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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아하는 연예인 만난다면?’… 꿈꾸던 일 글로 써요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5-10-14 04:2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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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에 빠진 초등생들

일러스트 임성훈

‘어제 학원가는 길에 평소 좋아하던 반 친구를 만났다. 웬일인지 먼저 웃으며 인사를 하더라. 내가 어쩔 줄 몰라 식은땀만 흘리고 있으니, 그 친구가 다가와서 손을 꼭 잡아줬다.’

 

한 초등생이 쓴 ‘썰’의 일부이다. 썰은 ‘말’을 뜻하는 한자 ‘說(설)’에서 나온 은어(특정한 집단 안에서만 쓰는 은밀한 단어)로, ‘이야기’라는 뜻. 온라인에 익명으로 공개되는 썰들은 글쓴이가 직접 겪었거나 상상해 지어낸 이야기들을 1인칭 시점으로 쓴 것이다.

 

최근 초등생들 사이에서 썰을 읽고 쓰는 것이 유행이다. 한 포털사이트에는 “초등생인데 썰을 잘 쓰고 싶다”거나 “초등생이 읽을 만한 썰을 추천해달라”는 질문이 수백여 건에 달한다.

 

초등생들은 주로 어떤 내용의 썰을 읽고 쓸까? 이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친구와 함께 읽으며 공감

 

초등생들은 주로 ‘카카오스토리’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썰을 읽거나 자신이 쓴 썰을 올린다. 카카오스토리에 썰만 전문적으로 올라오는 계정이 따로 있을 정도. 수백 명이 구독하는 ‘썰 계정’을 운영하는 경남 진주시의 한 초등학교 5학년 A 양은 이 계정에 하루에 한두 건씩 꾸준히 썰을 써서 올린다.

 

초등생들이 즐겨 읽는 썰의 내용은 ‘짝사랑하던 이성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다’거나, ‘유명 연예기획사에 캐스팅됐다’와 같이 많은 초등생의 소망을 다룬 것이 대부분이다. 평소 썰을 즐겨 읽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 3학년 B 양은 “내가 꿈꾸던 일을 쓴 썰을 읽다보면 마치 내가 썰 속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초등생들은 학교에서 전날 자신이 읽은 썰에 대해 친구와 이야기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B 양은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를 만나는 내용의 썰을 읽으면 이 썰을 나와 같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공유한다”면서 “함께 읽으며 친구들과 더욱 가까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상 속에서 다양한 상상을

 

썰을 자주 쓰는 초등생들은 “썰을 쓰다보면 평소에 다양한 상상을 하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슈퍼마켓에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면서도 ‘만약 내가 슈퍼마켓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다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를 만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해 보는 것.

 

박예분 아동문학가는 “특정한 상황을 두고 여러 가지 방향으로 상상해보는 것은 창의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단순히 상상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면 글쓰기 실력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극적인 글은 안돼

 

하지만 더 많은 사람에게 주목받는 썰을 쓰기 위해 어린이가 보기에 적절하지 않은 자극적인 내용으로 썰을 쓰는 초등생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A 양은 “댓글과 공감을 많이 받기 위해 ‘댓글이 100개 이상 달리면 다음 내용을 쓸 때는 더 자극적으로 쓰겠다’는 공약을 건다”면서 “자극적인 내용을 쓰기 위해 어른들이 쓴 인터넷 소설을 참고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자극적인 내용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는 초등생도 많다. 경북 포항시의 한 초등학교 5학년 C 양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 욕설이나 폭력적인 내용을 담은 썰을 읽으면 기분이 나빠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기 위한 글을 자꾸 쓰게 되면 글에 ‘나의 생각’을 담는 것이 어려워지고 결국 글 쓰는 것 자체에 흥미를 잃게 될 수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극적인 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오래 가지 않으므로 그런 내용을 억지로 쓰는 것은 좋지 않다”면서 “남에게 관심을 받기 위한 글보다는 스스로 재미를 느끼는 글을 쓰라”고 조언했다.

 

▶서정원 인턴기자 monica89@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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