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교에 가면 ‘자유학기제’를 보냅니다. 3개 학년 중 한 학기 동안 시험을 보지 않고 △진로탐색 활동 △주제선택 활동(학생별 관심사를 선택해 하는 활동) △동아리 활동을 하지요. 수업 대부분을 발표와 토론으로 하므로 발표와 토론능력으로 평가받기도 하지요.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설득력 있게 내 의견을 말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겠지요? 논리란 무엇일까요? ‘나도 논리 왕’ 코너가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알려드립니다. 》

 

 

일러스트 임성훈

   

이번 시간에는 다양한 판단의 종류 중 조건판단을 배웁니다.

 

“좋아하는 공부부터 하면 공부가 재밌어져”

 

코끼리 마을에는 어린 코끼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공부하는 코끼리 학교가 있어요. 이곳에 인기 만점 코끼리가 있어요. 바로 올해 졸업반인 ‘엘퐁이’. 엘퐁이는 엄청나게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못하는 게 없습니다. 공부, 운동, 노래, 게임…. 성격은 따뜻하고 다정하지요. 코끼리 친구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상담을 해줬습니다.

 

고민을 듣고 나서 엘퐁이는 “∼하면 ∼하게 될 거야”라면서 멋진 조언을 선물해 주었지요. “공부가 재미없어요”라는 고민에는 “네가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과목부터 공부를 시작해보면 공부의 재미를 알게 될 거야”라고 답했어요. 만날 이리저리 넘어지는 한 코끼리가 “운동 할 때 더 이상 다치지 않고 싶어요”라고 하자, 엘퐁이는 “운동 전에 준비운동을 철저히 하면 다치지 않을 거야”라고 일러주었지요.

 

엘퐁이는 가끔 “오직 ∼해야만 ∼한다”라는 식으로 화끈한 해결책을 내놓아 더욱 인기가 많았어요. “코순이랑 친해지고 싶어요”라고 한 후배에게 “뭘 고민해! 오로지 적극적으로 나를 알리는 코끼리만이 원하는 상대와 가까워질 수 있어!”라고 말해줬지요.

 

이런 엘퐁이를 부러워했던 외톨이 ‘엘퉁이’라는 코끼리가 있었어요. 엘퉁이는 엘퐁이의 인기 비결이 상담에서 사용하는 엘퐁이의 말투에 있다고 생각했지요. “∼라면 ∼하게 된다”, “오직 ∼해야 ∼한다”라는 식으로 말하기만 하면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엘퉁이는 지나가던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 고민을 말해보라고 한 뒤 상담을 해줬어요. “공부를 잘 하고 싶어요”라는 고민에 엘퉁이는 생각나는 대로 “포도를 먹으면 공부를 잘 하게 될 거야”, “비행기를 잘 만들고 싶어요”라는 말에는 “오직 달리기를 잘 하는 사람만이 비행기를 잘 만들 수 있지”라고 했지요. 자신이 털어놓은 고민과 엘퉁이의 해결책이 전혀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코끼리들은 엘퉁이를 ‘거짓말쟁이’라며 피하기 시작했어요. 결국 엘퉁이는 여전히 외톨이로 남았지요.

 

조건을 담으면 ‘조건판단’

 

“공부를 잘 할 거야”라는 판단이 있는 반면, “쉬운 공부부터 차근차근 해보면 공부를 잘 하게 될 거야”라는 판단이 있지요. 또 “친구와 친해질 수 있을 거야” 말고도 “오로지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사람만이 친구와 친해질 수 있어”라는 판단도 있습니다.

 

이처럼 “(만약) ∼라면”, “오로지(오직) ∼만이” 같은 조건을 담고 있는 판단을 ‘조건판단’이라고 합니다. 조건을 충족하면 이어지는 내용이 이뤄질 거라는 판단이지요.

 

엘퐁이가 친구들에게 “운동할 때 준비운동을 철저히 하면 잘 다치지 않을 거야”, “오로지 적극적으로 나를 알리는 사람만이 원하는 상대와 가까워질 수 있어”라고 했던 말에도 “준비운동을 철저히 한다면”, “적극적으로 나를 알려야만”이라는 조건이 담겨있지요.

 

우리는 실생활에서 조건판단을 굉장히 많이 사용해요. 그러나 엘퉁이의 말처럼 조건과 다음에 이어지는 내용이 논리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잘못된 조건판단도 많이 찾아볼 수 있지요.

 

예를 들어, “어동이가 A 동네에 산다면 숨을 쉬고 살 거야”, “오로지 이 고기를 먹어야만 배가 고파져요” 같은 말이지요. 이런 잘못된 조건판단은 우리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지요. 그래서 어떤 경우는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쓰이기도 한답니다.

 

항상 조건과 다음에 이어지는 내용이 논리적인 연관이 있는 제대로 된 조건판단인지 확인하고 또 확인해봐야 합니다.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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