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 즐기는 야행성 동물들
피그미하마. 서울대공원 동물원 제공 |
재빠른 재규어, 무시무시한 호랑이, 사나운 오소리의 공통점은 뭘까? 햇볕이 강한 낮에는 주로 잠을 자고 해가 져 선선한 밤에 활동하는 동물이란 사실. 이런 동물을 ‘야행성 동물’이라 한다. 야행성 동물을 살펴보며 생태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한여름 밤 동물원 대탐험’ 프로그램이 서울대공원 동물원(경기 과천시)에서 19일까지 매주 금, 토요일에 열리고 있다.
4일 밤 이 현장을 찾았다. 생태해설사의 설명을 듣던 아이들은 “저요” “저요”하며 궁금한 점을 앞 다퉈 묻고 있었다.
이채린 양(충북 청주시 산남초 4)은 “집에서 야행성 동물인 고슴도치를 기르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야행성 동물의 특징을 더 잘 알아보고 싶다”고 했다.
서울대공원에서 선보인 야행성 동물 중 어린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사막여우, 피그미하마, 사자를 꼽아, 그들이 들려주는 가상의 자기소개를 들어보자.
모래 굴 파는 사막여우. 서울대공원 동물원 제공 |
쉿, 벌레 기는 소리도 들어요
안녕, 나는 사막여우야. 만화영화 ‘뽀로로’에 나오는 ‘에디’ 알지? 그 친구가 바로 우리 종족이라고. 나는 아프리카 북부 사하라사막에 살아. 사막의 낮은 굉장히 더워. 햇볕을 피해 모래 굴을 파고 그 안에서 잠을 잔 뒤 밤에 활동을 시작하지.
내 몸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이 어딜까? 맞아. ‘귀’야. 전체 몸길이는 평균 30㎝인데, 우린 귀의 길이만 9∼10㎝나 되지. 큰 귀로 아주 작은 소리도 잘 들어. 캄캄한 밤 모래를 스멀스멀 기어가는 벌레의 소리를 듣고 손쉽게 찾아낼 수 있지.
잠자는 사막여우. 심소희 기자 |
킁킁, 똥 냄새로 위치 기억해요
하푸하푸. 나는 피그미하마야. 아프리카 서부 라이베리아, 코트디부아르, 기니의 밀림 속 물가에 우린 산단다. 피부가 마르면 안 되는 우린 보통 물에 들어가서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하지. 물 밖에서 활동할 때는 몸에서 나온 투명한 점액질이 피부를 덮어주는데 이것이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준단다.
낮에는 햇볕을 피해야 해. 습기가 많은 바위 뒤나 물가 쪽으로 구멍이 난 동굴에서 잠을 자. 서늘한 밤이면 건조한 땅으로 올라가 이곳저곳 다니면서 풀을 뜯어먹지.
나는 배설할 때 짧은 꼬리를 열심히 흔들면서 똥과 오줌을 사방에 흩뿌려 놓는단다. 더럽게 왜 그러냐고? 어두운 밤에 먹이를 찾아 멀리 나가더라도 이 냄새를 맡고 집으로 돌아오기 위함이지.
사자 암컷(왼쪽)과 수컷. 서울대공원 동물원 제공 |
번쩍, 눈이 빛나요
으르렁. 모두 비켜라. 나는 동물의 왕, 사자다. 내가 사는 아프리카 대륙은 너무 더워 주로 밤에 사냥하지. 특히 수컷 사자인 나는 몸집이 커서 암컷보다 달리는 속도가 느려. 또 갈기가 길어 암컷보다 훨씬 더 더위를 타지. 그래서 발 빠른 암컷이 사냥감을 내가 있는 쪽으로 몰아오면 내가 달려드는 방식으로 사냥을 한단다.
빛을 반사한 사자의 눈. 트립어드바이저 |
나는 어둠 속에서 사람보다 6배나 더 잘 볼 수 있어. 바로 눈 망막 뒤에 있는 얇은 막인 타페텀(tapetum) 덕분이지. 반사판의 역할을 하는 타페텀은 눈의 동공으로 빛이 들어오면 2배로 반사해 다시 망막으로 내보내면서 어두운 곳을 잘 볼 수 있게 하지.
▶심소희 기자 sohi07@donga.com
도움말=국립생태원 이종현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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