는 한내 지혜의 숲으로 2017년 제35회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받았다. 어린이를 위한 시설인 한내 지혜의 숲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건축가를 꿈꾸는 어린이동아 독자 김수진 양(경기 구지초 5)이 최근 건축가 장 씨가 대표로 있는 운생동 건축사사무소(서울 성북구)에서 그를 만났다.

 

 

옆에는 친구가, 위에는 하늘이

 

한내 지혜의 숲을 짓기 전 만든 모형(왼쪽)과 한내 지혜의 숲을 앞에서 바라 본 모습. 윤준환 사진작가 제공
 


김 양은 장 씨에게 “한내 지혜의 숲을 지으실 때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부분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었다.


장 씨는 “어린이들이 책을 읽다가 머리를 들면 하늘이 보이는 도서관을 짓고 싶었다”고 답했다. 어린이들이 건물 안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책을 읽고 시간을 보내는 느낌을 받도록 한 것이다.


한내 지혜의 숲의 특징은 어린이들이 책꽂이, 책상, 벽 사이에 구석구석 앉아있을 만한 자투리 공간이 많다는 것. 이런 아이디어는 장 씨가 일곱 살인 그의 아들을 지켜보면서 얻게 됐다.


“아들에게 장난감 블록으로 비행기를 만들어보자고 하면 공항과 자신이 머무를 방을 함께 만드는 것을 보고 어린이들이 ‘나만의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알게 됐지요.”(장 씨)


그는 “어린이들이 미로처럼 생긴 벽 사이에 들어가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시간을 보낸다”며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서로를 관찰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이 공간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이곳의 특징은 ‘문이 없다’는 것. 도서관, 프로그램실, 카페 등 내부 공간이 구분되어 있지 않고 열려있다. 장 씨는 “어린이들이 한내 지혜의 숲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열린 공간’으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주변 모든 것이 상상력의 재료

 

한내 지혜의 숲 건물 안의 모습


“평소 건축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으시나요”라고 김 양이 질문하자 장 씨는 갑자기 눈앞에 있던 하얀색 A4용지를 구긴 뒤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놀란 표정의 김 양에게 장 씨는 “이런 모양의 건물도 지어질 수 있다”며 “주변의 모든 사물이 아이디어의 소재가 된다”고 했다. 창가에 놓인 화분을 보고 ‘건물 모양을 화분처럼 만들어 볼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 이 아이디어는 실제로 2015년 그가 ‘투명한 풍경’이라는 거대한 화분 모양의 기념물을 만드는 데 사용되기도 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고교생 시절부터 시인 이상의 시집을 즐겨 읽었다는 장 씨는 많은 책 중에서도 단어의 숨겨진 뜻을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시집을 추천했다.


건축가가 꿈인 김 양이 사그라다 파밀리아성당을 지은 것으로 유명한 스페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를 좋아한다고 하자 장 씨는 “건축을 하려면 수학 지식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가우디가 지은 성당은 곡선으로만 지어졌다. 문, 벽, 기둥, 지붕마다 매끄러운 곡선을 나타내기 위해 정교한 각도와 여러 수학 공식들이 필요했던 것. 결국 건축은 국어, 사회, 수학, 과학, 미술 등을 모두 합한 종합 예술이라는 이야기다.

 


“이야기꽃이 피는 집”


물결 모양의 벽이 있는 예화랑 갤러리(서울 강남구),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동그라미로 장식된 복합문화공간 크링(서울 강남구) 등 화려한 건축 디자인을 선보여 온 장 씨. 그는 지금 어떤 집에서 살고 있을까? 장 씨는 “집의 겉모양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편안하고 화목하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현재 TV를 없앤 집에서 살고 있다”고 답했다.


“TV가 없으면 심심하거든요. 아들이나 아내에게 한 마디씩 더 걸고 놀면서 같이 시간을 보내게 되지요. 어린이들도 TV나 스마트폰만 보기 보다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조잘 조잘 일상을 나누면서 이야기꽃이 피어나는 집을 만들기를 바랍니다.”(장 씨)


▶글 사진 심소희 기자 sohi07@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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