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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눈높이 사설]“서울대 출신, 좋은 직장 찾지 말라”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6-09-18 21:3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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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 전남 여수 애양병원 명예원장이 서울대 학위수여식에서 축사를 하는 모습. 뉴시스
 
 

지난달 서울대 학위수여식(졸업식)에서 김인권 전남 여수 애양병원 명예원장은 “너무 좋은 직장을 찾지 말라”는 뜻밖의 축사를 했다. 강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졸업생들에겐 낯설게 들렸을 터다. 하지만 앞길 창창한 후배들에게 들려준 얘기는 자신의 인생 경험에서 우러난 진심 어린 충고였기에 대학의 울타리를 넘어 한국 사회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그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1977년 소록도병원으로 갔다. 전문의 시험 자격을 얻기 위한 의무규정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 뒤에도 소록도를 떠나지 않았다. 자신을 꼭 필요로 하는 곳에 있고 싶어서였다.

 

1983년부터 한센병(나균에 의해 감염되는 병) 전문 애양병원의 터줏대감으로 눌러앉는 바람에 서울대병원의 교수직 제의도 뿌리쳤다. 그런 선택을 했던 이유를 그는 “이 선택을 나 자신이 했고,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자부심”이라며 “마음이 이끄는 대로 결정하라”고 말했다.

 

미국 신문은 해마다 대학 졸업식의 명연설을 소개한다. 올해 주목받은 폴 라이언 하원의장의 연설은 서울대 축사와도 맥이 통한다. “삶은 여러분이 공들여 짜놓은 계획을 종이파쇄기(종이를 부수는 기계)에 밀어 넣는다. 내가 꿈꾸던 직업을 결코 얻지 못할 수도 있고, 만약 꿈꾸던 직업을 얻는다 해도 악몽으로 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재앙처럼 보이는 일이 기회가 될 수 있다. 내가 세운 인생계획이 들어맞지 않는다고 성급하게 ‘기회’를 차버리지 말라.”

 

한국이나 미국이나 대학졸업자도 취업 고민을 놓지 못하는 슬픈 현실에서 배부른 조언 아니냐는 비아냥거림도 나온다. 진부해 보여도 그 속에는 삶의 진실이 응축돼 있다. 2008년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해리 포터’ 작가 조앤 롤링은 말했다. “두려워했던 실패가 현실이 되니 오히려 자유로워졌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인생은 성취한 일의 목록이 아니라는 걸 깨달으면 행복해진다’는 것을 내게 말해주고 싶다.”

 

그러니 불확실한 미래 앞에 고민하는 젊은이들은 믿어야 한다. 자랑스럽지 않은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 소중히 돌아볼 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동아일보 8월 31일 자 고미석 논설위원 칼럼 정리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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