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ICT 기계들
최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K-ICT 기술사업화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정보통신기술(ICT) DIY(Do It Yourself·손수 만들기) 창작품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ICT DIY란 ICT 전문 개발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자신이 필요한 ICT 기기 및 서비스를 자유롭게 만들어내는 것. 쉽고 간단하게 각종 기기를 개발할 수 있는 회로판과 3차원(3D)프린팅과 같은 기술이 널리 퍼지면서 ICT 제품도 종이접기를 하듯이 ‘뚝딱’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날 전시된 제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어떤 원리로 움직이며 실제 생활에는 어떻게 쓰일까?
자벌레처럼 움직여요
자벌레 로봇의 가상도(왼쪽)와 자벌레 이미지 |
“자벌레처럼 가파른 경사에서도 떨어지지 않고 위아래로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어 보자.”
대학원생 최원근 씨(32)는 3개월 전 종이컵을 기어오르는 자벌레의 움직임을 보고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 최 씨는 동료들과 ‘오덜트’라는 팀을 꾸려 로봇을 만들기 시작했다.
오덜트 팀은 자동차 창문에 붙어있는 내비게이션의 탈부착판을 이용해서 창문에 쉽게 떼었다 붙을 수 있는 로봇 발을 만들었다. 몸통 부분과 다리 부분에는 6개의 모터를 달아 로봇이 자벌레처럼 몸을 구부렸다 펴면서 움직이게 만들었다. 각각의 부품들은 컴퓨터로 설계한 뒤 3D프린터로 찍어냈다.
이 로봇의 몸통 밑 부분에 청소도구를 달면 사람이 올라가기엔 위험한 고층건물의 창문을 닦을 때 활용할 수 있다. 먼지와 빗물로 쉽게 더러워지지만 면적이 넓어서 청소하기가 힘든 태양열 집열판(태양열을 저장하는 장치) 위를 청소할 때도 이 로봇이 유용하게 사용된다.
종이 로봇이 말을 한다고?
종이 로봇에게 목소리를 녹음하는 어린이의 모습 |
겉보기엔 평범한 종이 모형이지만 스위치를 누르면 말을 하거나 움직인다. 초등학교 방과후수업에서 로봇 만들기 수업을 하는 고철영 씨(43)는 초등생들도 쉽게 로봇을 만들 수 있도록 종이로 만든 모형에 동작을 인식시키거나 소리가 나오게 만드는 소형 컴퓨터를 연결했다.
이 소형 컴퓨터는 어려운 컴퓨터 용어를 입력할 필요 없이 아이콘을 선택하면 종이 모형을 움직이게 만드는 프로그램을 쉽게 짤 수 있다. ‘전진’ 아이콘을 클릭하면 로봇이 앞으로 움직이고 ‘3초’ 아이콘을 누르면 앞으로 3초간 움직이다가 멈추는 식이다.
고 씨가 만드는 로봇은 학습용으로 활용된다. 고 씨는 “어린이들은 자신이 상상하는 동작들을 프로그램에 입력하며 창의력을 키운다”면서 “박수를 치면 소리가 나오게 하거나, 움직이는 동작을 입력해 청기 백기를 들어올리는 게임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띠링띠링∼ 링거 빼주세요
‘링거링거 링’ 애플리케이션 화면(왼쪽)과 무게 재는 기계가 달린 링거액. 유비넷 제공 |
병원에서 쓰이면 유용한 제품도 있다. 한성대 정보통신학과 학생들로 이루어진 유비넷 팀은 ‘링거링거 링’이라는 기계를 만들었다. 병원에서 환자들이 맞는 링거액을 뜻하는 ‘링거’와 ‘울리다’라는 뜻의 영어단어인 ‘링(ring)’이 합쳐진 말.
링거액의 윗부분에 무게를 잴 수 있는 기계를 매단 뒤, 링거액이 얼마나 남았는지 그 정보를 블루투스(무선전송기술)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간호사의 휴대전화로 알려주는 제품이다.
병원에서 환자 수가 많으면 간호사들은 환자들의 상태를 일일이 신경 쓰지 못한다. 이 때문에 링거액이 다 빠져나왔는데도 환자가 계속 링거바늘을 꽂고 있어야 하는 일이 많은데, 이 기계가 있으면 간호사가 먼 곳에서도 환자의 링거액 상태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된다.
▶정민아 기자 mina@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상업적인 댓글 및 도배성 댓글, 욕설이나 비방하는 댓글을 올릴 경우 임의 삭제 조치됩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