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핵잠수함인 오하이오함. 뉴시스 |
1982년 *포클랜드 전쟁 때 영국 핵잠수함 5척이 1만4400km 떨어진 포클랜드를 향해 출항했다. 잠수함 전단(군사용 배로 이뤄진 부대)은 20노트(1노트는 선박이 1시간에 1852m를 달리는 속력) 속도로 2주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 중 한 척이 아르헨티나 유일의 순양함(군용 배 중 하나) ‘헤네랄 벨그라노’를 어뢰(물속에서 폭발하는 무기) 2발로 격침(배를 공격해 가라앉힘)해 전쟁의 승기(이길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제야 느린 디젤 잠수함도 해역에 도착했다. 핵잠수함과 동시에 출발해 최대 속력을 냈지만 5주나 걸렸다. 포클랜드 전쟁 후 영국은 디젤 잠수함을 모두 퇴역(물러남)시켰다.
원자로(핵반응을 유지하고 제어하는 장치)에서 동력을 얻는 핵잠수함은 미국 러시아처럼 90% 농축한 우라늄을 장전하면 잠수함 수명이 다할 때까지 쓸 수 있다. 힘이 좋으니까 덩치도 커져 미 최대 핵잠수함인 오하이오급은 ㉠1만6000t(톤)을 넘는다. 한국 해군이 4년 뒤 실전 배치할 장보고Ⅲ은 ㉡3000t급. 디젤 잠수함은 연료를 태울 때 산소가 필요해 주기적으로 물 밖으로 나와야 하지만 핵잠수함은 그럴 일이 없어 은밀성과 기동성이 뛰어나다. 승조원들이 쓰는 산소는 바닷물을 전기분해해 얻는다.
핵탄두가 실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순항미사일을 수직발사대에 장착한 핵잠수함은 ‘전략핵잠수함(SSBN)’이다. 지구에 핵전쟁이 나면 육상(땅 위)은 방사성 낙진(핵폭발에 의해 땅에 떨어지는 방사성 물질)이 떨어지는 잿더미의 지옥으로 돌변한다. 하지만 바다 속 전략핵잠수함은 인류의 생존 거점이다. 지상 또는 공중발사 핵미사일은 들통 나기 쉽지만 레이더가 탐지할 수 없는 심해의 전략핵잠수함은 핵전쟁 때 최후의 보복 수단으로 꼽힌다. 세계 6개국만 보유 중이다.
북한의 SLBM 발사 성공으로 우리도 핵잠수함을 보유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초기인 2003년 국방부가 ‘362사업’으로 핵잠수함 건조(만듦)를 추진하다 무산된 바 있다. 우라늄을 20% 미만으로 농축할 수 있게 한미 원자력협정이 작년에 개정돼 핵연료 조달 문턱이 낮아졌고 소형 원자로 건설 능력도 갖췄다.
하지만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묶여 있는 데다 일본의 견제와 미국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강대국의 반발이 거셀 것이다. 북한은 동북아시아를 핵 군비(군사시설이나 장비) 경쟁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고 있다.
동아일보 8월 27일 자 이진 논설위원 칼럼 정리
※ 상식UP
포클랜드 전쟁: 1982년 아르헨티나의 남쪽에 위치한 포클랜드 섬의 영유권을 두고 아르헨티나와 영국이 벌인 전쟁.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땅 위가 아닌 잠수함에서 직접 발사하는 탄도미사일(로켓의 힘으로 날아가는 미사일). 바다 속에서 순식간에 발사하기 때문에 발사를 미리 알아채기 어렵다. 이때 핵탄두를 미사일에 실을 경우 엄청난 위력을 가진 핵무기가 된다.
순항미사일: 제트엔진이 달려 있어 미사일 자체의 힘으로 날아가는 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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