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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도 논리왕]‘그리고’, ‘또는’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6-11-13 22: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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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판단 (5) 얄미운 개구리들

일러스트 임성훈

 

 

이번 시간부터는 판단의 종류에 대해 배워봅니다. ‘선언판단’과 ‘연언판단’에 대해 알아볼까요? 선언? 연언? 단어 자체는 어렵지만 알고 보면 그 의미는 간단하답니다.

 

물속에서 살고 물 밖에서도 살고

 

“개굴개굴” 하는 소리가 들리나요? 숲 속에 사는 대부분의 동물들은 이 소리를 싫어해요. 왜냐고요? 소리의 주인공인 개구리들을 싫어하기 때문이지요.

 

개구리들은 돈을 절대 쓰지 않는 구두쇠로 유명합니다. 숲 속 동물들은 일 년에 한 번씩은 자기 돈을 들여 파티를 열어요. 다른 동물들이랑 친해지기도 하고 몸이 다쳐서 먹이를 구하지 못하는 동물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베풀기 위해서지요. 그런데 개구리들은 한 번도 파티를 연 적이 없어요. 돈이 아깝다고 생각하거든요.

 

개구리들은 얄밉기 짝이 없어요. 다른 동물들이 여는 파티에는 빠지는 법이 없으니까요.

 

물고기들이 개구리를 따돌리려고 ‘물속에 사는 동물들만 오시오’라는 조건을 내걸고 연못에서 파티를 여는 날이었어요. 갑자기 어디선가 “개굴개굴” 소리가 나더니 개구리들이 파티에 왔어요. 이들은 헤엄을 치며 “저희는 물속이 가장 편해요. 물 밖으론 나가지 않아요”라고 했어요. 한 호랑이가 ‘물밖에 사는 동물들만 오시오’라는 조건을 내세운 파티도 마찬가지였어요. 개구리들은 땅에서 팔짝팔짝 뛰면서 “물속에는 들어가지 않아요”라면서 파티에 또 참석했어요.

 

동물들은 개구리들이 너무 미웠어요. 그러자 토끼들이 나섰어요. “개구리들이 절대로 올 수 없는 파티를 열겠어”라면서 토끼들은 파티 참석 조건으로 ‘물속에 살거나 물 밖에 사는 동물들만 오시오’라는 조건을 내걸었지요. 아이고. 토끼들은 너무 멍청했답니다. 결국 개구리들은 물론이고 물속에 사는 동물도, 물 밖에 사는 동물도 모두가 파티에 와 북적이는 바람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답니다.

 

결국 개구리들을 따돌리지 못한 동물들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 개구리들에게 따지며 요구했어요. “개구리 너희도 양심이 있다면 한 번쯤 파티를 열어!”라고 말이지요.

 

“그래. 파티만 열면 되지?” 곤란해진 개구리들은 결국 파티를 열기로 합니다.

 

개구리들이 파티를 연 날. 이상하게도 파티에는 두꺼비, 도룡뇽, 맹꽁이 같은 동물들밖에 참석하지 않았어요. 왜일까요? 개구리가 내건 파티 참석 조건이 ‘물 밖에 살고 물속에서도 사는 동물만 오시오’였거든요.

 

개구리처럼 물 밖과 물속 두 곳 모두에 사는 동물들만 참여하라는 뜻이었지요. 참석자가 매우 적었기에 개구리들은 파티를 열고도 아주 조금의 돈만 쓸 수 있었답니다.

 

둘 중 하나만? 둘 다?

 

‘나는 배가 고프거나 목이 마르다’와 ‘나는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르다’는 언뜻 비슷하게 보이는 문장이지요?

 

하지만 뜻은 완전히 다릅니다. 첫 번째 문장은 ‘나는 배가 고프다’와 ‘나는 목이 마르다’가 ‘또는’이라는 단어로 이어진 판단입니다. 문장 속 ‘∼거나’ ‘혹은’ 등은 ‘또는’과 같은 역할을 하지요. 이 문장은 ‘배가 고프다’나 ‘목이 마르다’ 둘 중 하나에만 해당된다는 판단을 담고 있어요. 이를 ‘선언(選言)판단’이라고도 합니다. 선언은 한자로 이뤄진 단어로, ‘말을 고른다’는 뜻이지요.

 

두 번째 판단은 ‘나는 배가 고프다’와 ‘나는 목이 마르다’가 ‘그리고’라는 말로 이어져 있는 판단이지요. ‘그리고’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문장 속 ‘∼하고’가 ‘그리고’와 같은 뜻을 나타내지요. 이 문장은 ‘배가 고프다’와 ‘목이 마르다’ 두 개 모두에 해당된다는 판단을 담고 있지요. 이런 판단을 ‘연언(連言)판단’이라고 해요. 역시 한자로 이뤄진 단어인 연언은 ‘말을 잇다’는 뜻입니다.

 

토끼가 파티 참석 조건으로 내건 ‘물속에 살거나 물 밖에 사는 동물들만 오시오’라는 말을 생각해볼까요? ‘물속에 산다’와 ‘물 밖에 산다’가 ‘또는’이라는 단어로 이어져있는 ‘선언판단’이지요. 즉 이는 두 조건 중 하나에만 해당되어도 파티에 참석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반면, 개구리의 참석 조건을 볼까요? ‘물 밖에 살고 물속에서도 사는 동물만 오시오’였어요. ‘물 밖에 산다’와 ‘물속에 산다’가 ‘그리고’로 이어져있는 ‘연언판단’이지요. 두 조건 모두에 해당해야만 파티에 참석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개구리들이 여는 파티에는 개구리, 도룡룡, 맹꽁이와 같은 양서류들만 참여했던 것이지요.

선언판단과 연언판단. 헷갈리기 쉬우니 잘 구분해 알아두기 바라요.

 

▶이채린 기자 rini1113@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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