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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7-08-03 22:2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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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의 ‘진짜’ 역사이야기

해저탄광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그린 영화 군함도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개봉한 한국 영화 군함도(15세 이상 관람)를 두고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제강점기에 일본 군함도로 강제로 끌려가 가혹한 노동을 해야 했던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이 영화가 실제와 일부 다르게 묘사했다는 것.

 

조선인들이 가혹한 학대를 당한 근본 원인이 같은 조선인인 친일파의 탓이라고 그림으로써 일본이 저질렀던 큰 잘못을 퇴색(희미해짐)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영화에서처럼 조선인들이 군함도를 대규모로 탈출했다는 역사 기록은 없으며 실제 군함도는 영화에서 묘사된 것보다 더 지옥 같아서 ‘지옥섬’으로 불렸다고 한다.

 

그럼 군함도에서는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군함과 닮아

 

군함도는 일본의 나가사키 현 나가사키 항 남서쪽에 위치한 하시마 섬의 별칭이다. 야구장 2개 정도 크기인 하시마 섬은 그 모습이 군함(군사용으로 쓰이는 배)과 비슷해 군함도라 불렸다.

 

대표적인 일본 전범기업(전쟁 범죄를 저지른 기업)인 미쓰비시가 군함도를 19세기 후반 사들여 해저탄광을 개발했다. 해저탄광은 바다의 밑바닥을 파서 만든 탄광. 이곳에서는 품질이 좋은 석탄이 채굴(땅속에서 광물 따위를 캐냄)돼 그 덕분에 좁은 섬에 사람들이 몰렸다. 1891년부터 광산이 문을 닫을 때까지 이곳에서 채굴된 석탄의 양은 1570만t(톤)에 이른다.

 

그러나 1950, 60년대에 주요 에너지원이 석탄에서 석유, 가스로 바뀌며 석탄의 수요가 줄자 1970년대에 탄광은 문을 닫았다. 이후 이곳의 주민들은 하나둘 떠나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섬이 됐다.

 

지옥 같은 해저탄광

 

1940년대부터 조선인들과 중국인들은 군함도로 강제로 끌려와 일을 했다. 당시 전쟁을 치르고 있었던 일본은 부족해진 노동력을 메꾸기 위해 조선인, 중국인을 데려왔던 것. 젊은 남성들을 억지로 끌고 오기도 하고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사람들을 속여 데리고 왔다.

 

군함도의 해저탄광은 생지옥이었다. 500∼800여 명의 조선인이 군함도에서 강제 노동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깊이가 1㎞에 달했던 해저탄광은 내부 온도가 45도를 넘나들었으며 습도는 95%였다.

 

몸이 작아 좁은 굴에 들어갈 수 있었던 스무 살도 안 된 청년들이 깊은 곳으로 들어가 거의 누운 자세로 하루 12시간씩 석탄을 캐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조선인들이 석탄 가루를 들이마셔 폐병에 걸렸고 가스가 폭발하거나 탄광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조금만 쉬려고 하면 감독관에게 채찍질을 당했다.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해 영양실조로 숨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루 식사로 콩깻묵(콩기름을 짜낸 찌꺼기) 80%, 현미 20%로 이뤄진 주먹밥 2개나 죽이 한 번만 나왔다. 돼지고기가 군함도로 들어온 날에는 좋은 부위는 일본인들이 먹고 남은 내장 부위가 조선인에게 지급됐다.

 

현재 군함도의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세계문화유산의 그림자

 

조선인들의 주거 환경도 엉망이었다. 근대식 고층 아파트들이 군함도에 빽빽이 들어서 있었지만 조선인들은 아파트의 지하층에만 살 수 있었다. 약 10㎡의 방에서 10∼15명이 생활했다. 바닷물이 들어와 바닥에 물이 고이는 바람에 잠에 들기도 어려웠다.

한 일본 시민단체가 발견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군함도에서 숨진 조선인은 122명. 지옥 같은 군함도에서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목숨을 잃은 이들도 있었다.

 

일본은 ‘일본 최초의 콘크리트 아파트가 들어선 일본 근대화를 뒷받침할 탄광’이라며 군함도를 다른 장소들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했다. 결국 이곳에서 일본이 조선인, 중국인들을 강제로 노동시킨 사실을 인정한다는 조치를 취한다는 조건으로 2015년 등재됐으나 일본은 여전히 후속 조치를 하지 않고 있어 비판받는다.

 

▶이채린 기자 rini1113@donga.com

도움말=세종대 호사카 유지 교양학부 교수,

동북아역사재단 한일관계연구소 남상구 연구원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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