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동아 ‘북 버킷’… 초등생이 추천한 책들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는 ‘북 버킷’이 큰 인기를 끌었다.

북 버킷은 루게릭병(근육이 굳는 병) 환자를 돕기 위해 마련된 이벤트인 ‘아이스버킷 챌린지’와 방법이 비슷하다.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자기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SNS에 올린 사람이 다음 차례의 사람을 지목하는 식으로 번져나가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처럼 북 버킷은 어떤 사람이 ‘나에게 영향을 준 책 10권’을 SNS에 올린 뒤 다음 글을 쓸 사람 2~3명을 지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지난달부터 한 달 간 어린이동아 온라인카페(cafe.naver.com/kidsdonga)에선 초등생 회원들을 상대로 한 ‘북 버킷’이 진행됐다. 어린이 한 명이 ‘내가 감명 깊게 읽은 책 5권’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는 글을 카페 게시판에 쓴 뒤 글 마지막에 다음 차례의 사람 2명을 정해 릴레이로 이어가는 방식.

이 북 버킷에는 40명에 가까운 초등생들이 참여해 170권이 넘는 책을 추천했다. 초등생들이 가장 많이 추천한 책과 그 이유를 살펴보자.

▶김보민 기자 gomin@donga.com

“재미도 있고 공부도 되네”

초등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책 분야는 학습만화와 판타지소설. 학습만화인 ‘어린이 과학 형사대 CSI’ 시리즈(가나출판사)와 판타지소설인 ‘제로니모의 환상모험’ 시리즈(사파리)가 가장 많은 3회 추천됐다.

이들 책에 대해 초등생들은 “재미도 있고 학습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어린이 과학 형사대 CSI’는 교과서에 나오는 과학상식들을 만화로 재미있게 풀어낸 경우. 상상의 세계에서 주인공들이 여행을 다니며 역사적인 인물을 만나는 ‘제로니모의 환상모험’은 세계사 지식도 쌓을 수 있다.

“명작동화, 여전히 매력적”

‘세계 명작동화’를 좋아하는 책으로 꼽은 초등생도 많았다. 특히 캐나다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간머리 앤’은 여학생들에게 ‘나의 모습이 마치 앤과 같다’는 공감을 이끌어냈다.

박서현 양(서울 양천구 서울지향초 4)은 “친구들에게 말과 장난을 자주 거는 앤의 쾌활한 모습이 나와 비슷해 좋아한다”고 했다. 프랑스의 작가 기 드 모파상의 ‘목걸이’에서 감명을 받았다는 초등생도 있었다.

이처럼 만화도 아닌 세계 명작이 초등생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경실 작가는 “세계 명작처럼 오랜 시간 널리 읽히는 작품의 힘은 독자들에게서 공감과 흥미를 이끌어 내는 이야기에 있다”면서 “특히 등장인물의 성격과 주제가 뚜렷해 초등생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고 설명했다.

“에디슨보단 반기문”

생활 속에서 겪는 문제를 해결하고 올바른 생활태도를 알려주는 책들도 인기였다. 게임중독, 거짓말, 자신감 부족 등 초등생들이 흔히 하는 고민을 해결하는 법을 만화로 그려낸 ‘마인드 스쿨’(고릴라박스)를 추천한 학생이 많았다. ‘마인드 스쿨’은 ‘2014 어린이동아 착한어린이책’으로 선정된 도서이기도 하다.

또 절약, 시간관리 등 바람직한 생활 태도와 자신감을 갖는 법 등을 일러주는 ‘어린이를 위한 마시멜로 이야기’(깊은책속옹달샘)를 학생 다수가 추천했다. 송영서 양(경기 수원시 수원매화초 5)은 “‘시간을 소중히 쓰라’는 이 책의 교훈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고 했다.

초등생들은 이순신 장군이나 토마스 에디슨 같은 역사적인 위인을 다룬 책보다는 박지성,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처럼 이 시대를 함께 숨쉬는 놀라운 사람들에 관한 책을 더 많이 추천했다.

김근하 교보문고 상품기획자(MD)는 “예전과는 달리 신문이나 TV 등 대중매체에서 자주 나오는 익숙한 인물의 삶을 다룬 책을 어린이들이 많이 찾으면서 공감한다”고 분석했다.