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가운데, 남미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이집트숲모기를 없애려고 실내를 소독하는 모습. AP뉴시스

“지카 바이러스에 걸리면 머리 작은 아기 낳는다며?” “그러게. 머리 작은 아기 낳으면 얼마나 좋을까.”

 

20대 여성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헛웃음(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는 웃음)이 나왔다. 그들은 소두증(小頭症)을 연예인처럼 작은 얼굴을 갖는 걸로 이해하고 있었다.

 

소두증에 걸린 신생아의 머리 둘레는 32cm 이하로 정상 범위(34∼37cm)에 못 미친다. 머리가 작은 이유가 뇌가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인 걸 알았더라면 이런 말을 못했을 것이다. ‘microcephaly(소두증)’란 단어를 소뇌증(小腦症·뇌가 보통 사람보다 작은 병)으로 번역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브라질에선 지난달 23일까지 소두증에 걸린 아기가 4180명 생겼고 이 중 68명이 숨졌다. 원인은 이집트숲모기가 옮기는 지카 바이러스로 추정되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는 1947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처음 발견됐지만 그동안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 바이러스가 갑자기 주목받게 된 건 임신부가 감염될 경우 소두증 아기가 태어나는 것으로 의심되면서부터다. 2014년만 해도 150명에 불과했던 소두증 신생아가 급증한 원인을 찾다 보니 지카 바이러스가 지목된 거다. 그해 브라질에선 월드컵 축구대회가 열려 세계인이 몰려들었다.

 

브라질은 문자 그대로 패닉(공황·두려워서 어찌할 바를 모름)이다. 2월엔 우기(연중 비가 많이 오는 시기)가 시작돼 모기가 매우 왕성하게 활동하는 데다 *리우 축제가 있다. 8월엔 리우여름올림픽이 열린다. 경제와 정치계의 상황이 불안한데 올림픽마저 망치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판이다.

 

콜롬비아와 자메이카에선 여성들에게 임신을 자제해달라는 경계령도 나왔다. 지금껏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의 인과관계(어떤 사실과 다른 사실 사이의 원인과 결과 관계)를 공식 인정하지 않던 세계보건기구(WHO)도 1일 긴급위원회를 열어 국제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이후 두 번째다.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186명이 감염돼 38명이 희생된 우리로선 남의 일로만 여길 수 없다. 사람 간 접촉이나 공기로는 감염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집트숲모기 분포지가 미국까지 확대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도 지카 바이러스를 *제4종 전염병으로 지정했지만 임신부는 중남미 여행을 피하는 게 가장 좋다. ‘설마’가 사람 잡을 수 있음을 메르스 사태가 보여주었다.

 

※상식 UP

 

리우 축제: 브라질의 최대 도시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매년 열리는 카니발(전 세계 가톨릭 국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그리스도교 축제). 무용수들이 화려한 옷을 입고 삼바 춤을 추며 행진하는 ‘삼바 퍼레이드’가 유명하다.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되면 갑자기 두통·근육통이 생기고 열이 오른 뒤 무기력해지면서 몸에 출혈이 생기는 바이러스. 2014~2015년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유행해 1만여 명이 숨졌다.

 

제4종 전염병: 법정전염병(병의 예방, 전염 방지, 치료를 위해 국가가 법령으로 지정한 전염병) 중 새롭게 유행하거나 다시 유행하는 전염병,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올까 걱정되는 전염병을 말한다.

 

동아일보 1월 30일 자 정성희 논설위원 칼럼 정리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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