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6월 영국에서 처음 나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해리포터 시리즈(이하 해리포터)가 26일(현지시간)로 출판된 지 20주년이 됐다. 해리포터는 마법 세계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환상) 소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해리포터 코스튬(의상) 파티, 전시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고 있다. 영국 블룸즈버리 출판사는 최근 해리포터 1권의 표지를 새롭게 꾸며 20주년 특별 판을 내기도 했다.

 

해리포터는 지금까지 79개 언어로 번역돼 200여 개국에서 총 4억 5000만 부 이상이 팔렸다. 영화, 게임으로도 제작된 해리포터는 최근엔 연극으로도 제작돼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해리포터가 20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은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로 해리포터 스토리가 가진 힘이 꼽힌다.

 

 

나와 다르지 않네!

 

영국에서 열린 해리포터 코스튬 파티. 기네스북

 

해리포터는 주인공 해리 포터가 지극히 평범하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소심하고 능력도 뛰어나지 않은 포터를 보며 독자들은 ‘나와 다르지 않네?’라고 생각하는 것.

 

포터는 뭐 하나 잘 하는 게 없는 주인공이다. 어렸을 적 부모님을 잃은 포터는 10여 년간 이모 집에 얹혀살며 가족들의 구박을 받아온 ‘천덕꾸러기’였다. 마법학교 호그와트에 들어가서도 뛰어난 마법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외모도 출중하지 않았으며 인기도 없었다. 심지어 괴물 디멘터가 다가오면 픽픽 쓰러질 정도로 연약했다.

 

이런 포터는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여러 모험과 갈등을 겪으며 용감하고 훌륭한 마법사로 성장한다. 수차례 연습한 끝에 스스로 디멘터를 무찌르게 되고 마법 세계를 지배하려는 악당 볼드모트의 위협도 막아내는 것. 독자들은 이런 포터의 성장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읽으며 ‘나도 할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가지게 됐다.

 

 

현실 문제도 담았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주인공 해리 포터. 워너브라더스 제공

 

마법 세계의 이야기를 통해 현실을 교묘히 풍자(부조리한 모습을 비꼬아 웃음을 유발하는 방식)한 것도 해리포터 스토리의 특징이다.

 

해리포터는 현실 속 다양한 문제를 다뤘다. 마법 세계에는 마법사들이 마법 능력이 없는 사람인 ‘머글’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마법사와 머글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을 혼혈, 잡종이라 부르며 무시한다. 해리포터를 분석한 여러 논문에서는 이런 설정이 현실에서 사람들이 특정 인종을 비하하는 인종차별과 혈통을 중시하는 혈통주의를 풍자하면서 지적한다고 분석했다.

 

또 포터의 친구인 론이 가난하다고 무시를 받는 모습, 거인들이 험상궂은 외모와 거대한 몸집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는 모습에서 각각 현실 속의 빈부차별, 외모차별 문제가 드러난다.

 

 

어딘가 있을 거야

영국의 해리포터 스튜디오. 어린이동아 자료사진

 

해리포터를 읽고서 마법 세계가 실제로 존재할 수도 있다고 믿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어린이들이 많다. 작가인 조앤 K 롤링이 실제로 있는 장소를 작품에 등장시켰을 뿐 아니라 머글들의 눈을 피해 마법세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설정을 해두었기 때문.

 

해리포터에서 호그와트로 가는 열차가 오고가는 ‘킹스크로스 역’은 영국 런던에 실제로 있는 철도역이다. 마법부로 가는 문인 ‘빨간 공중전화 부스’도 런던 곳곳에 있다. 마법을 목격한 머글의 기억을 깨끗이 지우는 부서가 있다는 설정은 ‘내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실제로 마법세계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상상이 가능하게끔 한다.

 

해리포터 팬들의 상상력을 실현시켜주기 위해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장소와 물품을 그대로 재현한 해리포터 테마파크가 영국, 일본, 미국 등에 세워졌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마법사처럼 입고 지팡이를 구입하며 해리포터를 즐긴다.

 

▶이채린 기자 rini1113@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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