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 ‘검사외전’(15세 관람 가)이 누적 관객 수 900만 명을 넘기며 흥행하고 있다. 검사외전은 살인 누명을 쓴 검사(황정민)가 꽃미남 사기꾼(강동원)이 무죄를 받아 출소하도록 도운 뒤 그의 도움을 받아 누명을 벗는 내용.

 

이 영화의 주인공인 황정민은 2014년 영화 ‘국제시장(1426만 명)’이 흥행한데 이어 지난해 ‘베테랑(1341만 명)’과 올해 ‘검사외전’까지도 흥행하자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쉴 새 없이 연기 활동을 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

 

다양한 캐릭터를 뛰어난 연기력으로 소화해내는 그는 관객들에게 ‘믿고 보는 배우’가 된 지 오래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은 그가 출연하는 작품은 모두 재미있다는 뜻에서 붙은 수식어. 황정민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대본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영화 ‘베테랑’에서 형사 역을 맡은 황정민. 퍼스트룩 제공

황정민은 데뷔한지 21년이 지났음에도 성실한 배우로 평가받고 있다. 매번 다른 역할을 맡을 때마다 자신이 맡은 배역에 가장 어울리는 말투, 행동, 표정이 무엇일지를 스스로 분석하는 것.

 

영화 촬영이나 뮤지컬 무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그는 혼자서 대본을 반복해서 읽은 후 리허설에 간다. 대본을 보면서 내용 전개를 더 흥미롭게 만들거나 등장인물의 성격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옆에 함께 적어두고 촬영이 시작하기 전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다. 또 그는 대사를 손으로 적으면서 외우기도 한다. 적어둔 대사를 대본 앞에 붙여두고 계속해서 보면 잘 외워진다는 것.

 

황정민이 출연했던 영화 ‘베테랑’의 감독인 류승완은 “그의 대본은 늘 새까맣고 너덜너덜하다”면서 “현장에서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면서 가장 훌륭한 장면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는 배우”라고 평가했다. 또 동료 배우 이정재는 황정민을 “머리 모양부터 의상까지 세심하게 준비하는 아주 성실한 배우”라고 말하기도 했다.

 

 

“차려놓은 밥상 맛있게 먹었을 뿐”

 

“수십 명의 스태프들이 멋지게 차려준 밥상을 맛있게 먹었을 뿐입니다.”

 

황정민이 2005년 영화 ‘너는 내 운명’으로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을 때 남긴 수상소감이다. 자신의 능력으로 상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노력했던 배우와 감독을 비롯한 많은 스태프에게 공을 돌린 것. 황정민의 ‘겸손함’을 엿볼 수 있던 이 문장은 아직까지도 다양하게 인용될 만큼 사람들에게 감명 깊게 남았다.

 

그가 겸손함을 갖출 수 있는 이유는 무명시절이 있었기 때문. 지금은 출연하는 영화마다 ‘대박’을 터뜨리는 영화계의 ‘흥행 *보증수표’이지만, 그도 한때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배우였다. 뮤지컬로 데뷔한 그는 첫 번째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 오디션에서 20번 이상 떨어지기도 하고, 연극배우로 활동할 때는 연봉(한 해에 받는 보수) 300만 원밖에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질 수 있어 행복하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배우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배우에서 ‘천만 배우’가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그는 ‘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이유는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의 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그는 항상 함께 일한 동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김보민 기자 gomin@donga.com·최송이 기자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