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벌레. 네이처

뜨거워도, 추워도 OK

몸길이가 0.05∼1㎜밖에 되지 않는 초소형 동물인 곰벌레의 생명력은 생각보다 놀랍다. 어떤 환경에서도 잘 적응하는 능력 때문에 곰벌레는 지구의 전 지역에서 발견된다.

지구 근처에서 별이 폭발하면 지구의 대기층이 파괴되며 이 틈으로 우주의 방사성 물질이 들어온다. 이때 대부분의 생명이 방사능을 견디지 못하고 숨진다. 그러나 곰벌레는 방사능에 매우 강하다. 실제로 곰벌레를 방사성 물질이 가득한 우주에 노출시킨 유럽우주국의 2008년 실험에서도 곰벌레는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

마치 불지옥처럼 통째로 삶아지는 지구에서도 곰벌레는 생존한다. 곰벌레는 펄펄 끓는 물보다 훨씬 뜨거운 151도의 온도에서도 견딜 수 있기 때문. 연구팀은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며 거대한 먼지 구름을 일으켜 지구가 깜깜한 어둠에 휩싸여도 곰벌레가 살아남을 것으로 봤다. 햇빛이 들지 않아 지구의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져도 영하 273도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곰벌레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것.

곰벌레는 어떻게 이토록 강한 생명력을 갖게 됐을까. 곰벌레는 식물세포의 내용물을 뾰족한 입으로 빨아먹는다. 이 과정에서 박테리아나 식물, 각종 세균의 유전자를 몸 안으로 들이게 되는데, 이중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외부 유전자를 골라서 흡수해 ‘최강 생명력’을 갖게 된다.

또 곰벌레의 유전자는 ‘Dsup’이라는 단백질로 둘러싸여 있어 방사능 같은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보호된다.

투리톱시스 누트리쿨라. 내셔널지오그래픽

스트레스 받으면 아기로 변신

해파리의 한 종인 ‘투리톱시스 누트리쿨라’는 영원히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해파리는 몸길이 6㎜에 수십 개의 촉수와 붉은빛의 내장을 갖고 있다. 투명한 피부를 가지고 있어 몸속이 훤히 보인다. 따뜻한 바다에서 서식한다.

투리톱시스 누트리쿨라는 먹이가 부족해지거나 환경이 급격하게 바뀌며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회춘(다시 젊어짐)’한다. 갓 모양의 몸을 뒤집고 촉수와 피부 겉면 등을 몸 안으로 흡수한다. 흡수된 신체 기관은 다시 세포 상태로 돌아간다. 하나의 세포가 계속해서 쪼개지며 신체기관이 생긴 것을 거꾸로 돌린 셈이다. 투리톱시스 누트리쿨라는 나이를 먹을 때마다 이 과정을 반복해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미국바퀴. 세스코 제공

번식력은 내가 왕

약 3억 년 전부터 지구에 살아온 바퀴벌레는 어마어마한 번식력으로 승부한다. 바퀴벌레는 단 한 번의 짝짓기로도 평생 알을 낳을 수 있다. 바퀴벌레 중에서도 몸집이 큰 편인 미국바퀴는 알이 약 15개 정도 든 알집을 일주일 간격으로 최대 60번 가까이 낳는다. 알을 한 번에 여러 개씩 자주 낳는 데다가 알집을 땅 속이나 벽 틈과 같이 안전한 곳에 숨겨두는 습성이 있어 빙하기를 맞거나 소행성이 부딪쳐 지구의 기온이 크게 떨어졌을 때도 살아남을 수 있던 것이다.

1초에 약 30㎝를 움직일 정도로 빠른 이동 속도와 몸의 두께를 20%나 줄여 좁은 틈을 잘 다니는 신체 능력도 생존비결 중 하나다.

▶서정원 기자 monica8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