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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식만큼 중요한 끈기”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7-03-14 21: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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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극물’ 전문가 정희선 충남대 분석과학기술대학원장

‘독극물’ 전문가 정희선 충남대 분석과학기술대학원장
 
 

북한이 김정은의 이복(아버지는 같고 어머니가 다름) 형인 김정남을 암살하는 데 강력한 독극물인 VX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면서 독극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색깔도 냄새도 없는 VX는 몸에 흡수되면 중추신경계를 마비시키는 무서운 물질.

 

충남대 정희선 분석과학기술대학원장은 VX 같은 독극물 연구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인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서 30년 동안 독극물로 숨진 사람을 검사하면서 독극물의 정체를 밝혀온 정 원장은 여성 최초로 국과수 원장을 지낸 인물이기도 하다.

 

소변이 ‘힌트’

 

1974년 숙명여대 약대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정 원장은 약사를 꿈꿨다. 우연히 대학 3학년 때 국과수 소장의 특강을 듣고, 독극물 분석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1978년 국과수에 들어가면서 약사가 아닌 ‘독극물 분석가’로서 활동하게 된 것.

 

“사람을 숨지게 만든 독극물의 정체를 밝히는 일은 범인을 찾아내는 데 매우 중요해요. 밝혀낸 독극물을 지닌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할 수 있으니까요. 반대로 누군가의 누명을 풀어주기도 하지요.”(정 원장)

몸속 독극물이 어떤 독극물인지는 어떻게 알아낼까? 정 원장은 “먼저 위 속 내용물, 소변, 혈액 등에 들어있는 독극물을 전문 기기를 통해 분리한다”고 말했다.

 

“분리된 독극물의 화학구조를 분석하거나 무게를 재서 어떤 독극물인지 알아내지요. 시약(물질의 성분을 검출하는 데 쓰이는 약품)에 독극물을 넣어 시약이 어떤 색깔로 변하는지를 살펴 독극물의 정체를 알아내는 방법도 있어요. 방법은 수백 가지입니다.”(정 원장)

 

지레짐작 안돼요

 

독극물을 검사할 때 반드시 지키는 원칙이 무엇인지를 묻자, 정 원장은 “객관적인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냄새, 색깔 등 독극물의 특징을 통해 전에 찾았던 비슷한 독극물이 떠오르기도 해요. 하지만 바로 이때 독극물의 정체를 지레짐작하는 잘못을 할 수도 있지요. 어떤 독극물인지 밝혀냈더라도 수십 번 검사를 다시 해 확인하지요.”(정 원장)

 

정 원장은 “독극물을 조사할 때는 독극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 외에도 ‘끈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95년에는 당시 그룹 ‘듀스’의 멤버였던 김성재가 사망한 사건을 조사했어요. 그를 숨지게 만든 독극물을 찾기 위해 10만 개 이상의 화학물질과 독극물을 대비해 검사한 끝에 ‘동물마취제’란 사실을 밝혀냈지요.”(정 원장)

 

락스도 위험해

 

정 원장은 김정남 암살에 VX가 쓰였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고 한다. 단 한 방울로도 사람을 금방 숨지게 만들 만큼 맹독(강한 독)인 VX인지라, 사건 현장에 남은 VX가 다른 사람들을 크게 다치게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여성 용의자들이 맨 손에 VX를 묻혀 김정남 얼굴에 비벼도 김정남만 숨지고 그 여성들은 치명적인 피해를 입지 않은 이유는 뭘까? 정 원장은

“우리 몸에서 물질이 잘 흡수되지 않는 부위 중 하나가 손바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락스, 샴푸, 세제 같은 화학물질도 많이 먹으면 사망할 수 있어요. 독극물과 다름이 없지요. 그래서 장난으로라도 절대 먹으면 안돼요. 모르고 먹었다면 억지로 입에 손가락을 넣어서 토해낸 뒤, 병원으로 달려가야 합니다.”(정 원장)

그의 꿈은 독극물 조사를 비롯한 과학수사 방법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과학이 더 발전하면서 과학수사의 활약이 대단해질 겁니다. 과학이 범인을 찾아내는 동시에 국민의 안전도 지키는 것이지요. 과학수사 박물관을 통해 많은 어린이들이 이 분야 전문가로서의 꿈을 키우기를 바랍니다.”(정 원장)

 

▶이채린 기자 rini1113@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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