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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내 옆의 친구를 도와요”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7-03-12 21: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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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석 신부의 통역사, 산티노 뎅 씨

산티노 뎅 씨
 
 

“산티노. 꼭 대학을 졸업하고 네가 태어난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해.”

 

아프리카의 나라 남수단공화국(이하 남수단)에서 질병에 고통 받는 사람들을 치료하고 보살피다 2010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이태석 신부가 한 말이다. 남수단인인 산티노 뎅 씨(32)는 남수단 현지어인 딩카어를 당시 이 신부에게 영어로 통역해주던 청년이다.

 

그가 최근 충남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했다. 2010년 12월 25일 처음 한국 땅을 밟은 뎅 씨가 토목공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오랜 내전으로 폐허가 된 남수단에 도로와 다리를 놓고 싶다는 목표 때문이다.

 

남수단에 학교를 세우는 활동에 힘을 보태러 15일 남수단으로 떠난다는 뎅 씨를 최근 만났다. 뎅 씨는 유창한 한국어로 인터뷰에 응했다.

 

산티노 뎅 씨(위쪽사진 왼쪽)와 이태석 신부(아래쪽 사진)의 모습. 수단어린이장학회 제공
 
 

도로가 절실해

 

뎅 씨는 2005년 이 신부를 처음 만났다. 이 신부가 남수단에 세운 보스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다. 이 신부는 “꼭 남수단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어라”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이 말을 가슴 깊이 새긴 그는 대학 전공으로 도로·다리·철도 등을 짓는 데 필요한 지식을 배우는 토목공학과를 선택했다.

 

고등학교에서 기숙 생활을 한 뎅 씨는 학교와 붙어 있는 진료소에서 이 신부가 톤즈(남수단의 마을 이름) 주민들을 치료하는 일을 열심히 도왔다. 이 과정에서 뎅 씨는 남수단에 포장도로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아픈 사람을 치료하러 다닐 때는 울퉁불퉁한 흙길 구덩이에 차 바퀴가 빠져 시간이 지체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차가 아예 다닐 수 없는 도로가 많아 아픈 사람들이 먼 길을 걸어 병원으로 오다 숨진 적도 많았다.

 

“한국처럼 차가 쌩쌩 다니는 도로가 있었다면 사람들이 빨리 이 신부님의 치료를 받을 수 있었겠지요. 남수단에 돌아가 도로와 다리를 꼭 만들고 싶습니다.”(뎅 씨)

 

“오늘부터 네가 통역사”

 

호기심이 많았던 뎅 씨는 이 신부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이 신부의 통역을 맡게 된 것도 이런 호기심 덕분. 옆에서 이것저것 묻는 뎅 씨를 향해 어느 날 이 신부가 “산티노, 네가 오늘부터 통역을 맡아”라고 한 것이다.

 

“마냥 대단한 사람으로만 보였던 이 신부님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드릴 수 있어 매순간 행복했어요.”(뎅 씨)

 

환자들이 집에 돌아간 밤 11, 12시는 뎅 씨의 ‘질문시간’이었다. 낮에 학교에서 공부한 내용은 물론 한국에 대해 궁금한 것을 끊임없이 이 신부에게 물었다.

 

“낮에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밤늦게까지 환자들을 돌보는 신부님은 피곤한 와중에도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셨어요. 그 시간을 잊을 수가 없답니다.”(뎅 씨)

 

도우며 사는 세상

 

뎅 씨에게는 남수단에서 펼치고픈 또 다른 꿈이 있다. 바로 ‘교육’. 남수단 어린이들에게 싸움, 전쟁보다 더 넓고 아름다운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고 한다.

 

“총 소리와 폭탄 터지는 소리가 일상이었던 저에게 신부님이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신 것처럼 남수단 어린이들에게 저도 새로운 세상을 알려주려 합니다. 그러면 그 어린이들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자라나겠지요. 전쟁으로 서로 상처를 입히는 게 아니라 도우며 살아가는 세상을 꿈꿉니다.”(뎅 씨)

 

어린이동아 독자들에게 뎅 씨는 이런 말을 남겼다.

 

“나중에 어른이 되거나 부자가 되어서 누군가를 도와주겠다는 생각을 하기보단 지금 당장 내 옆에 있는 사람부터 도와주세요. 친구에게 연필을 빌려주는 작은 도움으로도 세상은 따뜻해집니다.”(뎅 씨)

 

▶인천=글 사진 김민경 기자 min79@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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