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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도 논리왕]같은 표현, 다른 판단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6-11-06 22: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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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판단 (4) 장난꾸러기 ‘토리’

일러스트 임성훈
 
 

 《 중학교에 가면 ‘자유학기제’를 보냅니다. 3개 학년 중 한 학기 동안 시험을 보지 않고 △진로탐색 활동 △주제선택 활동(학생별 관심사를 선택해 하는 활동) △동아리 활동을 하지요. 수업 대부분을 발표와 토론으로 하므로 발표와 토론능력으로 평가받기도 하지요.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설득력 있게 내 의견을 말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겠지요? 논리란 무엇일까요? ‘나도 논리 왕’ 코너가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알려드립다. 이번 시간은 판단과 표현의 관계 가운데 ‘같은 표현에 다른 판단이 든 경우’를 알아보겠습니다. 》


 

“‘밤’을 보여줄게”


 

장난꾸러기로 유명한 다람쥐 ‘토리’를 들어봤나요? 토리는 산속에서 부모님, 남동생 둘과 함께 살아요. 토리는 처음 보는 동물한테도 장난을 걸 정도로 장난이 취미지요. 동생들을 속이는 것을 가장 좋아했어요.


 

토리는 동생들에게 말장난을 쳐요. “‘밤’을 보여줄게! 따라 와!” 토리는 쩌렁쩌렁 동생들에게 외쳤지요. 당시 부모님은 동생들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위험한 동물이 돌아다니는 밤에는 집 안에만 있게 했어요. 드디어 깜깜한 밤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던 동생들은 형을 따라나섰지요. 갑자기 형이 멈추고 휙 돌아서더니 “자! 밤이야. 맞지”라며 손바닥에 먹는 ‘밤’ 여러 개를 동생들에게 건네며 깔깔 웃었어요. 동생들은 속았다는 것을 알고 실망한 나머지 엉엉 울었어요.


 

이런 장난은 동생들이 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계속 됐어요. 입학식 전날 토리는 동생들을 앞에 앉혀놓고 “너희 담임선생님은 정말 호랑이 같으셔. 조심해!”라며 무서운 표정을 지었어요. “호랑이처럼 엄청 무섭고 엄격하신 분 인가봐. 어떡해….” 동생들은 벌벌 떨었어요. 안 그래도 낯선 학교인데 선생님까지 친절하지 않다고 하니 너무 두려웠지요. 뜬눈으로 밤을 꼬박 새고 동생 중 하나는 자다가 이불에 오줌까지 쌌어요.


 

입학식 날. 동생들은 호랑이 선생님을 만나고서 형에게 또 심한 배신감을 느꼈어요. 알고 보니 선생님은 무섭기는커녕 매우 다정했어요. 다만 호랑이와 비슷하게 생겼을 뿐이었지요.


 

동생들은 형이 다시는 장난을 치지 못하도록 골탕을 먹이기로 해요. 형을 호수 근처로 불렀어요. “형, 우리가 너무나도 값진 물건을 잃어버렸어.

 

찾으면 반을 형에게 줄 테니 꼭 찾아줘.” ‘값진 물건? 엄청나게 큰 도토리인가? 아니면 황금?’ 엄청난 기대를 품고 형은 신나서 물에 뛰어들었어요.


 

몇 시간 째 헤엄을 치며 물속을 들여다보았지만 신발 한 짝, 연필, 나뭇가지 같은 것들밖에 없었어요. 완전히 녹초가 되어버린 토리. 너무 추워서 오들오들 떨었어요. “값진 물건은 보이지 않아. 너무 힘들어서 포기해야겠어.” 동생들은 웃으며 물속을 살짝 들여다보더니 “그럴 필요 없어! 지금 찾았어”라며 연필을 꺼내보였어요. “뭐?” “값진 물건을 뭐라고 생각한 거야? 학교에 갓 입학한 우리에게 가장 값진 물건은 연필이지”라며 형을 호숫가에 남겨두고 얼른 도망쳤어요.


 

먹는 밤? 깜깜한 밤?


 

토리와 동생들의 이야기처럼 같은 표현이 다른 판단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먼저 토리는 소리는 같지만 뜻이 다른 낱말을 사용해서 동생들을 속였어요. ‘밤’에는 ‘먹는’ 밤과 ‘깜깜한’ 밤 등 여러 의미가 있기 때문이지요.

 

토리는 ‘밤은 먹는 밤’이라 판단한 채 “밤을 보여줄게”라고 말했고, 동생들은 ‘밤은 낮 다음에 찾아오는 것’이라 판단하고 그 표현을 해석했지요.

 

토리는 동생들의 판단을 이용한 것이지요. 이런 단어는 많아요. 대표적으로 ‘배’는 물을 건널 때 사용되는 ‘배’, 노란 빛을 띠는 과일인 ‘배’ 등의 뜻을 담고 있어요.


 

같은 표현이라도 그 표현을 사용하고 해석하는 이에 따라 다른 의미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토리는 “담임선생님이 ‘호랑이’ 같다”고 할 때 ‘호랑이 같이 생겼다’라는 판단을 했고, 동생들은 ‘호랑이처럼 무섭다’라고 판단했어요. 동생들은 이 점을 이용해 다시 토리를 속이기도 했습니다. 동생들은 ‘값진 물건’을 먹을 것, 비싼 것으로 판단할 것이라는 형의 행동을 예측하고 “값진 물건을 찾아줘”라고 한 것이지요. ‘값진 물건’을 연필로 판단했으면서 말이에요.


 

이처럼 같은 표현이라도 다른 뜻을 담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누군가에게 어떤 표현을 들을 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 이채린 기자 rini1113@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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