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 학기가 지나고 6학년 2학기가 되었다. 초등학교 생활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많은 학생들이 6학년 과정을 예습·복습하고 중학 과정을 선행학습을 한다.
예습과 복습, 그리고 시험. 시험은 우리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 향상되었는지 확인하는 수단이다. 그러나 나는 시험이 싫다. 숫자에 불과한데 그 점수를 보고 가족, 친구들, 선생님들이 나를 다르게 평가한다. 어느 순간 공부와 좋은 점수와 모범생 같은 생활을 하는 것이 정답이 되어버렸다. 나도 그렇게 모범 답안처럼 살아왔다. 친구와 노는 것, 영화를 보러 가거나 쇼핑을 하는 것들은 시험에 비유하면 오답과 같다.
가족들과 여행을 갔을 때 잘 모르는 길이라 내비게이션으로 검색해서 가는데 어느 길로 가야할지를 친절한 목소리가 알려줬다. 그런데 길을 잘못 들어서니 삑삑 소리가 울리면서 불빛이 들어오고 다시 돌아가라고 명령하는 것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길을 알려주는 것이 내비게이션의 역할이지만 다른 길도 있을 수 있는데 자신이 알려준 길로 안 간다고 무조건 돌아가라고 하니 가슴이 답답했다.
어찌 보면 가족도 내비게이션 같을 때가 있다. 내가 시험을 잘 보면 칭찬하다가도 많이 틀리면 실망하기도 한다. 그리 생각하면 모든 게 오답, 오답, 오답이다. 시험에서 많이 틀리면 제일 기분이 안 좋은 사람은 물론 나 자신이다. 하지만 솔직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방황하라는 말이 아니다. 일부러 많이 틀려서 나쁜 점수를 받으라는 말도 아니다. 다만 하루 정도는 시험 성적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하루를 보내보라는 말이다.
왜 사람의 마음을 평가하는 시험은 없는 것일까? 왜 행복지수보다 시험 점수가 더 중요한지 묻고 싶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의 모습과 틀린 문제들은 잘못된 길도 아니고 오답도 아니다. 다만 다른 길로 가고 있을 뿐이다.
▶심서은 광주 광산구 운남초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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