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충남 보령시 바닷가에서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18일 보령시에 따르면 보령시 천북면 학성리 바닷가에서 1억 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 공룡의 발자국 화석을 충남 홍성군의 중학교 선생님이 발견해 시에 신고했다. 조사를 의뢰받은 문화재청은 최근 2차례에 걸쳐 조사를 마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공룡발자국 화석이 맞다’고 최종 확정했다.

이번에 발견된 화석은 약 30cm의 원형 공룡발자국 10여 개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보고 된 공룡발자국 화석은 대부분 경상도 혹은 전남지역에 집중돼있고, 전북 군산과 충북 영동 등 중부 일부 지역에서도 발견됐다. 충남지역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

공룡발자국 화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어떻게 1억 년이 지난 뒤 발견됐는데도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는 것일까?

충남 보령시 바닷가에서 발견된 공룡발자국 화석. 뉴시스

진흙이 딱딱한 암석으로

화석이란 생물의 몸체나 활동 흔적 따위가 퇴적물(물과 바람에 의해 부서진 암석의 알갱이들) 등에 남아 있는 것을 말한다. 공룡의 발자국이나 새 발자국, 생물이 기어간 흔적 등은 ‘흔적 화석’, 공룡의 뼈와 같은 화석을 ‘골격 화석’이라고 한다.

공룡발자국 화석은 공룡이 걸어가면서 진흙에 찍힌 발자국이 화석이 되어 발견되는 것이다. 지금은 발자국 모양이 찍힌 딱딱한 돌이지만 공룡이 살았을 당시에는 부드러운 진흙이 많은 장소였을 것이다. 물기가 조금 섞여있어 발자국이 잘 찍히는 강가나 바닷가 갯벌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알갱이가 작은 진흙일수록 발자국은 선명하게 잘 찍힌다.

진흙 위에 찍힌 발자국은 오랫동안 공기에 노출되며 점점 딱딱하게 굳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발자국 위에 퇴적물이 쌓이며 보이지 않게 된다. 이때 발자국 위에 덮이는 퇴적물은 주로 알갱이가 큰 모래이다. 퇴적물의 무게로 인한 압력과 뜨거운 열을 받으면 발자국이 찍힌 진흙은 딱딱하게 굳는다. 공룡의 발자국이 찍힐 당시에는 진흙과 같은 퇴적물에 불과했지만 오랜 시간동안 압력과 열을 받아 딱딱한 암석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발자국이 찍힌 암석은 침식(비, 바람, 하천 등에 의해 땅이 깎여나감)되지 않은 것일까? 비밀은 단단하게 뭉쳐지는 ‘응집력’ 때문. 알갱이가 큰 모래보다 알갱이가 작은 진흙은 응집력이 크기 때문에 잘 침식되지 않는다.

위에 있던 응집력이 약한 모래 퇴적층이 물과 바람에 깎여 나가면 공룡 발자국이 찍힌 암석이 지표면에 그대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또는 묻혀있던 암석을 과학자들이 발굴해내기도 한다.

발자국만으로 공룡 특징 알아요

공룡발자국 화석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화석에서 공룡의 종류, 걸음걸이, 보행 속도, 몸 크기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룡발자국 화석의 형태는 발가락에 따라 둥근 원반 모양, 굵은 새 발가락 모양, 뾰족한 왕관 모양으로 다양하다. 모양을 확인하면 발자국 주인이 육식공룡이었는지 초식공룡이었는지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발자국에 날카로운 발톱의 흔적이 남아있다면 다른 동물을 사냥했던 육식공룡이라고 추정하는 것이다.

또 발자국의 길이와 발자국 사이의 넓이를 통해 공룡의 몸집이 어느 정도였는지, 걸었는지 뛰었는지를 추정할 수 있다. 대부분 공룡 발자국 길이의 4배가 발바닥부터 골반까지의 길이가 되므로, 발자국의 길이만으로도 공룡의 대략적인 크기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이영신 기자 lys@donga.com

도움말=전남대 허민 교수(한국공룡연구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