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뉴시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가 지난 23일 오전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리 전 총리는 1959년 싱가포르 자치정부 총리를 맡기 시작해 싱가포르가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한 이후에도 초대 총리를 맡았으며 1990년까지 싱가포르를 이끈 인물.

그는 31년 동안 총리로 일하면서 작은 도시국가에 불과했던 싱가포르를 세계적인 금융 및 물류 중심지로 발전시켜 ‘싱가포르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싱가포르를 성장시킨 그는 찬사(칭찬, 찬양하는 말과 글)와 함께 지나친 벌금과 처벌 등으로 ‘국민을 너무 억눌렀다’는 비판을 받는다.

리 전 총리는 싱가포르를 어떻게 발전시켰을까? 또 그는 무엇 때문에 비판을 받을까?

싱가포르 전경. 포브스

과감하게 투자해

서울시만한 크기의 싱가포르는 1819년 이후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1959년 자치정부를 세우게 됐다. 이때 리콴유가 총리에 올랐다. 당시 싱가포르는 매우 가난한 섬나라였다. 국민 가운데 직업이 없는 사람이 많았으며 자원이 부족해 물자를 만들어내기도 어려웠다.

이에 리 전 총리는 자원이 부족한 싱가포르가 성공하는 길은 ‘글로벌 도시’가 되는 것이라고 여겨 그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그는 싱가포르 항을 국제무역의 중심지가 되도록 키웠고 창이국제공항을 세워 외국의 물자와 사람이 쉽게 드나들도록 만들었다.

또 세계적인 은행들이 지점을 싱가포르에 세우도록 해 동남아시아의 금융 중심지로 싱가포르를 탈바꿈시켰다. 영어 공교육을 강화시켜 모든 국민이 영어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도 했다.

멀리 내다보고 과감하게 투자하는 리 전 총리의 노력 덕분에 가난한 섬나라 싱가포르는 고층건물이 우뚝 선 도시로 변신했다. 1959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00달러(약 44만 원)에 불과했던 싱가포르는 리 전 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난 1990년에는 1인당 GDP가 1만3000달러(약 1432만 원) 수준으로 높아졌다.

꾸준히 성장한 싱가포르의 지난해 1인당 GDP는 5만6113달러(약 6184만 원)로 세계 8위이자 아시아 1위다. 한국의 1인당 GDP가 세계 29위인 것과 비교하면 싱가포르의 경제 수준이 높음을 알 수 있다.

국민 자유 억눌러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한 나라에서는 부정부패가 일어나기 쉽다. 리 전 총리는 “부패는 나라가 망하는 지름길”이라며 뇌물을 받는 공직자는 예외 없이 감옥에 보내 엄하게 다스렸다. 이렇게 리 전 총리는 법을 어기는 사람은 강력하게 처벌했다.

문제는 법이 담배꽁초 버리지 않기, 화장실 물 내리기, 침 뱉지 않기 등 일상생활에까지 엄격하게 적용돼 국민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리 전 총리는 이런 규칙을 어긴 사람에게는 볼기(허리 아래, 허벅다리 위쪽)를 작대기로 맞는 ‘태형’을 받도록 했다.

그는 또 3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권력을 독차지하며 자신을 비판하는 쪽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뜻대로 나라를 다스려 ‘독재자’라는 비판도 받았다. 현재 싱가포르의 총리는 리 전 총리의 첫째 아들인 리센룽. 리 전 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난 지 오래되었는데도 가까운 이들이 높은 자리를 독차지해 싱가포르는 “경제는 발전했지만 민주주의는 발전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듣는다.

▶김보민 기자 g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