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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천어가 무지개송어의 엄마라고?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5-11-23 23: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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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를 이용한 복원기술 개발

산천어가 무지개송어의 엄마라고?

우리나라의 생물자원을 보전·관리하는 국립생물자원관(인천 서구)에는 특별한 물고기들이 있다. 바로 한 수족관에서 함께 살고 있는 금붕어와 토종붕어다. 이 물고기들이 특별한 이유는 금붕어가 토종붕어의 ‘부모’이기 때문.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토종붕어의 생식기능을 하는 세포인 ‘정원줄기세포’를 떼어낸 뒤 알에서 갓 깨어난 새끼 금붕어의 배에 이식한 것. 이 금붕어들이 어른 물고기가 되어 짝짓기를 하면 금붕어가 아닌 토종붕어의 알이 나온다. 금붕어의 배를 빌려 토종붕어의 새끼를 낳는 원리다.

 

국립생물자원관 유용자원분석과 이승기 박사는 5년 동안의 연구를 통해 서로 다른 종의 물고기끼리 생식세포를 이식하는 ‘어류 이종(서로 다른 종)간 이식기술’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무지개 송어의 정원줄기세포를 떼어 산천어의 배에 이식해 무지개송어를 번식시키는 일에도 성공했다. 이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전문 잡지인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레포트’에 소개되기도 했다.

 

어류 이종간 이식기술의 원리를 자세히 알아보자.

 

 

산천어 부모, 무지개송어 자식

 

 

서로 다른 종류의 물고기끼리 정원줄기세포를 이식하기 위해서는 우선 배를 빌려줄 물고기가 생식 기능을 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본래의 생식 기능을 잃어야 이식될 다른 종의 알이나 정자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

 

산천어의 생식기능을 없애기 위해서는 정자와 난자가 만난 수정란 상태일 때 28도 정도의 따뜻한 물에 담가두면 된다. 따뜻한 물에서 수정란은 염색체가 세 쌍씩으로 이뤄지는 삼배체(기본수의 3배의 염색체수를 갖는 개체)가 되어 생식능력을 잃게 되는 것.

 

갓 깨어난 산천어의 크기는 약 3㎜ 정도로 아주 작다. 현미경으로 산천어의 배를 찾아 아주 가느다란 바늘로 무지개송어의 정원줄기세포를 이식한다.

 

무지개송어의 정원줄기세포를 이식받은 산천어들이 다 자라서 짝짓기를 하면 산천어가 아닌 무지개송어의 알을 낳게 된다. 어린 물고기일 때 이식 받은 산천어의 정원줄기세포가 몸에 잘 자리 잡을 경우, 수컷 산천어는 무지개송어의 정자를 생산하고 암컷 산천어는 무지개송어의 난자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천천히 얼려 유전자 보존

 

 

어린 산천어에게 무지개송어의 정원줄기세포를 이식하는 모습

이론적으로는 어류의 알과 정자를 아주 낮은 온도로 얼리면 그 유전자가 그대로 보존되어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재생할 수가 있다. 그런데 실제로 어류의 알은 세포의 크기가 크기 때문에 알을 얼리더라도 재생이 불가능하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알이 만들어지기 전의 단계인 정원줄기세포를 다른 종류의 물고기에 이식함으로써 자연스러운 종 복원이 가능하도록 만든 데에 있다.

 

정원줄기세포는 살아있는 무지개송어로부터도 뽑아낼 수 있지만, 이번에 이 박사는 영하 80도 냉장고에서 1년 동안 보관된 무지개송어로부터 살아있는 정원줄기세포를 얻어내 산천어의 배에 이식하는 작업에 성공한 것이다. 얼어있는 상태의 무지개송어로부터 정원줄기세포를 얻어낼 수 있어야만 언제 어디서라도 무지개송어의 유전자를 추출해 자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꽁꽁 언 물고기에서 어떻게 정원줄기세포를 뽑아냈을까?

 

보통 세포를 얼렸다가 다시 살려내는 데에는 글리세롤과 같은 동결억제제(얼어붙는 것을 막는 물질)를 사용한다. 세포를 얼리면 세포 안에 들어있는 수분이 뾰족한 얼음결정체가 되어 세포막을 파괴하는데, 동결억제제를 사용하면 이렇게 수분이 뾰족한 얼음결정체가 되는 일을 막을 수 있는 것.

 

하지만 이번 실험에서는 동결억제제를 사용하지 않고, 1분에 1도씩 온도를 떨어뜨리는 ‘완만동결’(천천히 얼림) 과정을 통해서 얼어붙는 세포가 스스로 파괴되지 않도록 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정원줄기세포는 물고기의 몸 한 가운데에 있기 때문에 완만동결 과정을 통해 서서히 물고기를 얼린 결과 정원줄기세포가 살아있는 상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동결억제제를 사용해 세포를 보호하려면 전문적인 실험 장비를 갖춰야 하지만, 완만동결 과정은 일반 양식장에서도 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방법을 택한 것.

 

 

멸종위기 어류 복원에 도움

 

기존의 어류 복원은 사람이 인공적으로 알을 부화시켜 그것을 사육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이는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 뿐만 아니라 한 마리의 물고기라도 질병에 걸리게 되면 순식간에 퍼져 한 번에 모든 물고기를 잃을 염려가 있었다.

 

정원줄기세포를 이식하는 방법을 사용할 경우 사람이 직접 부화시키거나 사육하지 않아도 스스로 짝짓기를 통해 다른 종의 알을 낳을 수 있게 된다. 또 냉동 어류만으로도 다른 종의 배를 빌려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후손을 생산할 수 있다. 유전자를 변형한 것이 아니라 세포 자체를 이식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자연에 풀어줘도 생태계를 어지럽히지 않는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올해 말부터 퉁사리, 흰수마자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된 어류종의 복원에 이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다.

 

▶서정원 기자 monica89@donga.com

 

도움말=국립생물자원관 유용자원분석과 이승기 박사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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