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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도 논리왕]너무 다른 ‘반대 개념’과 ‘모순 개념’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6-09-25 21:5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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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개념 (3) 게으른 곰

《 중학교에 가면 ‘자유학기제’를 보냅니다. 3개 학년 중 한 학기 동안 시험을 보지 않고 △진로탐색 활동 △주제선택 활동(학생별 관심사를 선택해 하는 활동) △동아리 활동을 하지요. 수업 대부분을 발표와 토론으로 하므로 발표와 토론능력으로 평가받기도 하지요.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설득력 있게 내 의견을 말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겠지요? 논리란 무엇일까요? ‘나도 논리 왕’ 코너가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알려드립니다. 》

 

 

일러스트 임성훈
 
 

이번 시간부터는 개념들의 관계에 대해 배웁니다. 먼저 ‘반대 개념’과 ‘모순 개념’을 알아봅시다.

 

“짧지도 않고 길지도 않다”

 

산속에 ‘척척 해결사’ 곰이 살았어요. 이 곰은 동물들의 어떤 갈등도 속 시원하게 해결해주었지요.

 

곰에겐 비밀이 하나 있었어요. 사실, 이 곰은 어떤 문제도 제대로 해결해주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천성이 게으르고 남에게 관심이 없는 곰은 동물들의 말을 주의 깊게 들은 적이 없었답니다. 아니, 그런데 어떻게 ‘해결사’ 곰이냐고요? 알려줄게요.

 

곰은 동물들이 찾아오면 일단 “무슨 일로 싸우는 것이냐?”라고 근엄하게 물어봐요. 동물들이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참새의 예를 들어볼까요? 참새들은 자신들이 잡은 애벌레 길이가 “짧다” “길다”라는 의견으로 나뉘어 다퉜어요. 누구 말이 맞는지 판결해달라고 곰에게 부탁했지요. 곰은 딱 여기까지만 듣고 “계속 얘기해 보거라” 하고는 뒤돌아 앉았어요. 참새들이 문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동안 꾸벅꾸벅 졸았지요.

 

참새들이 이야기를 마치면 곰은 다시 일어나서 딱 한 마디 했어요. “짧지도 않고 길지도 않느니라.” 그러면 참새들은 “옳거니! 짧지도 않고 길지도 않을 수 있구나. 역시 해결사 곰님이야. 서로 싸울 필요가 없구나”라고 감탄하며 돌아갔습니다.

 

곰은 늘 이런 식이었지요. 두 의견으로 나뉘면 “그 의견도 ‘아니고’ 다른 의견도 ‘아니다’”라고 그럴 듯하게 말했던 것이지요.

 

호랑이들이 사냥한 족제비의 크기를 두고 “크다” “작다” 싸우면, 곰은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다”고 말했고요. 풀 색깔을 두고 “검다” “희다”로 의견이 엇갈린 토끼들에게도 곰은 “검지도 않고 희지도 않다”라고 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람쥐들이 우연히 해결사 곰이 고민을 들어주는 장면을 목격했어요. 그런데 곰을 자세히 보니 눈을 감고 쿨쿨 자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영리한 다람쥐들은 ‘곰이 제대로 듣지도 않고 문제를 대충 해결해왔구나’라고 깨닫게 됐어요.

 

다람쥐들은 곰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나섰어요. 곰을 찾아갔어요. “곰님, 친구 다람쥐 하나가 갑자기 쓰러졌어요. 우리는 이 친구가 ‘죽었다’ ‘살았다’를 두고 다투는 중입니다.” 역시나 곰은 다람쥐들의 말이 끝나자 “죽지도 않고 살지도 않았다”라고 말했어요.

 

그러자 다람쥐는 산속이 쩌렁쩌렁하게 “말도 안 돼! 죽지도 않고 살아있지도 않은 상태가 있을 수가 없잖아요. 우리 얘기를 제대로 듣지 않았지요?”라고 소리쳤어요. 뒤늦게 자신의 해결책이 말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곰은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었어요.

 

“중간이 없어요”

 

개념에는 서로 ‘반대’ 관계인 개념과 서로 ‘모순’ 관계인 개념이 있어요.

 

반대 관계인 개념은 ‘하나의 성질에 관해 각각 양극단을 나타내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어요. ‘검다-희다’ ‘크다-작다’ ‘똑똑하다-어리석다’ 같은 사례가 있지요. 이를 ‘반대 개념’이라고 합니다.

 

모순 관계인 개념은 ‘하나의 성질에 관해 각각 양극단을 나타내지만, 둘 사이에 중간 개념을 허용하지 않는 두 개념’을 말합니다. ‘살다-죽다’ ‘있다-없다’를 예로 들 수 있지요. ‘모순 개념’이라고 부르지요.

 

약간 어렵지요? 반대 개념과 비교하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반대 개념은 양극단의 중간에 있는 ‘중간 개념’을 허용합니다. ‘검다-희다’는 그 사이에 ‘빨갛다’ ‘노랗다’ ‘회색이다’ 등 무수한 중간 개념이 존재할 수 있겠지요? ‘검지도 않고 희지도 않은 개념’이 있다는 말이지요. 또 ‘크다-작다’를 생각해볼까요?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개념이 있나요? 네. 있습니다. 적당한 크기, 중간 크기 등 다양한 중간 개념이 존재해요. 그러니까 이 두 개념은 ‘반대 개념’이라고 부를 수 있지요.

 

그런데 모순 개념은 다릅니다. ‘있다-없다’를 생각해봐요.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은 상태가 존재할 수는 없겠지요? ‘살다-죽다’도 마찬가지 경우지요. 살아있지도 않고 죽지도 않은 상태란 세상에 없어요. 이렇듯 중간 개념이 없는 것이 ‘모순 개념’의 특징입니다.

 

다람쥐들은 이런 원리를 이용해 곰의 실체를 밝혀낸 것이지요. 곰이 만날 하는 대답인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다”가 ‘크다-작다’ ‘검다-희다’처럼 ‘반대 개념’인 경우에는 설득력 있게 들렸지만, ‘살다-죽다’는 중간 개념이 없는 모순 개념이기 때문에 “살지도 않고 죽지도 않았다”라는 곰의 해결책은 말이 될 수 없었던 것이지요.

 

▶이채린 기자 rini1113@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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