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억만장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대학 졸업자와 배관공(수도, 가스 등의 관을 관리하는 기술자)을 비교한 말이 화제다. 그는 “자녀의 학업 성적이 아주 뛰어나지 않지만 사람 다루는 재주가 특별하다면 배관공이 최고의 직업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명문 사립대학에 한 해 동안 학비로 5만∼6만 달러(약 5400만∼6500만 원)를 내고 공부하는 대신에 배관공을 직업으로 택하면 대학졸업자 못지않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이 대학에 가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는데도 대학만 가면 잘살 것처럼 너도나도 대학을 갈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실제로 미국 뉴욕에서 배관공의 연봉은 우리 돈으로 평균 2억2000만 원이다. 웬만한 대학 졸업자보다 많은 돈을 번다. 집집마다 깔린 배관을 수리하는 일은 컴퓨터와 기계로 대체할 수 없어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도 배관공의 일자리가 사라질 걱정은 없다.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끝난 지금, ‘물수능(난도가 낮은 수능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때문에 실수로 한 문제를 더 틀렸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재수(수능을 두 번째로 보는 것) 삼수(수능을 세 번째로 보는 것)까지 생각할지 모른다.
이런 교육에 대한 열의가 한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학 진학률이 71%에 이르는 현재는 대학을 나와도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신세다. 최근 4년제 대학 졸업자의 20%, 전문대 졸업자의 50% 이상은 고교 졸업자의 평균 임금보다 적은 돈을 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발표도 있었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는 사교육으로, 입학 후에는 스펙(진학·취업에 필요한 점수나 경험) 쌓기로 쓰는 돈과 사회적 낭비가 심하다. 꼭 대학을 가야겠다면 대학 이름만 보고 수도권 4년제 대학에 집착하기보다 졸업 후를 생각해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실속 있다.
고교 졸업 후 바로 취업하는 데 대한 인식을 바꾸고, 진학과 취업은 언제든지 순서를 바꿀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인생 100세 시대
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일직선으로 가기보다 기술자가 된 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필요한 공부를 더 하겠다는 생각의 전환도 필요하다.
동아일보 11월 15일자 사설 정리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상업적인 댓글 및 도배성 댓글, 욕설이나 비방하는 댓글을 올릴 경우 임의 삭제 조치됩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