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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도 논리왕]단어로 개념을 약속해요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6-09-11 22: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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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개념 (1) ‘나잘난’ 노루

《 중학교에 가면 ‘자유학기제’를 보냅니다. 3개 학년 중 한 학기 동안 시험을 보지 않고 △진로탐색 활동 △주제선택 활동(학생별 관심사를 선택해 하는 활동) △동아리 활동 등을 하지요. 이때는 수업 대부분을 발표와 토론이 차지하며, 발표와 토론 능력으로 평가받기도 하지요. 그만큼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설득력 있게 내 의견을 말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겠지요? 논리란 무엇일까요? ‘나도 논리 왕’ 코너가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알려드립니다. 》

 

 

 

 

 

호랑이에 잡아먹힌 노루

 

깊은 산속. 오만한 성격으로 유명한 ‘나잘난’ 노루가 살고 있어요. 자기가 너무 똑똑하다고 생각한 노루는 무리를 뛰쳐나와 혼자 산속을 돌아다녔지요. “오호라! 흙냄새가 솔솔 진해지는 걸 보니 곧 비가 오겠구먼” “자그마한 밤나무가 있는 걸 보니 이틀 전 왔던 그 길이구나. 난 기억력이 좋기도 하지”라면서요.

 

어느 날 나잘난 노루는 지혜롭다고 소문난 산양 무리를 만났어요. “산양들이 지혜롭다고? 어디 한번 시험해볼까?”라면서 산양들에게 며칠만 무리에 껴달라고 부탁했어요. 산양들은 흔쾌히 허락하면서 “우리랑 함께 다니려면 산양의 언어를 배우는 게 좋을 텐데”라고 말했어요. 나잘난 노루는 “그럴 필요 없어. 다 거기서 거기지 뭐”라고 답했지요.

 

산양은 자신들만의 ‘신체언어’에 따라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있었어요. 소나기가 오면 앞서가던 산양들이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었어요. 그럼 뒤따르던 산양들이 똑같이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면서 무리의 뒤쪽까지 소나기가 시작되었음을 알리고 쏜살같이 모두 나무 밑으로 들어가 비를 피했지요.

 

강가를 건널 때도 그랬어요. 좁은 돌다리를 발견하면 앞서가던 산양들이 뒷발을 쿵쿵 구르면서 돌다리가 좁으므로 한 줄로 건너라는 메시지를 뒤따르는 산양들에게 알려주었지요.

 

나잘난 노루는 이 꼴이 무척 우스웠어요. ‘비가 오면 그냥 나무 밑으로 피하면 되고, 돌다리가 나오면 각자 알아서 건너면 될 뿐인데, 이게 무슨 호들갑이야’라고 생각했지요.

 

나잘난 노루가 산양 무리와 함께하는 마지막 날. 갑자기 산양들이 차례로 오른쪽 앞발을 척 들고 어디론가 숨기 시작했어요, 무리의 맨 뒤를 따르던 노루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요. “잘됐다. 어차피 작별인사하기도 귀찮았는데 알아서 사라져줬군.”

 

앗! 바로 그때, 노루는 불현듯 들려오는 “어흥” 소리에 몸이 얼어붙었어요. 호랑이가 나타났거든요. 노루는 이제야 깨달았어요. 앞서가던 산양들이 앞발을 척 들었던 동작은 바로 “호랑이를 조심해”라는 경고였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나잘난 노루는 결국 호랑이의 먹잇감이 되고 말았어요.

 

개념을 언어로 표현하는 ‘단어’

 

여러분. 우리가 만약 난생 처음으로 비온 뒤 하늘 위로 생기는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가지 색의 아치 모양을 보았다고 가정해봅시다. 워낙 아름다운 장면이라 우리는 이 순간을 머릿속에 담아두고는 다음에 또 같은 모습을 보면 “아, 그때 보았던 그 현상이구나” 하고 생각을 떠올리겠지요?

 

이처럼 우리는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보면 ‘아, 이것이구나!’ 하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렇게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게 되는 생각을 ‘개념’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쓰는 단어들은 이런 수많은 개념들을 말이나 문자 등과 같은 언어로 표현한 것이지요. ‘빨주노초파남보’의 일곱 가지 색깔이 하늘 위로 생기는 것을 ‘무지개’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결국 단어란 어떤 개념을 “이렇게 부르자”고 약속하는 것입니다.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깔이 하늘로 뜨는 현상을 ‘개지무’나 ‘무개지’가 아닌 ‘무지개’로 부르기로 약속하는 것이지요.지혜로운 산양 무리를 보세요. 특정한 신체언어를 통해 개념을 약속하지요? 하늘 위에서 물이 떨어지면 머리를 위아래로 흔드는 것은 바로 ‘소나기’란 개념을 약속한 것이고, 앞발을 척 치켜드는 행위는 ‘호랑이’란 개념을 약속한 것이지요.

 

나잘난 노루도 ‘호랑이’라는 대상이 갖는 개념은 이미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호랑이라는 개념을 약속하는 산양들의 언어를 알지 못했기에 호랑이의 점심식사가 될 수밖에 없었지요.

 

이처럼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통된 개념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이 개념을 특정한 언어로 나타내는 약속이 있어야 하지요. 논리를 세워 남을 설득하려면 가장 먼저 내가 말하려는 개념을 명확하게 알고 그 개념을 표현하는 가장 정확한 단어를 알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채린 기자 rini1113@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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