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윤동주(왼쪽)와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동아일보 자료사진 |
‘나는 무얼 바라/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가라앉음)하는 것일까?/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시(詩)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윤동주·‘쉽게 씌어진 시’에서)
시인 윤동주는 1917년 만주 북간도에서 태어났고, 광복 6개월 전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8년의 생애를 마쳤다. 열다섯 살부터 시를 썼으나 시집은 세상을 떠난 뒤에야 출간됐다. 삶이 짧았기에 안타깝고도 애틋한 시인이다.
올해는 시인 윤동주의 탄생 100년을 맞는 해다. 사후 70년이 지나 ㉠저작권(창작물을 만든 사람이 갖는 권리)
이 풀리고 지난해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복간본(출판이 중단되거나 폐지된 출판물을 다시 출판한 것)이 나오면서 윤동주 열풍은 뜨겁다.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가 지난달 108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윤동주를 왜 좋아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결과가 흥미롭다. 답변은 ‘시가 좋아서’(73.8%)가 1위로 압도적이었다. 이 답변은 물론 윤동주 시를 좋아한다는 얘기지만, 눈길을 끄는 응답은 또 있다. ‘윤동주 시가 내 삶에 끼친 영향이 있다면’이라고 묻고 주관식으로 적도록 한 데 대해 한 사람은 이렇게 적었다. “이과생이어서 글 하나 제대로 못 쓰는 사람인데 이분의 시 덕분에 시를 정말 좋아하게 되었어요.”
스마트폰을 터치하기만 하면 나오는 동영상과 게임으로 가뿐히 밤새울 수 있을 것 같은 세상에 ‘시가 좋다’니!
윤동주는 그토록 모진 시대에 자신의 시가 쉽게 씌어지는 게 부끄럽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독자들은 시가 쉽게 씌어지지 않는다는 걸 안다. 70여 년 전 세상을 떠난 시인이 지금도 이름이 불리고, 문학이 힘없어 보이는 시대에 시를 읽고 쓰는 사람들이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동아일보 4월 27일 자 김지영 문화부 차장 칼럼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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