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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6-11-14 22:5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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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하얗게 칠하는 건 NO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인종차별 논란

미국 할리우드 영화들이 최근 인종차별 논란을 빚고 있다. 당초 흑인이나 황인 등 유색인종이 맡아야 할 배역을 백인 배우들로 ‘갈아 치우는’ 현상이 늘어나는 것.

 

이처럼 원작 소설이나 만화에는 유색인종으로 설정된 배역을 정작 영화로 만들어질 땐 백인 배우로 대신하는 현상을 영어로는 ‘화이트 워싱(Whitewashing)’이라 한다. 원래 ‘더러운 곳을 희게 덧칠해 가림’을 뜻하는 이 단어는 요즘 ‘할리우드에서 무조건 백인 배우를 캐스팅하는 행태’를 일컫는 말로 사용된다.

 

할리우드를 뜨겁게 달구는 화이트 워싱 논란을 살펴보자.

 

 

티베트인이 백인?

 

최근 국내 개봉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교통사고로 양 손을 다쳐 감각을 잃게 된 천재 외과의사 스트레인지는 손의 감각을 되찾기 위해 네팔로 향한다. 그곳에서 ‘에인션트 원’이라는 초능력자를 만난 그는 에인션트 원의 도움으로 자신에게 잠재된 능력을 깨워내며 슈퍼 히어로로 다시 태어난다.

 

이 영화의 원작인 마블 코믹스의 만화 ‘닥터 스트레인지’에는 에인션트 원이 티베트인 남성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영화 속 에인션트 원은 영국 출신의 백인 여배우 틸다 스윈튼. 원래 동양인 배우가 연기해야 할 캐릭터를 백인 배우가 대신하자 원작 만화의 팬을 포함한 세계 누리꾼들은 “에인션트 원이 화이트 워싱됐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 영화를 만든 스콧 데릭슨 감독이 “화이트 워싱이 아니라, 오히려 동양인에 대한 편견을 깨려는 시도였다”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는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마션’도 등장인물이 백인으로 바뀌면서 “인종차별”이란 비판을 받았다. 원작소설에 등장하는 한국계 여성 과학자 ‘민디 박’이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백인 여성으로 바뀐 것. 영화 속 민디 박은 캐나다 출신 백인 여배우 맥켄지 데이비스가 연기했다.

 

 

화이트 워싱, ‘돈’ 때문에

 

화이트 워싱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할리우드 영화가 시작되면서 화이트 워싱은 시작됐다”는 비판도 많다.

 

가장 대표적 사례는 1961년 개봉한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이 영화에서 백인 남자배우인 미키 루니가 덧니 분장을 헌 채 일본인 연기를 했다. 백인들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아시아인’으로 분장한 것.

 

할리우드에서 화이트 워싱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할리우드 영화의 가장 큰 시장인 미국과 캐나다, 호주, 유럽의 대다수가 백인이므로 백인 관객의 입맛에 맞는 백인 배우를 내세워야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할리우드가 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과거 할리우드의 제작자들은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동양인 혹은 흑인 배우가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둘러댔지만, 요즘은 영어를 잘 하는 것은 물론 연기력까지 탄탄한 유색인종 배우가 많아졌기에 이런 핑계도 먹히질 않는다.

 

 

동양인 배역은 동양인으로

한국계 배우 ‘존 조’의 얼굴을 합성한 영화 ‘마션’의 포스터. 존 조 출연시키기 홈페이지

할리우드에서 화이트 워싱 현상이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자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진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래퍼 덤파운디드는 최근 자신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화이트 워싱을 비꼬았다. 그는 영화 ‘타이타닉’의 주인공 잭 도슨(리어나도 디캐프리오)과 영화 ‘캐리비안 해적’의 주인공 잭 스패로우(조니 뎁)의 얼굴 대신에 자신의 얼굴을 넣어 합성한 영상으로 뮤직 비디오를 만든 것.

 

해외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에 ‘화이트 워싱을 내쫓자(WhitewashedOUT)’라는 해시태그를 게시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한국계 배우인 존 조를 화이트 워싱 의혹이 있던 영화 포스터에 합성해 퍼뜨리는 ‘존 조 출연시키기’ 이벤트가 온라인에서 급격하게 퍼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정원 기자 monica89@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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