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저에게 자꾸 “깨끗한 물을 많이 마시라”고 말씀하세요. 그런데 제가 하루 중 마시는 우유, 주스, 탄산음료도 대부분 물로 되어 있는 것 아닌가요?

순수한 물을 자꾸 마셔야 건강에 좋다고 하시는데, 정말 그런지 궁금합니다.

사람은 태어나기 전 엄마 뱃속에서 양수라는 물에 둘러싸인 채로 10개월을 자랍니다. 양수란 자궁 안을 채우고 있는 액체를 말해요. 사람은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물에 의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은 자연의 근본 물질이기도 하지만 우리 몸의 60∼70%를 차지하는 성분입니다. 우리 몸에서 물은 △소화 △산소 전달 △노폐물 배출 △체열(몸의 열) 조절 등 필수적인 기능을 하지요.

나이 10세 몸무게 30kg 정도의 어린이는 하루 1.7∼1.8L의 물을 필요로 합니다. 성인 여성의 하루 수분 충분 섭취량은 2∼2.5L, 남성은 2.5∼3L 정도입니다. 땀이나 소변, 대변 등의 형태로 몸 밖으로 나오는 물의 양이 이 정도이므로 하루에 그만큼 물이 보충되어야 하지요.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물질은 음식을 통해 충분히 섭취되고 있으며, 물도 마찬가지로 순수한 물뿐 아니라 다른 음식이나 음료수 등으로 섭취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물이 많거나 모자라더라도 우리 몸은 외부로 배출되는 물의 양을 조절함으로써 우리 몸이 정상 상태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지요.

지나치지 않게 마셔요

보통 하루 8잔(1잔에 약 200㎖)의 물을 마시는 것이 제일 좋다고 합니다. 이것은 성인 기준으로 하루 2.5L 정도의 물이 밖으로 나가기 때문에 나온 말입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2.5L의 상당 부분이 매일 섭취하는 음식물과 음료에서 보충되므로 그렇게 물을 마시는 것이 오히려 ‘지나치다’라는 주장도 있지요.

우선 한 번에 지나치게 많은 양을 마시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격렬한 운동 후에 땀으로 염분(소금)이 많이 배출된 상태에서 한꺼번에 물을 많이 마신다면 일시적으로 두통과 구역질 증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혈액 중 염분이 부족해 나타나는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지요.

물을 너무 적게 마시거나 이뇨(오줌을 잘 나오게 함) 성분이 있는 각종 음료를 지나치게 마시면 탈수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특히 카페인이 든 커피나 차가 가장 이뇨작용이 많아 마신 물보다 많은 양을 밖으로 배출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탄산음료, 주스, 우유 순서로 이뇨작용이 덜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탄산음료는 ‘백해무익’

하지만 탄산음료는 ‘백해무익(百害無益·해롭기만 하고 이로운 바가 없음)’합니다. 탄산음료는 산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치아 표면을 빨리 상하게 해 충치와 치아 손상을 일으키지요. 또 탄산음료는 ‘액체 캔디(사탕)’라 불릴 정도로 높은 당(설탕) 수치와 많은 식품첨가물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먹으면 당뇨병, 과체중과 비만 같은 성인병을 일으키지요. 어린이는 가급적이면 마시지 않는 것을 권합니다.

주스는 비타민 보충을 위해 하루 한 잔정도 먹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당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주스’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포함된 당의 양이 많기에 많이 마시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 주스에는 카로틴과 같은 색소도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있어 지나치게 마시면 피부가 노랗게 변할 수도 있습니다. 우유는 단백질 보충을 위해서 하루 200㎖ 짜리 한두 팩 정도는 먹는 것을 권합니다.

손용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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