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드림’은 어디로
다카를 수호하라’라고 적힌 피켓과 미국 국기를 들고 행진하는 미국시민들. 워싱턴DC=AP뉴시스 |
미국 전역에서 ‘다카(DACA)’ 프로그램 폐지 반대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다카 프로그램은 미국에 불법으로 머무르는 청년들을 당장 추방하지 않고 학교에서 공부를 하거나 회사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07년 6월 15일 이전에 △부모를 따라 △만 16세 이전에 미국에 불법 입국한 30세 미만 청년들의 배울 권리와 일할 권리를 보호하고자 2012년 결정한 행정명령(법률에 버금가는 규칙)이다.
불법이민자의 자녀라도 미국에서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드리머(Dreamer·꿈꾸는 사람)’라고 불리는 이 청년들은 2년 동안 일하거나 공부한 뒤 연장이 가능한 노동허가증과 운전면허증을 취득(얻음)할 권리 등을 받는다.
미국 AP통신은 “미국의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이 6개월 뒤 다카 프로그램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불법이민자들이 차지한 일자리를 미국인들에게 돌려주고 합법적인 이민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 그 이유. 이로 인해 약 70만 명의 드리머들이 내년 3월 5일부터 혜택을 잃고 추방될 예정이다.
다카 프로그램의 폐지가 발표된 이후 미국 전역에서는 이 결정을 반대하는 시위와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일간신문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뉴욕, 매사추세츠, 워싱턴, 코네티컷 등 15개 주가 ‘미국의 핵심 가치인 다양성에 어긋나는 결정’이라며 뉴욕 동부 연방지방법원에 다카 프로그램 폐지 관련 소송을 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도 다카 프로그램 폐지가 ‘인재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펴고 있다.
▶미국의 별명은 무엇일까요? 용광로를 뜻하는 ‘멜팅 팟(melting pot)’입니다. 여러 인종, 문화, 민족 등이 뒤섞여 있다는 뜻이지요. 이는 ‘다양성’이 미국의 주요 가치가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최근 트럼프 정부가 다카 프로그램을 폐지하기로 한 것은 이러한 미국의 가치를 저버린 결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미국은 영국에서 건너 온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이며, 미국이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기까지 사실상 세계 각국에서 온 이민자들의 공로가 컸기 때문이지요.
미국 이민국의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드리머 가운데 86.9%는 현재 고용된 상태이며 이들은 시간당 약 14달러(약 1만6000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이 추방되면 실리콘밸리(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첨단 기술 단지)에 타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요. 팀 쿡 애플 CEO는 직원들에게 “애플의 동료 가운데 약 250명이 ‘드리머’”라며 “애플은 이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의회 지도자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아메리칸 드림’은 누구든 아메리카 대륙에 오면 꿈을 펼치고 이룰 수 있다는 뜻을 담은 말입니다. 이 ‘아메리칸 드림’이 미국인들의 일자리 문제와 부딪치면서 갈등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심소희 기자 sohi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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