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지역 문화재와 관광지의 안내판과 안내책자 등에 ‘제주어’를 병기(함께 나란히 적음)하는 것이 의무화된다. 제주도는 제주도 사투리인 ‘제주어’를 널리 알리기 위해 내년부터 제주어 병기를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

제주어에는 제주 문화가 깃들어 있는 데다 지금은 사라진 아래아(·) 발음이 남아있어 훈민정음(1443년에 세종대왕이 만든 우리나라 글자)의 원형이 상대적으로 잘 보존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제주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급격히 줄고 있는 것. 유네스코는 2010년 제주어를 ‘소멸 위기의 언어’ 6단계 중 5단계인 ‘아주 심각한 위기에 처한 언어’로 지정했을 정도다.

제주도가 제주어를 지키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투리는 어떤 가치가 있을까?

 

지역 특성 고스란히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사투리’를 ‘어느 한 지방에서만 쓰는, 표준어가 아닌 말’로 정의한다. 각 지역마다 사투리가 갖는 고유한 특성이 있는 것.

예를 들어 전라도 지역에는 ‘몬네몬네’라는 말이 있다. ‘기회를 엿보는 모습’이란 뜻의 사투리다. 경상도에서는 ‘자질구레한 살림’을 일컬어 ‘잔석더리’라 부른다.

이런 사투리는 해당 지역의 문화적 가치도 잘 담고 있다. 하루아침에 ‘뿅’하고 생긴 것이 아니다.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든 것이라 사람들의 삶과 생각이 녹아있다. 전라도 지역에 ‘진덤진덤’(양념을 많이 써서 진하게 무치는 모습), ‘자붐자붐’(조금씩 집는 모양), ‘접시불림’(여러 접시로 나눠 담아 본래보다 많아 보이게 만듦)과 같은 사투리가 있는 것도 맛있는 음식으로 유명한 이 지역의 특성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몇 마디 나눴는데 ‘절친’

 

말을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서로 마음을 열고 가까운 사이가 되도록 하는 언어의 기능을 ‘언어의 친화적 기능’이라고 한다. 사투리는 이런 기능이 뛰어나다. 그래서 사투리를 두고 ‘사귐의 언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같은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끼리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금세 사이가 가까워지기도 한다. 지역의 사람들을 유대감으로 끈끈하게 묶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

1960, 70년대에는 사투리를 ‘촌스럽다’며 공식적인 자리나 드라마 영화 등의 대사로 잘 사용하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드라마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물론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들도 거리낌 없이 출신 지역의 사투리를 쓴다. 사투리로 대중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 어린이들 사이에서도 인기몰이를 했던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서도 사투리를 쓰는 등장인물들이 특히 인기를 끌었다.

 

사투리가 돈이 된다고?

 

사투리의 경제적 가치도 인정받는다. 국립국어원은 매년 국민을 대상으로 사투리를 주제로 한 아이디어 상품 공모전을 연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재미있거나 뜻 깊은 사투리를 찾아내 문화상품으로 개발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이 공모전에서는 사투리로 만든 낱말퍼즐, 사투리 인사말이 적힌 양말, 사투리로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 등이 상을 받았다.

국내 한 항공사는 항공승무원이 “오늘도 우리 비행기는 186석 만석이네예”와 같이 경상도 사투리로 구수하고 유머러스하게 기내방송을 한 내용이 온라인 동영상으로 퍼지며 홍보효과를 톡톡히 보기도 했다.

 

서정원 기자 monica89@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