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옥자의 미자와 옥자. 넷플릭스 제공

   

《 최근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12세 관람)는 싸고 많은 고기를 얻기 위해 과학의 힘으로 동물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죽이는 사람들의 행동이 옳은 것인지 묻는다. 옥자는 산골소녀 미자와 유전자를 변형시켜 크게 키운 식용 슈퍼돼지 옥자의 우정을 다룬 영화. 옥자가 제기한 윤리적인 문제는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미 세계적인 화두가 됐다. 이에 발맞춰 윤리적인 문제가 적으면서도 단백질을 먹을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육식의 미래를 살펴보자. 》

 

인공 닭고기로 만든 요리. 멤피스미트

   

실험실에서 태어난 고기

 

대표적으로 실제 동물의 세포를 배양해(가꾸어 기름) 고기를 만드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일명 배양육이다.

 

배양육은 소나 돼지, 닭 등 가축에서 뽑아낸 줄기세포(여러 신체조직으로 발달할 수 있는 세포)를 실험실에서 근육세포로 키워 고기로 만든 뒤, 고기 특유의 색으로 염색해 만들어진다. 실제 고기의 모양과 맛을 위해 인공적으로 기름, 뼈, 피 등을 만드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 연구진이 소고기 배양육을 2013년에 만들었다. 쌀알 크기의 배양육 조직 3000여 개를 다져 만든 패티를 넣은 햄버거를 내놓았다. 지난 3월에는 미국 벤처 기업인 멤피스미트가 세계 최초로 인공 닭고기와 오리고기를 만들었다.

 

배양육은 윤리적인 문제뿐 아니라 공장 형태의 농장에서 가축을 기르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만 소고기 햄버거와 인공 닭고기 450g를 만드는 데 각각 약 4억 원, 1000만 원이 들어 적정한 가격이 되기 전까지는 실용화가 어려워 보인다.

 

식물성 고기를 넣은 임파서블 버거. 임파서블 푸즈

   

식물이 만든 고기

 

걸음마 수준인 배양육에 비해 식물성 고기는 우리 주변에 바싹 다가와 있다. 식물성 고기란 식물 원료를 이용해 실제 고기와 비슷한 맛과 식감을 내도록 만들어진 ‘가짜 고기’. 채식주의자들이 늘어나면서 식물성 고기는 활발히 개발되어 왔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투자해 주목받은 회사인 임파서블 푸즈는 식물성 고기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회사다. 밀, 코코넛 오일, 감자에서 뽑아낸 단백질에다 콩에서 추출한 단백질인 ‘렉헤모글로빈’을 이용해 고기를 만든다. 렉헤모글로빈은 고기의 맛과 향기를 만드는 단백질. 이 고기를 넣어 만든 햄버거인 ‘임파서블 버거’는 현재 약 1만3000원의 가격으로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햄버거의 패티를 씹으면 신선한 고기처럼 붉은 육즙도 나온다.

 

식용곤충으로 만든 쿠키. 동아일보 자료사진

   

오늘 간식은 귀뚜라미 과자?

 

식용곤충도 새롭게 단백질을 얻을 수 있는 식품원료로 주목받고 있다. 갈색거저리 유충(애벌레)인 장수애, 쌍별귀뚜라미(쌍별이) 같은 식용곤충은 단백질, 무기질 같은 영양소를 많이 포함하고 새우처럼 고소한 맛을 내기 때문.

 

식용곤충은 미래에 인구가 늘어나 식량이 많이 필요해질 때 육류 대신 중요하게 사용될 음식 원료가 될 수 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장수애와 쌍별이를 일반 식품원료로 인정했으며, 우리나라에는 식용곤충으로 파스타, 과자 등을 만드는 식용곤충 전문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다.

 

▶이채린 기자 rini1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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