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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하면 두 배로 재미있는 학교생활]우린 친구잖아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6-12-21 22: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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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친구야”

[함께 하면 두 배로 재미있는 학교생활]우린 친구잖아

초등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친구관계. 친구들과 잘 지내지 못하면 학교 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지지요.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혼자 놀기에 익숙한 초등생들에게 친구들과 어울리고 소통하는 방법을 매주 목요일 재미난 동화를 통해 알려드려요.

 

 

“야, 징징이! 내 눈에 보이지 말랬지!”

 

학원 쪽으로 걷고 있는데 태주 목소리가 들렸어요. 동호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습니다.

 

“네 눈에 보이려는 거 아냐. 나는 그냥 학원가는 길이야.”

 

동호는 쿵쿵 뛰는 가슴을 누르며 또박또박 말했어요. 태주가 주먹을 들며 다가왔어요. 동호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두 눈을 질끈

감았어요.

 

“동호야, 왜 그래?”

 

쿵쿵거리며 달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동호는 얼른 눈을 떴어요. 세훈입니다.

 

“넌 뭐냐?”

 

태주가 눈을 부라리며 세훈이를 노려봤어요.

 

“동호 친구다, 왜?”

 

세훈이가 통통한 배를 쑥 내밀며 마주 눈을 치떴어요. 둘은 키도 덩치도 비슷합니다. 갑자기 태주가 보란 듯이 배를 내밀며 슬쩍 흔들었어요. 허리에 두른 빨간색 태권도 띠가 춤추듯 흔들거렸습니다.

 

갑자기 세훈이가 빙긋 웃더니 신발주머니를 천천히 들어 올리며 흔들었어요. 신발주머니에서 삐죽 나온 검은 띠가 보입니다. 동호도 잠깐 태권도 도장을 다녀서 잘 알아요. 빨간 띠보다 검정 띠가 실력이 훨씬 높다는 것을요. 하지만 동호는 가슴이 벌렁거렸어요. 세훈이는 태권도 도장에 안 다니거든요.

 

“우와, 검은 띠네. 좋겠다.”

 

태주가 넙데데한 얼굴에 억지웃음을 짓더니 몸을 돌려 학원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어요.

 

“그 검은 띠는 뭐야? 너 태권도 도장 안 다니잖아.”

 

“다음 달에 장기자랑 있잖아. 태권무로 하려고 친구한테 빌렸어. 이렇게 써먹게 될 줄 몰랐네.”

 

세훈이가 킥킥대며 동호 옆에 나란히 앉았어요.

 

“나중에 태주가 알게 되면 어쩌려고?”

 

“어쩌긴 한판 붙으면 되지. 저렇게 띠 갖고 거들먹거리는 사람일수록 실력이 형편없는 법이야. 그리고 나 태권도 도장 다닌다고 말 한 적 없거든. 그냥 신발주머니만 흔들었지.”

 

세훈이의 말에 동호는 웃음을 빵 터뜨렸어요. 역시 세훈이는 ‘잔머리 대왕’입니다. 동호는 진심으로 세훈이를 향해 엄지를 치켰어요.

 

“고마워. 사실 아까 나 엄청 무서웠거든.”

 

“고맙긴. 우린 친구잖아!”

 

동호는 하마터면 왈칵 눈물이 나올 뻔 했어요. 친구란 말이 참 따뜻하고 기분 좋게 들렸거든요.

 

“여긴 웬일이야? 너 영어 학원 나랑 반대쪽이잖아.”

 

“이거 주려고.”

 

세훈이가 연필깎이를 내밀었어요.

 

“그거 이제 네 거잖아.”

 

“사실은 그 내기, 내가 이긴 게 아냐. 나랑 수하랑 짠 거야. 내가 이기면 연필깎이 같이 쓰기로 했거든.”

 

순간 동호는 그날 수하 얼굴이 빨개졌던 것이 떠올랐어요.

 

“그리고 장소랑 시간 바꾼 것도 내가 질 거 같아서 그런 거야. 난 네가 친구를 그렇게 많이 만들 줄은 몰랐어.”

 

세훈이의 말에 동호는 왠지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하지만 세훈이가 갑자기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말하지 않으면 동호는 몰랐을 테니까요.

 

“넌 좋겠다. 연아 같은 친구도 있고.”

 

세훈이가 주머니에서 구겨진 쪽지를 꺼냈습니다. ‘어제 복도에서 너희 둘이 다투는 소리 다 들었어. 내기에서 네가 이긴 게 아니라고 동호한테 사실대로 말해. 안 그러면 내가 학교 게시판에 사실대로 알릴거야. 연아가.’

 

“연필깎이를 둘이서 하루씩 쓰기로 했는데 수하가 집에 놓고 안 갖고 오잖아. 그래서 어제 다퉜는데 연아가 그걸 들었나봐. 연아 걔, 한다면 하는 아이잖아.”

 

세훈이가 이번에는 까만 장난감 자동차를 내밀었어요. 그건 동호가 이기면 받기로 했던 스피드 자동차입니다.

 

“이건 왜 주는데?”

 

“내기에서 네가 이겼으니까.”

 

“수하는 반칙이니까 빼면 비긴 거잖아. 우리 둘 다 아무도 안 왔으니까.”

 

“하지만 넌 친구들이 못 온다는 문자를 많이 보내 줬잖아. 난 아무한테도 안 왔어. 그러니까 내가 진거나 마찬가지야.”

 

세훈이는 동호 손에 스피드 자동차를 쥐어 주었어요.

 

“나 그만 갈게. 수하도 내일 너한테 사과할 거래.”

 

“세훈아, 이거 너 가져. 사실은 그거 처음부터 너 주려고 학교 갖고 온 거야. 아빠가 똑같은 걸로 두 개 사오셨거든.”

 

세훈이가 눈을 크게 떴어요. 동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세훈이 입이 쩍 벌어졌어요.

 

“고마워. 네 덕분에 친구들 많이 생겼어. 그리고….”

 

세훈이가 ‘그리고 뭐?’ 하는 표정으로 동호를 쳐다봤어요.

 

“그날, 친구들이 우주 놀이터에 못나왔다고 진짜 친구가 아닌 건 아닐 거야. 나라도 학원 빼먹고 가긴 힘들었을 거니까.”

 

“맞아. 사실 나라도 못 갔을 거야.”

 

도서 ‘친구대장나가신다’ 중 발췌. (이경순 글, 서희주 그림, 생각하는 책상 펴냄)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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