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초등학교 6학년 A 양은 최근 유튜브의 개인 방송을 보고 충동적으로 인터넷에서 10만 원짜리 구체관절인형(관절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인형)을 구입했다. 방송 진행자가 인형을 예쁘게 꾸미고 소개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따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것.

 

세뱃돈으로 모은 5만 원, 추가로 부모님을 졸라서 받은 돈 4만5000원에다 한 달 용돈인 5000원까지 탈탈 털어 인형을 구입한 탓에 A 양은 몇 주간 간식도 사먹지 못했다. 인형을 갖고 논지 일주일 만에 흥미도 사라졌다.

 

요즘 개인 방송 진행자들이 어떤 물건에 대한 사용 체험을 보여주는 이른바 ‘리뷰 영상’을 보고나서 충동적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초등생들이 많다. 문제는 이런 충동구매가 점점 과소비를 낳을 뿐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잘못된 소비습관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영상에 혹해서 구매

 

초등생이 많이 보는 리뷰 영상에 등장하는 제품은 노트, 형광펜 같은 저가의 학용품부터 구체관절인형, 모형 자동차, 레고 등 많게는 수십 만 원에 이르는 장난감까지 다양하다.

 

어린이들은 개인 방송 진행자들이 한껏 꾸민 영상에 혹해 나도 모르게 물건을 구입한다. 진행자는 관심을 받기 위해 일부러 제품을 실감나게 사용하고 재미있게 소개한다. 영상에 노래를 입히고 화면을 보정해 제품을 실제보다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도 한다.

 

경기의 한 초등학교 6학년 B 양은 “한 진행자가 재밌는 상황극을 하면서 철판아이스크림 기계(차가운 철판에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는 기계)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니 갑자기 기계를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의 초등학교 6학년 C 군은 “자주 보는 방송 진행자들이 스스로를 캐릭터화해 만든 가방걸이, 열쇠걸이, 인형 등을 8만 원 넘게 주고 샀다”고 말했다.

 

어린이가 많이 보는 영상의 진행자 중 적지 않은 수가 또래인 점도 충동구매를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 경기의 초등학교 6학년 D 양은 “초등생 진행자의 리뷰 영상을 보면 나와 비슷한 나이 친구들은 해당 제품을 다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더 갖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내게 꼭 필요할까?

 

문제는 이렇게 충동적으로 산 물품이 대부분 크게 필요 없는 제품이라는 것.

 

한 초등학생은 “개인 방송을 본 뒤 5만 원을 들여 포핀쿠킨(요리를 만드는 일본 장난감) 10개를 샀지만 영상과 달리 만드는 과정이 전혀 재밌지 않았다”면서 “이 중 4개는 뜯어보지도 않고 버렸다”고 전했다.

 

충동구매는 어떻게 줄일까?

 

개인 방송 진행자가 “이건 꼭 사야한다”면서 ‘새 학기 필수 아이템’이라고 소개한 노트, 펜, 필통 등을 몽땅 사고 나서 후회했다는 서울의 초등학교 6학년 E 양은 “사고 싶은 제품의 가격이 떡볶이처럼 내가 좋아하는 음식 몇 개를 살 수 있는 가격인지를 생각해보는 방법도 좋다”고 말했다.

 

김정숙 전국지역경제교육센터협의회장은 “구입하고 싶은 제품에 대해 ‘내게 필요한가?’, ‘가진 돈으로 살 수 있나?’, ‘자주 사용할까?’ 등 3가지를 스스로에게 되물어보라”고 조언했다.

 

(사)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이유정 선임연구원은 “인터넷 방송을 보고 어떤 제품이 너무 멋져 보인다든지 ‘어떻게 해서든 갖고 싶다’처럼 평소와 다른 감정이 들 때는 특히 경계해야 한다”면서 “사기 전 부모님과 함께 ‘이걸 사는 것이 옳은지’를 의논해도 좋다”고 말했다.

 

▶이채린 기자 rini1113@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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