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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움 달래며 점을 찍다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6-06-01 22:4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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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의 예술과 삶

그리움 달래며 점을 찍다

서울옥션이 최근 홍콩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연 제19회 홍콩경매에서 한국 미술가 김환기(1913∼1974)의 1971년 작품인 ‘무제 3-V-71 #203’이 3000만 홍콩달러(약 45억6000만 원)에 팔리면서 국내 작가의 작품 중 세 번째로 비싸게 팔린 그림이 됐다.

 

이로써 국내외 경매에서 판매된 한국 작가의 작품들을 팔린 가격에 따라 순위를 매겼을 때 1∼3위를 모두 김환기 작품이 차지하게 됐다. 1위는 올해 4월 제17회 홍콩경매에서 3300만 홍콩달러(당시 48억6750만 원)에 팔린 1970년 작품 ‘무제’. 2위는 지난해 10월 제16회 홍콩경매에서 3100만 홍콩달러(당시 47억2100만 원)에 팔린 ‘무제 19-Ⅶ-71 #209’다.

 

김환기는 누구일까? 그의 작품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이유는 뭘까?

 

 

한국적인 추상화

 

김환기의 그림은 추상화(사실적으로 그리지 않고 점·선·면·색을 이용해 사물의 특성을 포착해 그린 그림)와 단색화(한 가지 색으로 그린 그림)를 선호하는 세계 미술 흐름에 잘 맞아떨어진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김환기 작품은 국내에서 구입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요즘은 대부분 외국인이 사간다”고 전했다.

 

그의 작품은 ‘한국적인 추상화’라는 평가를 받는다. 1∼3위를 차지한 그의 작품은 모두 점을 가득 채워 그린 ‘점화’. 흡수성이 강한 면 위에 그림을 그려 번지는 효과를 최대한 살렸는데, 이는 동양화의 수묵을 표현한 것이다.

 

또 그림의 점들을 들여다보면 사각형 테두리 안에 둥근 점들이 찍혀 있다. 이것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天圓地方·천원지방)’는 동아시아의 우주관을 함축했다는 평가가 있다. 이런 점들이 외국인에게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는 것.

 

작품의 크기도 한몫했다. 1∼3위를 차지한 작품은 세로 길이가 2m를 넘어 보통 어른의 키보다도 큰데, 보는 이로 하여금 웅장함을 느끼게 한다.

 

 

한국의 삶을 담아내다

 

 

김환기의 ‘영원한 것들’

1970년 김환기가 쓴 일기에는 ‘서울을 생각하며, 오만가지 생각하며 찍어가는 점’이라는 문장이 있다. 미국 뉴욕에서 점화를 그렸던 그는 고향에 두고 온 가족,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점을 찍었던 것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그의 작품이 모두 점화였던 것은 아니다.

 

1913년 전남 신안군 기좌도에서 태어난 김환기는 1933년 화가의 꿈을 안고 일본 유학을 떠난다. 일본 도쿄에 있는 니혼대 미술부에 입학한 그는 추상화에 매력을 느낀다. 그의 작품 ‘론도’(1938)를 보면 대상의 몸체나 주변 배경을 삼각형, 사각형 등 도형으로 단순화시킨 것을 볼 수 있다.

 

6·25전쟁을 겪은 그는 그 시절 고단한 피난생활을 담은 작품도 내놓았다. 1951년 완성한 ‘피난열차’에는 화물열차의 지붕까지 피난민들로 가득 찬 모습이 담겼다.

 

 

나만의 예술세계 만들다

 

“예술에는 노래가 담겨야할 것 같소. 거장들의 작품에는 모두가 강력한 노래가 있구려. 지금까지 내가 부르던 노래가 무엇이었다는 것을 나는 여기 파리에 와서 구체적으로 알게 된 것 같소.”(1957년 김환기의 일기 중)

 

김환기의 작품세계는 1956년 그가 프랑스 파리로 떠나면서부터 큰 변화를 겪는다. 일기에서 보듯 이때 그는 자기 그림의 정체성을 찾으려 애썼다.

 

이후 그림에는 푸른색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푸른색에 한국의 민족정서가 담겼다고 그는 생각했다. 1956∼1957년 작업한 ‘영원한 것들’에는 푸른 바탕에 새, 산, 나무 등이 표현됐다.

 

1959년 귀국한 김환기는 서울대와 홍익대에서 교수로 일하면서 전시회도 여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1963년 불현듯 미국 뉴욕으로 다시 떠난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예술에 도전하고자 했던 것. 바로 이때 탄생한 것이 ‘점화’다.

 

▶이원상 기자 leews111@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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