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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국립중앙도서관 ‘세책과 방각본 전’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6-08-24 22: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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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소설은 지금의 멀티플렉스 극장

서울 국립중앙도서관 ‘세책과 방각본 전’

“자! 심청이가 탄 배가 인당수에 서서히 가까워져. 철썩철썩 파도는 거세지고. 심청이는 눈을 질끈 감고 속으로 ‘아버지 건강하십시오’라고 말하지. 갑자기 ‘펄럭’하더니 치마를 뒤집어쓰고 배에서 훌쩍 뛰어….” “이야기를 끊지 마오! 더 얘기해주오! 여기 내 돈을 받으시오.”

 

조선 후기 소설의 열기는 어마어마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사람들을 상대로 재미있게 소설을 읽어주고 그 대가를 받는 이야기꾼인 ‘전기수’가 있었을 정도. 소설을 사람들에게 베껴 써주는 전문 필사꾼, 책을 구매하려는 자에게 책을 전달해주는 거간꾼, 중국소설을 우리말로 옮겼던 번역가도 있었다.

 

조선 후기 소설 열풍. 이 열풍을 오롯이 보여주는 책들이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서울 서초구) 본관 1층 전시실에 전시되고 있다.

 

특별전시 ‘세책과 방각본 전’(관람료 무료)은 11월 30일까지 열린다.

 

조선 후기 소설 열풍의 이유는?

 

이채린 기자 rini1113@donga.com

 

 

돈 많은 중인의 등장

 

 

소설 열기는 조선 중기까지만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소설을 비롯한 모든 책은 양반의 전유물(혼자 차지하는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는 중앙정부의 출판기관이었던 주자소, 교서관 같은 곳에서 주로 책을 만들었는데, 과거시험을 위한 ‘중용언해’와 같은 학습 서적이나 유교경전에 한정돼 있었다.

 

이런 분위기는 18, 19세기에 급격히 변하기 시작한다. 상공업이 발달하면서 돈을 많이 벌고 여가를 즐기는 중인층이 등장한 것. 양반이 아니었던 그들은 양반이 주로 즐겼던 문학도 자신의 문화로 만들었다.

 

특히 소설은 그들을 매료시켰다. 소설이 잠시나마 사람들에게 특별한 재미를 주고 현실에는 없는 세계를 마음속에 그릴 수 있게 해줬던 것이다. 전기수 같은 사람들을 따로 고용해 평생 동안 이들이 입고 쓸 만큼의 돈을 주기도 했다.

 

소설은 이윽고 서민을 비롯한 모든 계층으로 퍼져나갔다. 조선 후기 문신인 채제공(1720∼1799)은 책 ‘여사서’에서 “부녀자들은 비녀나 팔찌를 팔거나 빚을 내서라도 (소설을) 다투어 빌려가서 그것으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낸다”고 말하고 있다.

 

 

한 권짜리 춘향전이 10권으로

 

 

서울 방각소의 방각본 ‘춘향전’

조선시대에도 책대여점이 있었을까? 그렇다.

 

소설 열기가 뜨거워지자 한양을 중심으로 돈을 받고 책을 빌려주는 ‘세책점’ 수십 곳이 만들어졌다. 세책은 ‘빌려주는 책’. 세책점 주인은 전문 필사꾼을 두고 소설을 베껴 쓰게 해 만든 세책본을 사람들에게 빌려줬다.

 

보통 한 권으로 전해지는 춘향전은 세책점에선 무려 10권으로 권수가 늘어났다. 권수를 늘리면 원래 한 권만 빌리면 되는 춘향전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10권을 빌리게 되므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던 것. 소설을 베껴 쓰는 과정에서 똑같은 내용을 권수를 최대한 늘려 여러 권의 세책본으로 만들었다.

 

세책본 ‘명행정의록’을 펼쳐보면 각 장의 마지막 행 2∼3글자가 빈칸으로 비워져있다. 이는 세책본에 많이 나타나는 특징. 왜일까? 책을 빌려 읽는 사람들이 침을 묻혀 책장을 넘기는 경우가 많아 각 장 마지막 부분의 글자가 지워지는 일을 막기 위해서였다.

 

세책점 주인들은 세책본에 낙서하는 사람들 때문에 골치 아팠다. 현재 전해 내려오는 세책본을 보면 책에다 떡하니 주인을 타박하는 글을 써놓거나 동물과 사람을 그리는 등 낙서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방각본도 소설 열풍에 한 몫을 했다. 방각본은 현재 상업출판사에 해당하는 ‘방각소(방각본 제작업체)’에서 내용을 새긴 목판을 종이에 찍어 만든 책.

 

서울, 전주, 안성 등 3곳에 모여 있던 방각소는 조선 후기에 ‘구운몽’ ‘조웅전’ 등 소설을 대량으로 인쇄해 전국 곳곳에 팔았다. 소설의 제목은 같았지만 방각소별로 표지, 내용을 조금씩 다르게 해서 책을 찍었다. 춘향전이 대표적인 경우다.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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