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임성훈

   

《 중학교에 가면 ‘자유학기제’를 보냅니다. 3개 학년 중 한 학기 동안 시험을 보지 않고 △진로탐색 활동 △주제선택 활동(학생별 관심사를 선택해 하는 활동) △동아리 활동을 하지요. 수업 대부분을 발표와 토론으로 하므로 발표와 토론능력으로 평가받기도 하지요.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설득력 있게 내 의견을 말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겠지요? 논리란 무엇일까요? ‘나도 논리 왕’ 코너가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알려드립니다. 》

 

오늘은 지난 시간에 배운 ‘전칭판단’과 ‘특칭판단’을 더 자세히 알아봅니다.

 

“어떤 펭귄은 머리가 파란색이지 않아요”

 

남극의 외딴 펭귄 마을. 이곳엔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펭귄 ‘펭펭이’가 살아요. 어느 날 펭펭이는 엄청난 거짓말을 하지요. “모든 펭귄은 날 수 있다!”

 

펭펭이는 펭귄뿐 아니라 남극에 사는 갈매기, 물범, 물개들을 향해 이렇게 고래고래 소리쳤어요. 이후 펭귄들은 “너희들 날 줄 안다며? 날아봐”라고 강요하는 다른 동물들의 괴롭힘을 받게 되지요. 갈매기들은 펭귄들이 입에 물고 가던 새우를 낚아채 훨훨 날아가면서 “어서 날아서 이 새우를 가져가 봐”라고 쏘아붙이곤 했지요.

 

하루아침에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린 펭귄들은 참을 수가 없어 펭펭이에게 달려갑니다. “당장 네가 한 말을 부정해”라며 분노를 쏟아내지요. 결국 꼬리를 내린 펭펭이는 다시 “모든 펭귄은 날 수 있지 않습니다”라고 소리쳐 문제를 잠재웠어요. 남극의 다른 동물들은 그제야 “펭귄들은 다 날지 못하는군”이라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한동안 거짓말을 하지 않던 펭펭이는 근질거리는 입을 참지 못하고 또 거짓말을 합니다. “어떤 펭귄들은 머리가 파란색입니다”라고 외쳤어요.

펭펭이의 말은 거짓말이었어요. 펭귄들은 대대로 머리가 모두 검은색이었거든요.

 

그러자 동물들은 한 번도 보지 못한 파란 머리 펭귄을 보기 위해 매일같이 우르르 펭귄 마을로 몰려들었어요. 결국 펭귄들은 펭펭이를 다시 찾아가 항의합니다.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어. 당장 네가 한 말을 부정해!”

 

다시금 잘못을 뉘우친 펭펭이는 다른 동물들 앞에서 이렇게 소리쳤어요. “어떤 펭귄은 머리가 파란색이지 않습니다!”

 

이게 웬일? 그러자 동물들이 더 많이 몰려들었어요. 펭펭이가 한 말에는 여전히 파란 머리의 펭귄이 있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지요. 잘못된 해명을 한 탓에 펭펭이는 펭귄 마을에서 쫓겨나고 말았답니다.

 

부정이 부정이 아니야

 

보통 어떤 판단을 부정하면 그 판단의 의미와 반대되는 뜻의 판단이 되지요. “나는 예쁘다”를 부정한 문장인 “나는 예쁘지 않다”는 원래 문장과 정반대 의미를 가지지요.

 

‘모든 ∼은 ∼이다’라는 전칭판단을 부정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펭귄은 날 수 없다’라는 전칭판단을 부정하면 ‘모든 펭귄은 날 수 없지 않다’가 되어 결국 ‘모든 펭귄은 날 수 있다’는 뜻이 되지요. 원래의 문장과 정반대의 뜻이지요?

 

하지만 ‘어떤 ∼은 ∼이다’라는 특칭판단을 부정할 때는 반드시 정반대의 뜻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어떤 연예인은 운동을 좋아해’라는 문장을 봅시다. 이 문장을 부정하면 ‘어떤 연예인은 운동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가 되어 결국 ‘어떤 연예인은 운동을 싫어한다’는 뜻이 되지요. 이 말은 운동을 좋아하는 연예인도 있고, 싫어하는 연예인도 있다는 의미가 되어 원래 문장인 ‘어떤 연예인은 운동을 좋아해’와 반드시 반대의 뜻인 것은 아니지요.

 

펭펭이의 거짓말인 “어떤 펭귄은 머리가 파란색입니다”를 취소하려면 어떻게 말했어야 할까요? 무조건 부정할 것이 아니라 “모든 펭귄은 머리가 파란색이 아닙니다”라고 정확히 말해야 했겠지요.

 

▶이채린 기자 rini1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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