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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이 자라는 옛이야기] [생각이 자라는 옛이야기]골칫덩이 쥐 떼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7-09-10 22: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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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고양이 쥐잡기 (1)

일러스트 임성훈
 
 

《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 영역의 지문이 길고 어렵게 출제되면서 초등생 때부터 독해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어린이동아와 한국고전번역원이 기획한 ‘생각이 자라는 옛이야기’는 우리 고전 속 신기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읽으며 독해력과 사고력을 키우는 코너입니다. 2주에 한 번 월요일에 연재됩니다. 비유와 해학이 담긴 옛이야기를 읽으며 인성과 독해력을 키워봅시다. 》

 

한 가난한 선비가 큰 집의 행랑채(대문 옆 건물)에 세를 얻어 살게 되었어요. 그런데 이 집에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쥐 떼가 살고 있었어요. 쥐 떼는 밝은 대낮에도 떼를 지어 다니며 제멋대로 갖은 횡포를 부렸어요.

 

침대에 누워 있으면 선비의 수염을 뽑을 정도였지요. 방문 틈으로 머리를 내미는 것은 예삿일이고, 담벼락을 뚫고 지붕 서까래를 갉아 집 안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어요. 또 옷을 담은 상자나 바구니를 마구 갉아대는 통에 옷걸이에는 성한 옷이 없었지요.

 

심지어는 부엌문을 밀치고 들어가 음식을 덮어둔 보자기를 들치고서 그릇을 딸그락거렸어요. 항아리를 핥는가하면 곡식을 먹어 치우고 책상은 갉았어요. 시렁(선반)에 올려 둔 제사 물품까지도 모조리 쏠아 망가뜨리는데, 얼마나 날쌔고 빠른지 눈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지요. 쥐들은 항상 찍찍거리며 줄기차게 오르내리고 끊임없이 드나들며 밤새도록 시끄럽게 뚱땅거렸어요.

 

참다못한 선비가 벽을 치며 고함을 질렀어요.

 

“탕, 탕, 탕, 야, 이놈들아! 조용히 못 해?”

 

그러거나 말거나 쥐들은 조금도 무서워하거나 꺼리지 않았어요. 화가 난 선비가 몰래 몽둥이를 “딱!” 던져서 놀라게 하면, 잠시 웅크리고 엎드려 있다가 금세 다시 일어나 찍찍거리며 돌아다녔어요.

 

선비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어요.

 

‘쥐구멍에 물을 확 부어 버릴까? 그러다 담장이 무너지면 어쩌지? 쥐구멍 앞에서 연기를 피울까? 그러다 집이 다 타버리면 어쩌려고? 아무거나 잡히는 대로 던져버릴까? 그러다간 그릇이 남아나지 않을 걸? 옳지, 손으로 때려잡으면 되겠군!’

 

그 뒤로 선비는 쥐가 눈앞에 지나가기만해도 아무 물건이나 움켜쥐고 쥐를 향해 내리쳤어요. 그러나 선비의 실력은 형편없어서 집어든 물건만 망가질 뿐 쥐는 단 한 마리도 잡지 못했어요.

 

선비는 탄식했어요.

 

“오, 이 일을 어쩐담? 이러다가 나까지 물어뜯기는 거 아냐?”

 

선비는 생각다 못해 이웃집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빌려왔어요. 고양이라면 쥐를 잡을 거라고 믿었지요. 그래서 이 고양이를 쥐 떼가 들끓는 으슥한 곳에 놓아두었어요.

 

“고양이야, 잘 좀 부탁한다.”

 

그러나 고양이는 쥐를 본체만체 했어요. 그러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부터는 쥐들과 친해졌어요. 그러더니 마침내 한패가 되어 어울려 다니며 장난을 쳤지요.

 

“야옹, 찍찍찍, 야옹, 찍찍찍….”

 

쥐 떼의 횡포는 더욱 심해졌어요. 보란 듯이 떼를 지어 집 안을 들락거리며 벽을 갉아 구멍을 내고 찍찍거렸지요. 선비는 한숨을 쉬며 슬퍼했어요.

 

“이 고양이는 사람 손에서 자란 애완용이라 자신이 맡은 임무를 게을리 하니, 법관이 죄 지은 자를 가만두고 장수가 적을 막지 않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어?”

 

그러고는 크게 실망하여 이 집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채린 기자 rini1113@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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