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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어, 너와 나의 연결고리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7-06-12 22: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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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 친구 위해 수어 배우는 학생들

수어, 너와 나의 연결고리

청각장애를 가진 친구와 소통하기 위해 같은 학년의 학생들이 모두 수어(수화와 같은 말로 청각장애인이 손짓과 동작을 통해 의사소통하는 언어)를 배우는 학교가 있다. 바로 대전 동구에 위치한 대전성남초(교장 정순영 선생님). 이 학교는 청각장애인을 돕는 사회적기업인 열린책장과 함께 청각장애가 있는 5학년 조현근 군과 5학년 70여 명을 대상으로 수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보청기를 끼고 생활하는 조 군은 소리를 듣고 간단한 대화를 할 수 있지만 수어를 모르는 친구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기는 어려웠다. 지난달 첫 번째 수업을 시작으로 8일에는 조 군과 같은 반 학생들을 위한 두 번째 수업이 열렸다. 그 수업 현장을 찾았다.

 

 

수어로 만든 이름

 

수어 수업은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열린책장의 정인희 강사가 수어로 수업을 진행하면 곽유연 수어 통역사가 그 수어의 의미를 학생들에게 크게 소리 내어 전달했다.

 

먼저 정 강사는 눈썹을 그리는 동작을 하며 이 수어가 자신의 ‘수어 이름’이라고 소개했다. 학생들이 어리둥절해 하자 그는 웃으며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신체나 성격 등 자신의 특징을 이용해 수어로 이름을 만들어 소통한다”고 설명했다. 한글의 모음과 자음을 나타내는 수어를 일일이 사용해 이름을 소개하면 길고 불편하기 때문. 정 강사의 수어 이름도 그의 진하고 독특한 모양의 눈썹의 특징을 땄다.

 

조 군은 친구들의 수어 이름을 직접 지어줬다. 한 친구에게는 늘 걸고 다니는 목걸이를 이용해 목걸이를 만지는 동작을, 평소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에게는 그림을 그리는 동작을 이름으로 만들어 선물했다. 학생들은 “마음에 쏙 든다” “이제 이름이 두 개”라며 활짝 웃었다.

 

 

표정으로도 말해요

 

조현근 군(오른쪽)이 서연주 양에게 수어 이름을 지어주는 모습
 

다음으로 정 강사는 한 면에는 수어 동작을 나타내는 그림이 다른 면에는 수어의 의미와 동작을 설명하는 글이 적힌 단어 카드를 이용해 수십 개의 수어 단어를 학생들에게 알려줬다. 학생들은 신기하다는 듯 동작을 따라하며 옆 친구에게 수어로 말을 걸었다.

 

정 강사는 오른손의 두 손가락을 구부려 턱에 갖다 대며 이는 ‘싫다’는 의미의 수어라고 설명했다. 이때 잔뜩 찡그린 표정을 지을 것을 강조했다. 그는 “수어를 사용할 때는 동작뿐 아니라 표정으로도 의미를 전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자 학생들은 “할 수 있다”면서 ‘덥다’, ‘아프다’를 나타내는 수어를 하며 각각 혀를 내밀고 괴로워하는 표정을, 힘이 없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후 학생들은 스피드 퀴즈, 빙고 등의 게임으로 지금껏 배운 수어 단어를 복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단어를 이용해 문장을 잘 만드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에서 학생들은 ‘바람’, ‘싫다’는 단어를 응용해 ‘바람이 싫다’는 문장을, ‘기억’, ‘찾다’로 ‘기억을 찾다’는 문장을 수어로 만들어 보였다.

 

 

이제 대화해 볼까?

 

수어를 배우는 학생들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은 조 군을 둘러싸고 수어를 이용해 ‘뭐해?’, ‘재밌다’, ‘심심하다’며 말을 걸고 조 군도 수어로 답했다. 조 군은 “친구들이 수어를 전혀 모를 때는 입 모양, 몸짓을 이용하거나 수어 통역사에게 부탁해 말을 해야 했다”면서 “이제 친구들과 수어를 이용해 대화를 쉽게 나눌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5학년 이서율 양은 “수어로 현근이랑 대화할 수 있게 돼 신기하다”면서 “더 열심히 수어를 배워 청각장애를 가진 다른 사람들과도 원활하게 대화하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누리 선생님은 “수업을 들은 후 학생들은 현근이의 수어를 자세히 관찰하며 의미를 해석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글 사진 이채린 기자 rini1113@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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