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와시모족’은 정년퇴직 후 부인이 외출할 때마다 눈치 없이 “나도 갈래” 하고 따라나서는 남편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2006년부터 은퇴자 부부 91쌍을 추적 조사한 한 논문에 따르면 은퇴 1년 뒤 건강이 나빠진 비율은 은퇴자 28.6%, 아내 40.7%였다. 남편이 은퇴를 해 집에 머물면서 아내의 건강이 더 나빠진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은퇴한 남편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과 아내의 스트레스 지수가 비례한다는 얘기가 있다. “노후에 함께할 시간이 많아진 것에 대한 준비가 없었고,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서로 쌓아놓은 마음이 없는 것이….” 어느 은퇴자 아내의 고백은 경제적 준비와 함께 부부의 심리적 준비가 노후설계에 필수적임을 일깨운다.
은퇴 후 부부는 자는 시간 빼고 하루 4시간 10분을 같이 보내고, 주로 하는 일은 ‘TV 시청’으로 나타났다. 12일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만 60∼74세 은퇴자 600명을 대상으로 한 대면(얼굴을 맞댐) 설문조사를 분석해 내놓은 결과다. 그런데 부부가 같이 지내는 시간과 관련해 ‘줄이고 싶다’(34.9%)는 응답이 ‘늘리고 싶다’(5.9%)보다 6배 가까이 많은 점이 흥미롭다. 하기야 남편이 집안일도 돕지 않으면서 시시콜콜 잔소리만 늘어놓는다면 아내로서는 짜증이 치솟을 법도 하다.
‘백세인생’이란 표현대로 은퇴 후 부부가 30년 넘게 함께 살아야 하는 시대가 눈앞에 닥쳤다. 은퇴 시점에 맞춰 부부간에도 새로운 규칙이 요구된다.
미국의 심리학자 세라 요게브의 책 ‘행복한 은퇴’에 실린 부부생활 10계명 중 ‘상대의 물리적 정신적 공간을 허락하라’는 항목이 눈길을 끈다. 편안한 노후를 위해 서로 사생활을 존중하고 자유를 허락하는, ‘따로 또 같이’의 지혜가 필요하다.
동아일보 1월 13일자 고미석 논설위원 칼럼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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